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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남산을 마주한 카페 ‘TRVR’에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고아웃 매거진> 김환기 편집장을 만났다. 바쁘게 흘러가는 삶의 루틴 속에서도 늘 어딘가로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그에게서 여유로움이 묻어나왔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하는 의문을 품고서 그간의 삶의 궤적에 대해 물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고아웃 매거진> 편집장 김환기입니다.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의 시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를 제일 좋아하고 즐겨 읽고요. 문밖의 삶을 동경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경험하기를 좋아합니다. 요즘은 일상에서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자취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잡지사의 경우 한 달이 굉장히 빠르게 흘러가잖아요. 평소 어떤 일상을 보내시나요?
우선 제게 주어진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달 빠른 삶을 살고 있기에, 2024년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요. 시간이 조금 여유로울 땐 반려견 '구르미'와 산을 오르고 있고요. 11월에는 저와 친분이 있는 크루와 종주 계획이 있어 코스도 미리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개인적인 목표나 여행 계획도 세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죠. 2024년이 더욱 기다려지네요.
패션 전공 후 디자이너, 브랜드 디렉터, 컬쳐 매거진 디렉터, 그리고 지금은 <고아웃 매거진> 편집장을 맡고 있죠. 어떻게 에디터의 길을 걷게 됐나요?
지나고 보니 꽤 무모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 '잡지'라는 신선한 도구를 자연스럽게 접했어요.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 '표현 방식'에 관한 물음을 늘 갖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패션 전공 후 의류 제작, 카페 운영, 브랜딩 등 다양한 시도를 해오면서 각기 다른 분야의 경험을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집합체가 잡지였고,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어요. 여전히 글자 하나, 사진 한 장이 큰 울림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하고 싶으면 시도하고 보는 ‘추진력’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문득 궁금해요. 편집장님은 원래 읽고 쓰는 일과 친했나요?
저의 경우 다 큰 성인이 돼서야 책 읽는 걸 좋아하게 되었어요. 대학시절 책을 신청하면 도서관에서 구매해 주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그 책이 오면 처음 신청한 사람에게 알림이 와요. 그럼, 그 책을 받아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눈에 담으려고 애를 썼어요. 지금이야 검색 몇 번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때는 조그마한 노력이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좋은 자료와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따로 기록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생겼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월급을 받으면 10%는 무조건 책을 사는데 썼고요. 저한테 주는 선물이랄까요? 양손 무겁게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죠(웃음).
잡지에 실리는 ‘EDITOR’S NOTE’가 기억에 남아요. <고아웃 매거진>의 활기찬 느낌과는 달리 감성을 건드리는 글이었어요. 글을 쓸 때 어떤 점을 고려해서 쓰는 편인가요?
레터를 쓸 때 정말 많이 고민 하고 써요. 때로는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이번 호 레터는 어떠냐며 의견을 묻기도 하죠(웃음). 저의 경우 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삶이 고단할 때는 그런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시선에서 제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고요. 잠시라도 글 읽는 시간이 쉼'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진심을 담아 쓰고 있습니다.
에디터로서는 ‘기획, 취재, 원고 작성, 현장 디렉팅’, 편집장으로서는 그 모든 일에 더해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에디터에게 필요한 태도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모든 일에 통용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과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감각이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일하는 기본자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감각을 높이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생각을 나누며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자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꽤 달라지는 분야거든요. 프로젝트가 끝난 후 리뷰도 중요하고요. 결과가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결과로 가는 작은 결정의 단계이기에 성실한 부분을 제일 높게 치고 있습니다.
‘성실과 진정성’, 기억해 두겠습니다(웃음). ‘덕업일치’를 꿈꾼다는 소개 글을 봤어요. 이루었나요?
일을 하면서 자연이 변화하는 걸 늘 몸으로 느끼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제 몸과 마음을 계속 살피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무탈하게 사고 없이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순간순간 보람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아웃 캠프, 매거진 마감, 다양한 촬영과 프로젝트가 물 밀듯이 들어올 때면, 묵묵히 역할을 해주는 후배,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편집장으로서 고충이 있다면?
모든 상황을 고충으로 여긴다면 불행하겠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 기꺼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기에 사실 고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맡은 직무에 대한 능력과 숙련도, 압박감은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보문고
<고아웃 매거진>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이길 바라나요?
