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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인 줄리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아침을 먹은 뒤 생각해봤습니다. 이 짧은 일과 동안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했는가에 대해서. 드라이기, 다회용기 뚜껑, 전등과 보일러 버튼, 운동을 위해 착용한 운동복 등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가볍고 튼튼한, 그래서 극도로 효율적인 플라스틱이 만들어낸 유토피아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플라스틱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섭취하기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합성 섬유, 타이어 마찰로 인해 공기에 부유하는 미세 플라스틱을 호흡으로 빨아들이기도 하고, 빨대나 플라스틱 용기에 묻은 미세 플라스틱을 음식과 함께 먹게 되는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체내에 축적되죠. 플라스틱 유토피아에서 사는 우리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세계자연기금(WWF)은 사람들이 매주 신용카드 1장의 무게와 동일한, 평균 5g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20년간 미세 플라스틱과 관해 발표된 연구들에 대한 리뷰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과 지구에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요. 유토피아라고 여겼던 세상이 디스토피아적인 결말로 끝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는 분리배출 잘 하고 있는데,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알루미늄, 유리와 달리 재활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일회용컵의 재활용률은 5% 남짓이고, 오히려 보다 낮은 등급의 플라스틱이 되어 ‘다운사이클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결국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텀블러 휴대하기,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거나 손 씻기, 고체 치약과 샴푸 사용하기, 다회용기 사용하기 같은 비교적 수월한 것부터 실천해 보세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리필스테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용기내 챌린지*에도 참여해볼 수도 있겠죠.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천 주머니, 에코백, 다회용기 등에 식재료나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운동이다.
개개인의 실천에만 기대자는 게 아닙니다.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개인은 공동체가 되어 힘을 발휘합니다. 거대 기업 차원에서의 변화와 혁신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중요한 자본주의에서 소비자의 의지는 기업의 의사 결정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예를 들어볼까요? 프랑스에서는 최근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채소와 과일의 비닐 포장을 금지했습니다. 또한 식당 내에서는 다회용기만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죠. 사람들의 요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조치입니다. 각자가 일회용품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사용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실천하고 각종 정책과 의사 결정에 지지를 보낸다면 함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참여하는 여러 활동 중에는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있습니다. 특히 해변가에서 쓰레기를 하도 많이 주워서, 이젠 바다에 가도 물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전처럼 크지 않은 게 사실이예요. 결국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가를 정하는 일과 같습니다. 나와 내 가족, 나의 아이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지 않은 식사를 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는 세상을 꿈꾸고 원한다면, 플라스틱과 조금씩 헤어질 결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11월 말, 부산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마련 제5차 정부 간 협상 위원회’(INC-5)가 열렸습니다. 145개국의 주요 인사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국제 협약을 만들기 위해 모이는 자리였지만 아쉽게도 만장일치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협약은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부산에서의 협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역사 속에 부산, 그리고 대한민국이 또 한번 각인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임에도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 또한 아쉽고요. 다음에 열릴 INC-6에서는 여러분을 비롯한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통해 이번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이태원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샵 ‘노노샵’을 운영하며, EU 기후행동 친선대사로서 다방면의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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