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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수십 개의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올라오는 계정 ‘wi_see_list’ 운영자 위한솔 브랜드 마케터를 만났다. 브랜딩과 마케팅 관련된 지식을 얻고 싶다면 그의 계정을 참고하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꾸준히 기록하며 ‘위한솔’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비전을 물었고, 누군가의 삶의 고유성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 되길 꿈꾼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반가워요.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IT 회사의 브랜드 마케터 위한솔입니다. 현재 기업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광고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제일기획, 카카오페이를 거쳐 IT 회사 브랜드 마케터의 길을 걷고 있죠. 어떻게 광고 회사의 AE(account executive)로 일하다가 브랜드 마케터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저는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는데요. 당시 광고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취업을 준비하고 제일기획에 입사했어요. 그곳에서 6~7년간 일을 하며 세상이 ‘디지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당시 ‘인터넷 전문 은행’이라는 걸 접했고, ‘은행도 모바일로 이용하게 된다면, 앞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종합광고 대행사보다는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됐고요. 다행히도 제가 쌓은 경험들이 마케터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 마케터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AE(account executive)로 일하던 과거와 마케터로 일하는 지금, 업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요.
캠페인을 기획하고 방향성을 수립하는 것에 있어서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10년 전에는 TV 광고, 인쇄물 광고, 옥외 광고 등 마케팅 수단이 비교적 단순했지만, 지금은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 채널 선택지가 다양해져 할 일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마케터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여러 대행사와 협업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지다 보니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AE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 영역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브랜딩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에요. 기업으로 보면 ‘우리 회사가 뭘 만드는지’, ‘어떤 가치를 지켜나갈 건지’에 관한 것이고요. 마케팅은 세상을 보는 것 같아요. 바로 ‘시장’이죠.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요즘 어떤 게 유행하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가 만든 가치를 이 시장에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전략을 짜는 거죠. 결국 브랜딩을 활용해서 마케팅하는 것이 브랜드 마케팅이거든요.
그럼, 브랜딩과 마케팅 중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까요?
브랜딩이에요. 왜냐하면 수많은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에요. 남들은 다 한다는, 돈이 잘 벌리는 마케팅 전략이 있대도 브랜드의 가치와 방향성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하거든요.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배울수록 깊어지는
지금까지 10년 정도의 경력을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게 있다’고 항상 생각해요.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관련된 책을 비슷한 내용인 걸 알면서도 읽거든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관점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제가 강의도 많이 듣는 편이거든요. 블로그 마케팅 강의를 볼 때도 ‘이 생각은 나랑 같네’, ‘이 부분은 나와 다르네’ 하는 식으로 발견한 것들을 정리하면서 제 생각이 더 정교해진다는 걸 알았어요. 이 모든 게 궁금증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캠페인, 광고, 브랜드가 탄생하니까 마케팅 일은 지루할 틈이 없어요. 새로운 자극을 자주, 많이 받다 보니까 거기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를 지속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어요(웃음).
무슨 일을 하든지 배움을 유지하는 태도는 정말 중요하죠. 한솔 님은 좋은 마케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호기심, 사람에 대한 관심, 삶에서 다양한 재미를 발견하려는 태도, 글을 잘 쓰는 능력, 자신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능력’입니다. 마케터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상과 사람에’ 관심을 가지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여기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남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쓸 줄 아는 것을 말하고요. 마지막으로 자기를 잘 나타내는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자기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잘한다’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마케팅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에요. 그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궁극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인 것 같아요. 보통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해요. 공포를 자극하거나 신뢰를 쌓는 거예요. 빠른 시간 내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공포로 움직이는 게 좋은 방법이죠. 예를 들어, ‘이 제품을 사지 않으면 빈대에게 물립니다’와 같은 화법을 사용하는 거예요.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건 긴 시간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신뢰는 결국 ‘경험’을 통해 쌓이거든요. ‘한결같다’는 믿음을 줘야 해요.
