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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마케터이자 약 71만 명 구독자의 사랑을 받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리플레이(LEEPLAY)’의 운영자 리플레이(leeplay)를 만났다(리플레이는 그의 활동명으로 본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의 채널 속 직접 찍은 사진, 사진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 무엇보다 위트 있는 플레이리스트 제목이 눈길을 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하고, 잘 쓰인 에세이 제목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공원에 누워 책을 읽을 때,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때, 해안가 드라이브를 할 때 조금 더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리플레이 채널로 오면 된다. 다채로운 일상의 경험을 녹여낸 콘텐츠로 구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편집 감각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그에게 물었다.
#지친 일상에 위로를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직장인이자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리플레이’ 운영자입니다. 제가 직접 찍은 사진과 좋아하는 음악들로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만듭니다. 사진에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이나 즐거운 순간을 담았고요. 그 장면들과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해 편집하고 있어요. 2020년 3월쯤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굉장히 바쁜 일과를 보낼 것 같은데요. 보통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요?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평일에는 최대한 일에 집중해요. 그래서 퇴근 후의 삶도 지극히 평범하죠.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휴대폰 보다가 잠들어요. 대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음악을 모아둔다든지, 일상에서 영감받은 것들을 메모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채널 콘텐츠 제작은 주로 일주일의 스케줄이 마무리되는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많이 하는 편이에요.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굉장히 뚜렷하네요.
3년 넘게 이 패턴으로 생활해오다 보니 루틴이 됐어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하나씩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이 채널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가 2020년 2월경이었던 것 같은데요. 당시 인스타그램으로 음악과 사진을 올리는 계정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제가 원래 음악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거든요. 직접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재미도 컸고요. 두 계정 모두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 두 콘텐츠를 합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리플레이 채널이에요. 인스타그램으로는 더 많은 사진과 추천 음악을 공유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져서 취미로 시작을 한 거죠. 그러다 어느 순간 콘텐츠가 하나둘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하면서 구독자가 급격히 늘었어요(웃음).
처음 리플레이 채널을 보고 인상 깊었던 건 사진과 잘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 제목이었어요. 많은 분이 공감할 텐데요. 디테일한 상황을 묘사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유튜브에선 썸네일과 제목으로 먼저 흥미를 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서 직접 찍은 사진과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뒤 마지막으로 제목에 ‘포인트’를 줘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엄선된 곡보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제목을 쓰면서 디테일을 살리려고 하죠.
플레이리스트 중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카피가 있나요?
우선 두 가지가 있어요. <우리 나중에 파리 여행 가면 에펠탑 보면서 같이 듣자> <이거 들으려고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렸어>입니다. 하나는 제가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 느꼈던 감정을 바탕으로 만든 플레이리스트인데 당시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업로드를 해서 제목에 ‘나중에’라는 단어를 넣게 되었어요. 그때 많은 분들이 ‘코로나 끝나면 꼭 파리에 가겠다’라는 댓글을 달아주셨거든요. 요즘은 파리에 가서 이 플레이리스트를 드디어 듣고 있다는 댓글들이 많아져서 뿌듯해요. <이거 들으려고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렸어>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거예요. 선선한 밤에 버스를 타고 노래를 듣다가 이 날씨에 노래를 쭉 들으며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린 적이 있거든요(웃음). 이때의 기분을 떠올려 만든 플레이리스트인데,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리플레이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톤 앤 매너에 일관성이 느껴져요. 수많은 곡은 어떻게 찾나요?
싸이월드 시절부터 노래를 찾고 배경 음악을 선정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꾸준히 인디 음악, 팝송, R&B 등 다양한 장르의 데이터를 쌓았고요. 그 외에도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등 흔히 사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어요. 요즘 플랫폼은 사용자 맞춤 음악을 잘 선곡해 주잖아요. 그 안에서 새로운 음악을 많이 발견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플레이리스트의 주축이 되는 곡들은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깊이 파서 찾아내요. 아니면 와인 바나 옷 가게, 카페 같은 곳에 가면 좋은 곡들이 많이 흘러나오잖아요. 그때 Siri의 힘을 빌려 노래를 찾아 저장해두고요(웃음). 실제로 그런 상황을 접목해서 <옷 사러 갔다가 음악만 듣고 나왔어> <비도 오고 음악도 좋으니 여기서 계속 마시자>라는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었어요. 결국 일상의 경험을 통해 찾아낸 음악들로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에 15~20곡씩 담아 편집하고 있어요. 편집할 때 리플레이만의 기준이 있나요?
