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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인 줄리안입니다. OLO매거진과 함께 ‘지속가능’을 주제로 매달 한 번씩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죠. 요즘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가 큰 화제잖아요. 여러분은 프로그램에 나온 음식 중 가장 궁금했던 음식이 있으신가요? 저는 안성재 셰프님에게 호평을 받았던 ‘셀럽의 셰프’님이 만든 비건 사시미와 후토마키였어요. 채소로 구현한 생선회의 맛이라니, 너무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 정확하게는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마침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작품 이름도 『채식주의자』이니 시기적절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묻습니다. 원래 비건이냐고요. 아뇨, 저는 비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치킨과 삼겹살, 엄마가 해주시던 벨기에식 미트볼을 사랑하던 제가 어쩌다가 비건이 되었는지 말씀드릴게요.
환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소의 방귀와 지구온난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소가 배출하는 방귀와 트림이 대기 중의 메탄 농도를 증가시키고, 바로 이 메탄이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야기를요. 저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육식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섭취량을 조금 줄이는 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보였죠.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추천으로 넷플릭스의 “더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채식을 하는 운동선수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게 ‘채식’과 ‘운동선수’는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었으니까요. 채식은 요가나, 간단한 산책 같은 정적인 활동과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이클 선수, 역도 선수들도 비건을 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주짓수나 마라톤 선수들이 등장해 채식의 장점을 증언하기도 하고요. 쉽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의구심에 이것저것 정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F1 선수인 루이스 해밀턴도, 테니스의 전설 노박 조코비치도 유명한 채식주의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 비건 식단만으로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죠. 실제로 세계보건기구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균형 잡힌 채식을 하는 한, 아동이든 성인이든, 심지어는 임신 중에 채식을 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해요.
채식을 조금 더 알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채식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전의 생활을 고집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채식을 결심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사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육류 섭취가 정말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이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육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온실가스의 14.5%가 축산업에서 의해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어요.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 중에서도 보수적인 편에 속하는 수치임에도, 모든 교통 수단, 즉 비행기, 기차, 차, 트럭, 버스 등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라고 하죠. 축산업은 어떻게 이런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게 된 걸까요?
우선 소와 양 같은 동물은 위 속에 있는 균들이 음식물을 분해시키는 장내발효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발생한 메탄가스가 동물의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됩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 높은 온실 효과를 일으키고요. (재밌는 사실, 소가 배출하는 메탄의 95%가 트림이고 5%만 방귀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동물들을 먹이기 위한 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환경파괴가 일어납니다. 아마존의 산림 파괴의 80%가 소의 사육과 사료인 대두를 재배하기 위해 벌어지거든요. 전 세계 산림 벌채의 주요 원인 역시 동일합니다.
수산업도 환경파괴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어선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물론, 저인망어선이 해저를 가로지르며 생물을 포획하는 과정에서 퇴적물이 물속을 부유하며 탄소를 방출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거대한 그물 속에 물고기뿐만 아니라 바다거북과 같은 멸종 위기종까지 남획된다는 것도 생태계에 큰 문제로 꼽힙니다. 포획된 생물 대부분 그물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수명을 다하게 되거든요.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해졌습니다. 나의 식습관은 내가 사는 지구와 연결되어 있어요. 어떤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생태계와 환경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더해줄 수도 있죠. 조금씩 의식하며 육식을 줄여나갔어요. 대부분의 식사는 채식으로 하되, 간혹 약속이 있어 외식을 하게 되는 날에만 고기를 먹었습니다. 날로 제 비건 요리 실력이 늘어가고, 한국에도 맛있는 비건 식당이 많아지다 보니 더 이상 고기를 먹고 싶지 않은 날이 오더라고요. 음식은 맛이 제일 중요한 게 사실이에요. 얼마 전 제가 운영하는 제로 웨이스트샵 ‘노노샵’에서 진행했던 비건 순대국 팝업을 진행했었는데, 전현무 형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비건 음식은 맛이 없다’는 형의 편견이 깨지던 순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비건 음식이 맛있어진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비건과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환경을 위해 식단을 새롭게 바꾸는 일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적색육 소비를 줄이고 백색육을 먹는 것도 좋아요. 육류 가운데 생태계 파괴에 영향을 미치는 순서는 ‘소/양 > 돼지 > 닭’순으로, 소고기 1kg을 만들기 위해서는 25kg의 사료가 필요하거든요. 말하자면 소고기는 닭보다 훨씬 연비가 좋지 않은 고기죠.
제가 비건 식단을 실천한 지도 어느새 4년차가 되었네요. 제가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함께 육류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 한 끼 정도는 육식에 치우치지 않은 식탁을 꾸려보면 어떨까요?
이태원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샵 ‘노노샵’을 운영하며, EU 기후행동 친선대사로서 다방면의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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