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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을 테마로 여행의 즐거움을 다양한 콘텐츠로 전달하는 브랜드 ‘RTTC(Ready to Travel centre)’의 대표이자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성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남자들을 위한 취미 쇼품샵, ‘맨케이브(mancave)’와 여름을 컨셉으로 한 데일리 캐주얼 브랜드 ‘빅웨이브 컬렉티브(bigwave Collective)’를 함께 운영해오고 있다.
김현성 대표는 맨케이브를 시작으로 20여년간 브랜드를 운영해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아가기를 선택하는 긍정적인 낙관으로 나아간다. 큰 재산을 쌓진 못했어도 ‘경험’이라는 자산을 쌓아왔다는 김현성 대표. ‘망하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하다가 망하기’를 택한 그의 눈빛과 어조에서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RTTC 전경
Q. 당장이라도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할 것만 같은 공간이에요(웃음). 내일 열리는 ‘R.T.T.C FRESH MARTKET’ 팝업 준비로 많이 바쁘죠. 이번 팝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주변 지인들이 저희 보고 행사 머신이라고 해요(웃음). 워낙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하거든요. 그런데 행사를 많이 한다는 건 ‘매출’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많이 알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맨케이브’에서 ‘R.T.T.C’로 이름을 바꾸면서 홍보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사 오면서 공간이 생겼으니 ‘어떤 것을 시도해보면 좋을까’ 고민을 했죠.
주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권이라고 할 것이 없어요. 주택가이거든요(웃음). 저희가 먼저 ‘깃발’을 꽂은 거죠. 그런데 사람들의 유입을 위해서는 꽃집이나 음식점이나 마켓 등 다른 매장이 필요하고, 다양한 상점이 있어야 분위기가 형성되잖아요. 그래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섭외해서 팝업을 열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FRESH(신선한, 새로운)’라는 표현을 썼고요. 야채를 의미하는 게 아니고요(웃음).
Q.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과 협력하는데 섭외 기준이 따로 있나요?
A. 보통 행사를 하면 ‘아는 사람’과 하려고 하는데, 저의 경우 지인과 함께하는 게 크게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너무 가까운 사람보다는 알긴 아는데 한두 다리 건너 아는 분들과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다채로운 분야의 브랜드를 섭외하면 저희도 몰랐던 분들, 그리고 저희를 모르는 분들이 행사에 오게 되는 좋은 점이 있어요. 홍보 효과도 확실히 있고요(웃음).
Q. 어쩌다 인적이 드문 주택가를 선택하게 됐어요?
A. 저희 빅웨이브 매장과 물류 창고가 인천에 있는데, 매장은 명동에 있고, 제 집은 성수거든요. 동선이 너무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관리하기 편하도록 성수나 뚝섬 쪽으로 건물을 알아봤는데 너무 비쌌어요. 마침 친한 동생의 지인이 공덕동에 건물을 짓는데 한번 놀러 오라고 해서 갔더니 맞은편에서 지어지고 있는 이 건물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당시 지인들은 10평 짜리 공간을 운영하더라도 상권이 있는 지역으로 나와야 하지 않냐고 우려 섞인 말을 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한번 ‘혹’하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날 바로 건물주와 연락이 되어서 여기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Q. 제일 처음 마음이 가는 것으로 선택해야 후회가 없죠(웃음). 2011년 맨케이브를 시작으로, 빅웨이브와 R.T.T.C까지 꽤 오랜 시간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왔어요.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브랜드를 새로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A.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제가 추진력이 엄청 좋아요. 마음을 먹으면 일단 시작해요. 디테일은 시작하고 난 뒤에 만들어가는 편이고요. 그래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고요. 그리고 여러 개를 하고 있지만 결은 다 비슷하거든요. 법인명은 여전히 ‘맨케이브’이고, 거기서 빅웨이브’나 ‘R.T.T.C’가 파생되어 나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 입장에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Q. 브랜드를 운영하며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A. 당연히 있었죠. 사업을 해오면서 ‘그만할까, 말까', ‘이걸 그만두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책임질 게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나아갔죠. 쉽게 말해 ‘못’ 망한거죠. 무엇보다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고 매일 상황이 다르다 보니 매출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요. 이 업계가 ‘경기’를 많이 타는 시장이거든요.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소비부터 멈추거든요.
