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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은 오전부터 굉장히 분주하다. 평일 내내 미뤄둔 청소며 빨래며 각종 집안일을 신속히 처리하고, 데이트를 위해 집을 나선다. 최선을 다한(중요) 데이트를 마치고 다시 집. 시원한 맥주 한 캔 들고서 빔프로젝터를 켠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English Premier League) 경기를 보기 위함이다. 화면의 크기와 비율, 음량까지 완벽하게 세팅하고 나면 나의 영웅 손흥민 선수를 응원할 준비가 끝난다. 저녁 8시 반, 화면 너머 킥 오프 소리와 함께 나의 진짜 주말이 시작된다.
나는 왜 EPL에 열광하는가?
EPL은 유럽을 대표하는 영국 최상의 축구 프로 리그이다. 미국 프로 스포츠 리그인 NFL(미국 풋볼 리그, National Football League), MLB(미국 프로 야구 리그, Major League Baseball), NBA(미국 프로 농구 리그,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스포츠 수익을 올리는 리그로, 전 세계의 돈이 몰리는 시장인 만큼 최고의 감독과 선수들이 활약하는 리그이다. 대한민국 첫 프리미어리그 선수였던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 박지성부터 아시아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까지,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를 관람할 수 있는 토트넘 스타디움에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천 명의 한국 팬들이 방문할 정도다.
영국은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잉글랜드에만 1,000개 이상의 축구팀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뛰어난 20개의 클럽만이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 있다. EPL은 매년 8월에 개막해 그 다음해 5월에 종료되는데, 각 팀은 총 38번의 경기를 치른다. 시즌 종료 후 최하위 3개 팀은 그 즉시 2부 리그로 강등되고, 대신 2부 리그의 상위 3개 팀이 1부로 승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전쟁같은 승부가 계속된다.
EPL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리그는 전 세계에 많지 않다. EPL과 함께 소위 축구의 4대 리그라 불리우는 라리가(스페인), 세리A(이탈리아), 분데스리가(독일)는 1~2개팀이 지배하는 구조이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빅6라 불리는 6개의 팀이 상위권에서 난타전을 벌이고, 그 아래 10개 팀 정도가 리그 막판까지 드라마틱한 순위 다툼을 벌인다.
덕분에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짜릿한 경기가 자주 연출되며, 소위 ‘더비 매치’라 불리는 지역 라이벌 구도가 발달되어 있다. (런던에만 6개팀이 1부 리그에 속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 송파FC와 성수FC 같은 팀들이 지역 라이벌로 있는 셈) 이렇듯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EPL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떤 팀을 응원하면 좋을까?
- MBTI로 보는 추천 팀
자고로 스포츠는 응원하는 맛으로 보는 거 아닌가. EPL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에겐 어떤 팀을 응원해야 하는가가 고민일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재미로 알아보는 MBTI 유형별 좋아할 만한 팀들을. 그래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빅6팀 위주로 정리했다.
1.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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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펩 과르디올라
주요 선수 에를링 홀란드, 케빈 데 브라위너, 로드리
연고지 맨체스터(에티하드 스타디움)
추천 MBTI INTJ / 전략적 사고, 장기 계획 수립, 효율성 추구
맨체스터 시티는 철저한 전략과 계획에 의해 움직인다.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티키타카 전술의 창시자로 짧은 패스로 높은 볼 점유율을 확보할 뿐 아니라 상대로부터 공을 빠른 시간 안에 뺏어내는 것에 중점을 둔 효율적인 움직임과 축구를 추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축구, 높은 볼 점유율, 강력하고 두꺼운 선수층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전략적인 사고와 효율을 중시하는 INTJ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닐까.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선수 보강과 클럽 인프라 구축에 성공하며, 현대 축구의 새로운 표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4시즌 연속 우승하고 있으며 올해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현재 가장 완벽한 축구를 하는 팀이다.
2. 아스널 FC(Arsenal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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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미켈 아르테타
주요 선수 부카요 사카, 마르틴 외데고르, 윌리엄 살리바
연고지 런던(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추천 MBTI INFP / 중재자, 이상적이고 창의적이며 감성적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는 아스널은 전통적으로 아름답고 창의적인 축구를 상징하는 팀이다. 감성적인 INFP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스널은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축구, 즉 패스를 중시하는 전술적 플레이를 유지해왔다. 아르센 벵거 감독 시절 확립된 이 철학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고, 젊은 선수 육성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며 꾸준히 유망한 선수를 발굴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만년 4위를 한다고 하여 국내팬들에게 ‘사(4)스날’이라는 별명도 얻고 있지만 현재는 맨체스터 시티를 꺾을 유일한 대항마로, 강력한 수비진에 창의적인 세트피스 작전, 그리고 강력한 위닝멘털리티로 작년 아깝게 놓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INFP 유형은 이런 팀의 철학과 축구스타일에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3. 리버풀(Liverpool FC)
감독 아르네 슬롯
주요 선수 모하메드 살라, 버질 반 다이크 , 알렉산더-아놀드
연고지 리버풀(안필드)
추천 MBTI ENFP / 열정적이고 영감을 주며 사람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성격
리버풀은 팬들과의 강한 정서적 연결,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유명하다. 바로 직전 감독 이였던 위르겐 클롭 감독의 열정적인 리더십 아래, 게겐 프레싱*이라 불리는 전술로 전성기를 맞이했었다. 리버풀의 축구는 역습과 공격 전환을 빠르게 가져가는 활기차고 다이내믹한 축구를 펼치며 전세계 팬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고 있다. ENFP 유형은 열정적이고 사람들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성격. 리버풀의 팬 문화와 열정적인 팀 정신은 이들에게 큰 매력적일 것 같다. 또한 'You’ll Never Walk Alone'이라는 슬로건처럼, 리버풀의 강력한 공동체 의식도 ENFP의 성향과 잘 어울린다.