음악을 듣는 입장에서 ‘물 흐르듯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곡을 재생하면, 노래가 끝난 뒤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재생되잖아요. 혹은 같은 주제로 묶여 있을지라도 곡 분위기가 확 다를 때가 있어요. 그렇게 음악이 ‘튀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해요. 제목과 잘 어우러지고, 듣는 분들이 플레이리스트 주제에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게 모든 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선정할 때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사이의 곡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려고 하죠. 약 한 시간가량의 플레이리스트가 자연스레 흘러간다는 점이 리플레이 채널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편집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요?
평소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메모한 주제를 기준으로 곡들을 미리 선정해 놓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실제 편집 시에는 곡 순서를 정하고, 편집하고, 사진 보정하는 시간 정도만 소요 돼요. 짧으면 3~4시간, 길면 반나절 정도 걸립니다.
업로드 일정은 정해져 있나요?
항상 일요일 저녁 10시에 실시간 업로드를 해요. 처음에는 시범 삼아 해봤는데 요즘은 구독자와의 약속처럼 매주 같은 시간에 업로드를 하고 있어요. 정해져 있지 않으면,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하게 되잖아요. 채널을 운영하는 데 있어 고정적으로 꾸준히 업로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구독자와의 약속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약속한 시간을 최대한 지키려 노력했어요. 그렇게 3년 넘게 꾸준히 하다 보니 고정적으로 찾는 구독자분도 있고, 이분들과의 관계도 더 깊어지는 것 같아 뜻깊어요. 물론 부득이한 상황에 늦게 올릴 때도 있지만 최대한 정해진 시간에 업로드하려고 해요.
플레이리스트 채널로는 수입이 창출되지 않는 걸로 알아요. 그럼에도 꾸준히 채널을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원래 제가 진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끈기도 부족하고 집중력도 약했고요. 그리고 재밌는 것만 하려고 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해야 하는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상상하고 꿈을 꾸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이거 해야지, 이거 재밌겠다!’ 하면서 시작한 게 리플레이 채널이었어요. 사진 촬영, 음악 추천, 재밌는 카피 쓰기, 인스타그램 등 다 제가 재밌어서 하는 일이거든요. 그 모든 것을 결합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로 흥미를 느꼈어요. 게다가 사람들의 반응이 따라오니 더 즐겁더라고요. 그게 꾸준함의 원동력이 됐어요. 무엇보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거잖아요. 그리고 취미니까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물론 가끔 주제가 떠오르지 않거나 너무 바빠서 작업 시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가 더 컸기 때문에 꾸준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재미로 시작한 일이 또 하나의 ‘업’이자 브랜드로 성장했어요. 10개가 넘는 브랜드와 협업을 해왔어요. 브랜드 협업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해요. 저와 협업하는 브랜드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저도 협업하는 브랜드와 함께하는 것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로 보완이 되는 거죠. 두 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 위주로 하는 거예요. 그리고 세 번째는 제가 찍은 사진을 활용하는 것과, 제 채널의 결과 어울려야 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서 맥주 브랜드에서 페스티벌을 하는데 힙합 음악 위주의 선곡을 원한다면 저는 못해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결과 잘 맞고 서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게 중요해요.
광고주와 크레에이터, 두 가지 포지션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데 리플레이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광고주 입장과 크리에이터의 입장을 모두 알고 있다 보니 타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편해요. 광고주의 입장에서 원하는 것과 크리에이터로서 원하는 것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바라는 바가 있을 땐 광고주를 설득하기도 하고, 광고주가 원하는 바를 잘 캐치해서 좋은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브랜딩과 마케팅 업무를 한 게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두 가지 모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인데 본업과 취미를 통해 경험하고 있어서 즐거워요(웃음).
마케터의 삶과 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삶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가나요?
제 경우에는 본업이 우선이 되어야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취미가 본업보다 중요해지는 순간 균형이 깨져요. 왜냐하면 본업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있잖아요.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일단 제 일을 하는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역할을 잘 해내야 하는 거예요. 이게 브랜드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도 전부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며 취미의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본업과 취미의 균형이 무너지거든요.