늘 곁에 두고 꺼내볼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비추어 볼 때, 아웃도어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취미, 개인의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아웃 매거진>은 한국의 아웃도어 문화와 함께했고, 함께하고, 함께 할 것이기에 그 중심에서 언제나 즐거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험이 새로운 추억이 되는 순간
지난 10월, 경북 안동에서는 제16회 <고아웃 캠프>가 열렸어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고아웃 코리아>가 주최하는 이 페스티벌은 한국을 대표하는 캠핑 페스티벌이죠. 코오롱 OLO 매거진도 참가해 좋은 추억을 만들었는데요. 참가한 약 만 오천 명의 참가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나요?
한국에도 이런 대규모의 캠핑페스티벌을 열 수 있고, 그 문화를 지속해서 이끌어 갈 수 있는 하는 원동력은 참가자 분들의 몫이 굉장히 커요.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리뷰를 듣고 고아웃 캠프를 통해 카누, 바이크, 패들보드, 러닝등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체험하고, 그 경험이 새로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캠프을 기획하고 준비할 때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뭔가요?
어떤 행사든 마찬가지겠지만, 안전을 제일 우선시합니다. 짧은 기간동안 전국의 수많은 캠퍼가 오는 축제이니 상호간의 규칙과 에티켓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안내와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점을 둡니다.
안동 고아웃 캠프를 즐기는 캠퍼들.
1-2. ‘양산고무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캠퍼의 사이트. 이들은 캠핑에 대한 애정을 분모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3. 10년째 함께 캠핑을 즐기고 있는 가족. 10대로 보이는 자녀들 역시 자연스럽게 캠핑을 즐기고 있다.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고아웃 캠프>의 매력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라이스프타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하나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또한 다채로운 브랜드의 신규 아이템과 기어를 경험할 수도 있고요. 캠핑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다양한 놀이와 문화를 접하고, 지역별, 브랜드 유저별 커뮤니티를 교류하고 형성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아웃 캠프는 그야말로 ‘캠핑 박람회’ 같았다. 캠퍼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개성과 캠핑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삶
편집장님은 주로 언제 떠나세요?
휴식이 필요할 때면 항상 떠나죠. 다시 돌아올 수 있기에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서는 것 같아요. 노트북 하나면 어디서든 업무를 할 수 있기에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자주 가는 아지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비교적 사람이 없는 곳을 찾다 보니,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숲이나 산을 자주 갑니다. 밝힐 순 없지만 촬영을 자주 하는 터라, 인연이 닿아 개인적인 공간을 내어주시는 곳도 있고요.
트래킹, 하이킹, 캠핑 등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신다고요. 편집장님이 생각하는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매력은 뭐예요?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화 덕분에 매번 같은 곳을 가도 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경험하는 것도 즐겁고요.
‘WALKRADIO’라는 주제로 칼럼을 쓰시기도 했잖아요.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신다고요. 편집장님에게 ‘걷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가요?
'쉼'입니다. 실타래 같이 엮인 마음의 노여움을 푸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걸으면서 조금씩 날려 보내기도 합니다. 익숙해지니 이제는 그런 시간이 없으면 삶의 균형을 잡기가 조금 어려워지더군요. 걸으면서 저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어딘가로 떠나고, 걷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가는 그 시간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요.
일종의 '건강한 자극'이 되어줍니다. 일상을 살아가는데 또 다른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반복되는 도심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백패킹이나 하이킹 등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통해 자연과 마주할 때면 마음과 몸에 즐거운 여유를 주는 시간을 갖습니다. 자연에 있을 땐 시간도 마치 천천히 흘러가는 듯하거든요. 준비 과정부터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내 몸을 움직여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이때만큼은 나를 둘러싼 부정적인 것들을 대신해 긍정적인 것으로 채우기도 하고, 또 다른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일상에서도 조금은 여유로워지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감정 기복이 없는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일상다반사의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게 됩니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우선은 <고아웃 매거진> 편집장의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요. 하이킹이나 트레킹을 하면서 필요했던 기어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쓸 용도로요. 저는 ‘BPL(Backpacking Light)’, ‘UL(Ultra Light)’ 형태로 최소한의 아이템으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편인데요. 그럴 때마다 사용하는 테이블이나 기어류의 제품들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었어요. 그런 불편함을 줄이고자 소소하게 제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고요. 실제로 개인적으로 쓸 용도로 경량 테이블을 만들어 볼 생각으로 현재 디자인까지 마친 상태입니다(웃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고아웃 매거진>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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