또 저희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다른 브랜드 상품을 유통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 두 영역의 일하는 방식이 굉장히 달라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지식이 다른 하나에 통용이 안 되어 어려울 때가 있고요. 그리고 R.T.T.C를 운영하면서 또 빅웨이브에 힘을 써야 할 경우엔 ‘이게 뭐하는 거지?’ 싶을 때가 많아요. 한쪽에 소홀 해지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할 수 있었던 동력이 궁금해요.
A. 해라, 하지 마라 끊임없이 싸우는 제 마음의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고, 매일 고민하며 잠들면서도 결국 ‘하는 방향’을 선택해온 것 같아요. 제가 20년간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해왔잖아요. 그게 또 제 자산이거든요. 통장 잔고와 경험은 비례하지 않지만, 경험이 많다 보니 확률적으로 가능한 부분들과 긍정적인 부분들을 자꾸만 찾고 발견해내요. ‘이렇게 해보면 잘 될 수도 있겠다’,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나아가는 거예요.
김현성 대표
Q. 상황에 눌리지 않는, ‘잘될 것이라는 낙관’이 이겼네요.
A. 제가 앞서 말했지만, 망해야 할 때 못 망했더니, 그리고 안 망했더니 새로운 가지를 뻗었어요. 남의 것을 파는 걸로 망했어야 하는데 안 망하면, 그다음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이제는 내 것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식으로요. 그래서 제 것을 시작했어요. 제 것을 시작해서 망했어야 하는데 안 망하다 보니 더 확장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쌓아온 유통망이 있으니, 우리 브랜드를 조금 더 성장 시킬 수 있는 것도 생각해보자’가 되는 거죠.
이 모든 과정에 정말 힘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자꾸만 ‘새로운 방법이나 가능성’들을 찾게 되기 때문이에요. 조금 극단적인 비유긴 해도, 죽을 뻔했다가 살아나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고 하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분명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이겨내는 경험을 자꾸 하다 보니, ‘앞으로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해보게 되는 거예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Q. 대표님의 ‘첫 시작’이 궁금해요(웃음).
A. 대학 시절에 제가 인터넷 쇼핑몰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게 잘 됐어요. 그게 카페 24에서 입소문을 타서 지금처럼 인터뷰를 많이 하기도 했고요(웃음). 참 운이 좋았죠. 그땐 인터넷 쇼핑몰을 누가 하더라도 잘 되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졸업할 때 즘이 되었는데 회사를 들어가는 것보다 제 것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전향 했죠. 사무실을 구하고 매출이 커지고 규모도 커져서 점점 수입 브랜드를 늘려나갔어요. 쉬운 것부터, 조금 난이도가 높은 브랜드까지요. 그런데 돈을 벌려고 알려진 브랜드만 수입하는 게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 취미 관련한 것들도 막 팔았어요. 가드닝 세트랑 삽도 팔고, 다트도 팔고요(웃음). 물론 잘 안 됐어요. 당시에 잡지에도 실릴 만큼 관심도 받고, 재밌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관심들이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어요. 처참하게 망했죠(웃음). 그 뒤로 청담동에서 또 큰 매장을 했다가 접고 명동에서 매장을 열었어요. 그 뒤로 7년간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지금 이곳에 온 거고요.
Q. 수입을 할 때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나 제품이 있고 대표님이 좋아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었나요?
A. 브랜드를 만들 때에도, 제품을 고를 때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고 나아갔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저희 매장엔 특별히 유명한 브랜드가 없었거든요? 돈이 될 만한 것이나 알려진 것들은 이미 주변에서 다들 팔고 있는데 그 방향으로 가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제 기준에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을 했는데, 잘 안 됐어요(웃음). 아무래도 사람들은 익숙한 걸 좋아하고 거기서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던 제품들이 지금에 와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요즘은 그 덕을 보고 있어요. 10년간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반응이 나타나는 거죠. 그게 우리 매장의 특징인 것 같아요(웃음).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잘 돼도 그 이유 때문일 거고, 안 돼도 그 이유 때문일 거예요.