그래서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제 취미 생활을 하려고 해죠.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노력하게 돼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서 음악도 고르고 사진도 선정하고요. 리플레이는 말 그대로 제가 취미로 시작한 일이고 ‘사이드 잡’이잖아요. 시간 효율을 극대화해 본업에 쓰는 시간 바깥에서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제 기준이에요. 본업보다 취미를 열심히 하게 되는 순간 회사 생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제 삶의 루틴이 깨어져 버릴 수 있어서 계속해서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려고 해요.
누군가는 사이드 잡을 하면서 먼 훗날의 퇴사를 꿈꾸기도 해요. 리플레이는 어때요?
제가 지금 7년 차인데, 훗날 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더 열심히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사이드 잡을 하면서 퇴사를 꿈꾸는 경우도 있을 테고 저 또한 그런 상상을 해보자면, 솔직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직 잘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회사 구성원으로서 원하는 직무를 하며 경력을 쌓고,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을 해나가면 제 개인 역량도 함께 성장이 된다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개인 역량이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취미를 통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제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더 빨리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어쩌면 ‘본업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사이드 잡으로 성공을 할 수 있다.’라는 좋은 예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꼭 취미를 본업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취미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앞으로 리플레이 채널로 더 하고 싶은 게 있나요?
채널이 성장하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했어요. 평범했던 제가 갑자기 KBS 라디오의 고정 게스트로도 활동했으니까요. 그 시간이 제겐 모두 꿈 같았어요(웃음). 그래서 더는 하고 싶은 게 없을 수 있겠지만 꾸준히 같은 색으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은 생각은 들어요. 음악 관련된 콘텐츠도 해보고 싶지만 언젠가 플레이리스트 채널에서 중요한 ‘음악’이 빠져도 ‘리플레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콘텐츠로 꾸준히 나아가 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음악을 듣는 일도 라이프스타일의 한 영역이라고 가정하면 그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두는 거죠. 지금, 이 공간을 꾸밀 때에도 제 취향을 모두 반영했으니 이를 주제로 인테리어 콘텐츠를 하거나, 제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해주는 요리 콘텐츠로도 나아가볼 수 있죠. 사실 이외에도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아요(웃음). 하지만 무엇을 더 한다 해도 리플레이에서 ‘플레이리스트’라는 것을 덜어냈을 때 여전히 리플레이가 가진 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결국 리플레이의 취향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을 만들고 싶은 거네요. 유튜브 채널의 프로필에 보면, ‘사진을 찍었던 순간에 생각나는 음악 몇 곡. 지친 일상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이라는 메시지가 있어요. 앞으로 리플레이가 계속해서 나아갈 방향을 내포하고 있는 건가요?
비슷한 방향이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제 채널이 위로가 될 수가 있는 거고,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결국에는 리플레이가 많은 분이 다시 찾게 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꾸만 보고 싶고, 듣고 싶어 다시 찾게 되는 브랜드요.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사진과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어요. 사진과 음악의 어떤 매력에 끌렸을까요?
아버지가 사진을 엄청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담은 가족 앨범이 엄청 많아요. 요즘도 가끔 옛 앨범을 보면 ‘아빠가 사진을 정말 잘 찍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피를 물려받은 게 아닐까 싶고요(웃음).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아버지가 DSLR 한 대를 사주셨어요. 그때부터 사진 찍는 재미를 느껴서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여행을 갔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찍고, 담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머무르면서 찍고요. 그렇게 제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음악도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가 보면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이나 ‘보이즈 투 맨(Boyz II Men)’ 같은 R&B 장르에 빠져있었고 그 기반으로 그루비 하고 재지한 음악들에 흥미를 느꼈어요.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가리지 않고 다 들었던 것 같아요. 힙합부터 제이팝(J-POP), 하드 록(Hard Rock), 심지어는 아이돌 음악도 좋아했고요. 물론 지금은 또 다른 음악 취향이 자리를 잡았지만, 취향은 조금씩 변하는 거니까요. 어떤 매력에 빠졌다고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는데 음악을 듣는 것 자체가 좋아서 재밌었어요.
리플레이에게 음악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제 일상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게 음악이에요. 예를 들어 익숙한 골목길을 걷는다든지, 퇴근길 버스를 타고 갈 때 음악을 들으면 영화같은 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웃음).
