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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 날, OLO매거진의 에디터들에게 한가지 주문을 했습니다. 둘째주 DM에는 올해 했던 일들 중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일을 한가지씩 적어 독자들과 나눠보자고요. 우리 어른이들에겐 칭찬 스티커도, 산타 할아버지도 없으니 스스로라도 안아주고 쓰다듬어줄 수밖에요!
📚에디터 K : 딸과의 도서관 데이트
칭찬이라니. 매일 아침 그리고 늦은 저녁, 내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행위지만 그 대상이 나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나이에 칭찬을 ‘듣는’다고? 마치 태어나 처음 접하는 언어처럼 낯설다. 그래도 팀원의 요청이니 뭐라도 적어 내야겠지.
곧 여섯 살이 되는 딸과 함께 토요일마다 동네 도서관을 방문하고 있다. 서가 위에 놓인 알록달록한 책들 가운데 몇 개를 뽑아 책장을 넘겨보고 마음에 드는 ‘예쁜’ 책을 골라 대여해보는, 일종의 ‘놀이’다.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하기엔 이제 겨우 한 달 남짓이라 제발이 저리지만, 나도 아이도 도서관 방문을 중단할 이유를 아직은 찾지 못했다. 작고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부디, 기필코, 꼭 도움이 되는 시간이기를. 휴대폰과의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남편과 나에게도!(제발)
🏃♂️에디터 P : 하프 마라톤 완주
10km 마라톤은 적지 않게 뛰어봤지만 그 이상의 거리는 어쩐지 넘볼 수 없는 세계의 일이라 여겼다.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기 전까진 그랬다. 유쾌하게 러닝을 즐기는 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충동이 생겨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엔 ‘2024 서울 레이스 하프 마라톤 대회 접수 완료’ 화면이 떠있었다.
역시 충동은 충동일 뿐이었다. 미진한 연습량과 관계없이 대회 날은 성큼성큼 다가왔다. 완주는커녕, 정 힘들면 중간에 포기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게 맞나 싶지만,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 완주를 향한 의지가 생겨났다.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발 한발 집중하며 내디딘 결과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1시간 54분이라는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후배들에게 한계를 두지 말라는 말을 해오면서도, 내심 스스로는 그러지 못했던 모양이다. 21km를 완주하던 순간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린 듯했다. 더 넓은 세계를 마주하게 된 나를 칭찬하고 응원하며, 이제는 풀코스라는 문을 두드려보고자 한다.
🥕에디터 H : 저속노화 라이프 실천
지난 봄, 비염과 몸살을 번갈아가며 한 달을 넘게 앓았다. 선배들이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에이징 커브’가 드디어 내게도 직방으로(?) 찾아온 것. 바쁘고 힘든 K-직장인은 남는 시간엔 누워있기도 바쁘다며 외면해왔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굳은 결심과 함께 집 앞 헬스장에 등록하고 온갖 건강 정보를 탐독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저속 노화 식단’이다.
‘마라탕후루’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일순간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것 같지만 쉽고 간편하게 충족되는 도파민은 반대급부로 스트레스를 동반하기에, 되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저하되면서 나도 모르게 다시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른바 ‘저속노화 교수님’으로 잘 알려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이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으로 ‘개인적 선순환’을 이야기한다. 높은 사회적 압력과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개인의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통해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비염에 진절머리가 난 터라 곧바로 저속노화 식단을 실천했다. 자극적인 배달음식, 단순 당과 정제 곡물 섭취를 최대한 피했다.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야식과 간식에 대한 그리움이 옅어지고 운동을 해야만 개운함을 느끼는 새나라의 어른이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사실 나를 고양시킨 것은 건강해진 몸보다도 짧은 시간이나마 오로지 나를 위한 건강한 선택들로 채워간다는 자의식이다. 주중에는 회사 때문에 피곤해서, 주말에는 누워 있느라 어영부영 흘려보낸 시간들이 비로소 나의 시간이 된다는 감각. 그러므로 저속노화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건 일종의 삶의 주체성을 되찾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혹 만성피로나 무기력함으로 고생하는 독자분이 계신다면, 저속노화 식단을 실천해보는 것을 진지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에디터 J : 기록의 쓸모 발견
쓸모없는 기록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를 칭찬한다. 지난 1년간 개인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했다. 정말 소소한 일상의 장면들부터 새로운 경험과 상황들에 대한 나의 감정을 조금씩 적어두었다가, 그것을 모아 업로드하는 형식이다. 그중엔 포털 메인에 노출되어 일 평균 방문자 수가 5,000이 찍힌 것도 있다. 이렇게 파워블로거의 꿈을 실현하는가 싶어 들떴지만, 그 이후엔 감감무소식 (...)
어쨌거나 신기한 건 에세이나 일기처럼 줄글을 적어둔 것이 아님에도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그날의 감정과 생각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곤 내가 몰랐던 나의 다양한 모습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하루하루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일상의 조각이 쌓이자 삶의 해상도는 높아졌다. 흐릿하고 모호했던 기호가 뚜렷해질수록 일상의 즐거움도 풍성해짐을 느낀다. 내년에도 OLO매거진, 그리고 독자들과 소중한 기록들을 써내려가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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