Q.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제품을 들여오기 위한 안목은 물론이고, 브랜드 제품을 제작함에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이 필요하잖아요.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A. 특별한 건 없고, ‘공부와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이 들며 자연스레 많이 보고 듣고 느끼다 보면 적재적소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제가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라 정리를 차곡차곡 해놓진 않지만 문득 새로운 생각들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리고 책임감도 한 몫해요. 어떻게든 생각을 해내야 하는 자리에 있잖아요(웃음). 물론 저도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긴 하는데, 정보의 양이 너무 방대하다 보니 오히려 선별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일단 무언가를 시작하면 트렌드를 고려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획을 해보려고 해요.
Q.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제가 대학생 때 만들었던 옷을 입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5년이 지난 뒤에도 그걸 입고 있는 친구들이 또 있었어요. 그리고 10년이 지나니 그 친구들이 아내와 아이와 함께 매장에 오더라고요. ‘옛날부터 좋아했던 브랜드’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가까운 이들에게 소개하면서요. 그렇게 또 20년이 지나니 어렸던 친구들이 커서 찾아오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재밌어요.
아빠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아들이 덩달아 좋아하게 되는 것과 같아요. 다양한 팬층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20년 정도의 연차가 쌓이니까 가능한 일 같아요. 어쩌면 이 일도 그냥 하나의 ‘직업’일 뿐이잖아요. 특별히 남들과 다를 건 없어요. 그저 업일 뿐인데, 그런 소소한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 거죠.
2층 공간
Q. 고객들에게 RTTC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 되었으면 하나요?
A. 근사하지 않은 답변일 수도 있을 텐데요(웃음). ‘최악은 아니었다’라는 기억을 심어주는 공간이길 바라요. 사실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들을 찾아가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최소한 그런 곳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아직은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기 때문에 입소문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고, 거리를 오가다 들르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오셨을 때 5분이 됐든 30분이 됐든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낭비라는 생각이 안 드는 곳이길 바라요. 5천 원짜리 물건을 사든 1만 원 짜리 물건을 사든 쓸모 있게 잘 사용하셨으면 좋겠고요. ‘오, 이런 곳도 있구나?’하는 정도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파는 사람보다 소비자 분들이 더 전문가이고,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다니시기도 해요. 안목이 뛰어난 분들도 많고요. 그러니 욕만 안 먹어도 다행이에요. ‘잘 놀고 왔다!’라는 생각만 들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Q. 1층 매장과 2층 카페 공간 중에 가장 애정을 담아 꾸민 곳은 어디예요?
A. 지금 계신 곳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곳이에요. 원래 2층 카페 공간이 굉장히 심플했거든요. 그런데 깔끔한 게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모던한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개인 취향이 담긴 물건들로 많이 채워넣었어요. 여기 있는 LP나 잡지 같은 경우도 모두 제 소장품이거든요(웃음). 간혹가다가 파는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다 제 것이에요. 제가 직접 경험하면서 모아두었던 것들이 너무 많은데 버리기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찾아오시는 분들의 흥미를 끌만한 것들은 남겨두었어요. 그리고 단순히 예쁜 것들이 아니라 제 경험이 묻은 것들이다 보니 ‘이거 뭐예요?’라고 물어보시면 대화하기 좋아요. 설명하기도 편하고요. 특히나 잡지 같은 경우는 70년대 잡지도 있거든요? 요즘 친구들이 그런 걸 어디서 보겠어요(웃음). 그래서 보라고 뒀어요.
Q. 곳곳에 숨겨진 대표님의 발자취를 보는 재미가 있어요. 대표님의 취향과 안목도 함께 예측해볼 수 있고요(웃음). 앞으로 R.T.T.C의 성장 목표나 방향성이 있으면 나눠주세요.
A. 먼저는 안정적이고 건강한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매출이 탄탄해서 월급이 밀릴 일이 없고, 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이길 바라죠. 저희가 투자를 받기 용이한 회사를 운영하는 게 아니어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먼저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할 수 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R.T.T.C가 이름처럼 여행을 준비하는 공간으로서 충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맨케이브, 빅웨이브 컬렉티브, R.T.T.C 3개 브랜드 대표 및 디렉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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