수많은 아티스트를 아는 리플레이의 넘버원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을 좋아해요. 제 취향의 근간이 되는 가수라고 볼 수 있어요. 요즘은 앨범이 싱글로 많이 나오고, 한 앨범을 깊이 있게 듣는 문화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제 학창 시절 때 앨범 전체를 전곡 재생하며 들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가 좋아요. 다양한 아티스트의 노래를 접하지만, 결국엔 다시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로 돌아가게 돼요. 사계절 언제 들어도 그 계절에 맞는 노래를 찾아들어요(웃음). 십 년, 이십 년 전 앨범인데 지금 들어도 어제 나온 것 같은 분위기의 음악들과 앞으로 쭉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 그런 음악들이에요. 정말 좋아요.
리플레이 채널 중에 요즘 계절에 어울릴 만한 플리를 추천해 준다면요?
최근에 만든 <봄에서 여름으로 드라이브>라는 플레이리스트가 있어요. 초여름이라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선선하니까 그런 날씨에 맞는 곡들로 선곡했어요. 드라이브할 때나 자전거를 타고 한강 공원을 달리면서 듣기 좋을 거예요. 아니면 ‘PREP’이라는 밴드의 곡만 모아 놓은 플레이리스트 <프렙과 선선해진 도시의 밤거리>도 추천해요. 요즘 다시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어요. 플레이리스트도 계절을 타나봐요(웃음).
그게 리플레이 채널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계절마다, 상황마다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제목에서부터 ‘오늘은 날 선택해!’ 하며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에요.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공감대 형성이더라고요. 내 취향에만 사로잡혀 ‘나 혼자만 좋아하는 채널'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나의 세계에만 갇혀 있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진, 음악, 카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취향의 세계
집인데 카페에 온 것 같아요.
처음 이사 왔을 때 아무것도 없었어요. 흰색 벽뿐이었어요. 오래된 빌라이다 보니 어떻게 꾸며야 좋을지 고민도 많이 됐고요. 그래서 공간을 채워넣기 전에 다양한 공간을 둘러보고, 인스타그램으로 외국 인테리어 계정도 많이 참고했어요. 잠시 거쳐 가는 곳이다 보니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대체로 유럽의 인테리어 인플루언서 계정들을 많이 참고했고요. 방마다 분위기를 다르게 하고 싶어서 침실에는 아늑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 계열의 인테리어를 했고 거실은 모던하게 카페나 와인 바 분위기를 내려고 했죠.
집이면서 작업실인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예요?
침실이요. 침실 옆엔 진열장이 있는데 그곳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모아두었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 요즘 빠져 있는 위스키, 카메라, 책, 잡지 등 제가 좋아하는 것이 다 있어요. 그리고 해외 포스터 숍에서 구입한 포스터들도 군데군데 놓여있고요.
리플레이 취향 집합소네요(웃음).
맞아요. 제 취향을 오롯이 담은 곳으로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다른 스튜디오나 멋진 카페를 보다 보니 그 공간의 분위기를 제 공간에도 구현하고 싶더라고요. 공을 제일 많이 들였어요. 무엇보다 자기 전에, 그리고 일어났을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이잖아요. 제 눈앞에 바로 이 공간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처음부터 작업실을 염두에 두고 꾸민 공간이에요?
맞아요. 여기서 단순히 ‘쉬는 것’ 말고도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의자에 앉아 책도 읽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LP를 꺼내 음악 감상도 하고, 자주 즐겨하지는 않지만 혼술도 할 수 있죠.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영감들이 모여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져요.
편집 작업도 이곳에서 하나요?
유튜브 작업은 또 다른 방에서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곳곳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을 최대한 잘 쓰려고 해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리플레이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템 하나를 꼽자면 뭔가요?
예전에는 신발과 양말의 색을 매치해서 신는 걸 좋아했거든요. 요즘에는 ‘안경’이에요. 안경 하나로 제 인상의 변화를 줄 수 있으니까요. 제게 잘 어울리는 안경을 쓰려고 하죠(웃음).
<OLO MAGAZINE> ‘오피니언’ 코너는 ‘오늘날 잘 입는다는 것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됐어요. 오늘날 잘 입는다는 건 뭘까요?
결국에는 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게 옷을 잘 입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외모나 체형을 떠나서 자기가 가진 분위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링을 했을 때 스스로도, 그리고 타인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자신의 취향을 잘 표현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으면 잘 입는 거 아닐까요?
마케터이자 유튜버로, 현재 약 71만 명의 구독자의 사랑을 받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채널 ‘리플레이(leeplay)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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