*게겐 프레싱(클릭): 상대 팀이 공을 소유하는 순간 즉시 강한 압박을 가해 빠르게 공을 되찾으려는 축구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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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루벵 아모림(내정)
주요 선수 마커스 래시포드 ,브루노 페르난데스, 가르나초
연고지 맨체스터(올드 트래퍼드)
추천 MBTI ENTJ / 통솔자, 리더십, 목표 지향성, 지휘 능력
이미 박지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맨유는 리더십과 전통을 중시하는 팀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부터 강력한 리더십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그가 클럽에 남긴 유산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ENTJ는 본능적으로 승부를 즐기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부사적인 면모, 그리고 리더십과 야망이 넘치는 구단 문화는 ENTJ 유형에게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맨유 영광의 시절은 과거의 이야기다. 맨유에게 프리미어리그 13회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2012-2013시즌을 끝으로 맨유는 리그 정상을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11월엔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바뀌는 악재까지 겹쳐있다. 약 10년간 위기를 겪고 있지만, 맨유는 2024년 축구 구단 가치 1위에 오르며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고 인기 있는 구단 중 하나이다.
5. 첼시(Chelsea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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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엔조 마레스카
주요 선수 콜 파머, 엔조 페르난데스, 니콜라스 잭슨
연고지 스탬퍼드 브리지 (Stamford Bridge), 런던, 잉글랜드
추천 MBTI ESTP / 사업가형, 대담하고 즉각적인 결단을 내리는 성격
첼시는 재정적인 투자로 유명한, 런던을 연고지로 둔 팀이다. 러시아 석유부자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시대부터 첼시는 대담한 선수 영입과 과감한 투자로 무리뉴 감독을 필두로 드로그바, 램파드, 존테리로 이어지는 공-수 황금 벨런스로 EPL 내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첼시는 ESTP의 대담함과 현실적인 결단력에 어울리는 팀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즉각적인 성과를 내는 점이 이 유형의 성격과 잘 맞을 것 같다. 구단주가 바뀐 이후 무리한 투자와 과도한 선수 영입으로 지난 시즌 중위권으로 순위가 밀려 나긴 했지만, 올 시즌부터 가능성있는 유망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시 팀워크를 발휘하며 살아나는 분위기이다.
6.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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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앤지 포스테코글루
주요 선수 손흥민, 제임스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
연고지 런던(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추천 MBTI ENTP / 혁신가,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침
우리에겐 손흥민의 팀으로 알려져 익숙한 토트넘이다. 손흥민 선수가 주장으로 있는 토트넘은 에너지가 넘치고 극단적인 공격 지향형이다. 도전을 즐기는 성격 유형으로 수비라인을 가장 높게 올려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속도감 있는 축구를 한다. 혁신적인 성향의 ENTP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현재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강조하는 빠른 템포와 전진 패스 중심의 축구는 팬들에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기 경험을 제공한다. 현 시점 영국 최고 공격수 케인의 부재로 인한 공백을 손흥민 선수가 잘 메우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 실점을 하는 수비 불안으로 올해는 다소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 꼭 우승컵을 들어 손흥민 선수가 구단의 레전드로 기억되길 기원해 본다.
이렇게 재미로 보는 MBTI 유형별 어울리는 팀을 추천해 보았다. 공감이 안된다면 언제든 반박 댓글을 써주셔도 좋다. 주위에 축구를 좋아하는 동료가 없어 심심하던 참이었으니까. EPL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감독과 선수들이 몰리는 곳으로, 위에 언급한 여섯 팀을 제외하고도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 많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들과 함께 여러분의 주말이 조금 더 풍성해지길.
이건 꼭 봐야해! 에디터가 손꼽아 기다리는 24년 빅6 매치업 추천
* 11월 29일 리버풀 vs. 맨체스터 시티
* 12월 1일 첼시 vs. 토트넘
* 12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리버풀
* 12월 26일 아스널 vs. 토트넘
연말 선물처럼 펼쳐지는 북런던 더비인 아스날과 토트넘의 맞대결을 특히 주목해보자. EPL 북런던 더비는 아스날과 토트넘 홋스퍼 사이의 경기를 의미하며, 잉글랜드 축구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역사가 깊은 라이벌 경기 중 하나다. 두 클럽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가까워 라이벌 의식이 매우 강해 경기 분위기가 항상 뜨겁다. 그만큼 명경기도 많이 펼쳐지는 편!
축구와 테니스에 열정적이며, 브릿팝 사운드로 감성을 충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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