이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마케터는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수많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자신의 화법이나 보이스로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SNS를 운영하는 것도, 유튜브를 만드는 것도, 제품을 잘 팔 수 있도록 기사나 텍스트를 쓰는 일도 마케터가 대표성을 가지고 표현하는 일이라는 게 매력적이에요. 회사에 필요한 핵심 메시지를 뽑아내는 일을 맡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브랜드 마케터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책
1. <마케터의 일> 장인성 저, 마케터들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며 일을 해야 하는지를 담은 말랑말랑한 책
2.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홍성태 저, 브랜딩에 관한 온전한 지식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
3. <기획의 정석> 박신영 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기획의 방향성을 배울 수 있는 책
#마케터 '위한솔'이라는 브랜드
원래 이 계정은 개인 계정이었는데 지금과 같이 변화를 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우선, 제가 약간 활자 중독에 가깝거든요(웃음). 매일 책을 읽거나, 콘텐츠를 듣고 또 봐요. 그런데 그 내용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됐어요. 인풋은 많은데 아웃풋이 거의 없는 거예요. 그러다 ‘내가 보고 듣고 읽은 콘텐츠를 기록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인스타그램이 가장 적합한 툴이라고 생각했고요. 읽은 책 내용이나, 다양한 기사들, 제게 좋은 인사이트를 줬던 콘텐츠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하나씩 쌓기 시작했어요.
또, 당시 수식하는 ‘타이틀’을 빼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예를 들면 제일기획 위한솔, 카카오페이 위한솔 등 회사 이름이 앞에 붙어있는데 이 수식어를 뺀, 저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니 잘 그려지지 않았어요. 제 자신을 정의하는 과정을 갖고 싶었죠. 브랜드 마케터로서 ‘위한솔’의 정체성도 뚜렷하게 세우고 싶었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것 같아요.
하루에 수십 개의 스토리가 올라오는데, 단순히 내용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한솔님의 인사이트를 전한다는 게 느껴져요. 원래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좋아했나요?
제가 지적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쓸데없는 궁금증도 많아요(웃음). 길을 걷다가 ‘저 광고는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저 메뉴판은 왜 저렇게 만들어 놨을까?’ 등 여러 질문을 던지는 편이고요. ‘why’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검색해서 찾아보고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것에 기본적으로 재미를 느껴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들을 남들에게 알려주는 걸 좋아하고요. 예전부터 좋은 아티클이나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동기들이나 회사 선배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 공유했어요. 아무도 반응해 주지 않아도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에 그냥 즐거움을 느껴요(웃음). 그래서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올릴 때도 누군가의 반응을 바라고 올리는 건 아니고요. 제가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꾸준히 남기다 보니까 스토리와 피드에 쌓이고, 하나의 콘텐츠가 됐어요. 휘발될 수도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힘을 가지게 됐죠.
회사에 다니면서 개인 계정을 운영하는 거잖아요. 평소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이 계정을 위해 시간을 따로 떼어서 쓰지는 않아요. 일을 할 땐 일을 하고요. 일 외의 시간에 제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수시로 올리는 거예요. 이동 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 틈이 나는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제 삶의 일부가 됐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꾸준함을 가져온 거네요(웃음). 개인 계정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또한 ‘기획’이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한솔님은 좋은 기획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콘텐츠를 기획할 때 제일 먼저 ‘why’를 물어요. ‘이게 진짜 문제가 맞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야?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이거 맞아?’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요. 방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질문이에요. 또 하나는 ‘내 생각만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걸 인지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10년 차 마케터 위한솔의 생각과 1년 차 신입이나 마케팅과 관련 없는 누군가의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가 있잖아요. 경력과 무관하게 그들의 생각이 답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세상의 다양한 시각 가운데 어떤 의견을 선택할지 폭넓게 고민하고 무엇이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내가 원하는 것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요?
두 가지 경우를 말씀드릴 수 있어요. 기업의 경우, 우리의 것과 사람들의 관심사의 비율은 3대7 정도가 좋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일본의 대표 편집숍, ‘빔즈(BEAMS)’의 엔도 케이시 부사장이 한국에 강연을 한 번 했을 때 사람들이 질문을 했어요. “빔즈는 어떻게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면서, 돈을 버십니까?”라고요. 그랬더니. '저희는 돈이 되는 물건을 만들어 팝니다. 대신 그중 한두 가지는 팔리지 않아도 우리의 가치를 지키는 걸 만듭니다.'라고 답했어요. 그 답변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결이 같아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선 브랜드의 가치를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적정선으로 유지 하는 것이 좋아요.
반대로, 소규모 브랜드나 개인 브랜드의 경우는 내가 원하는 것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의 비율을 7대3 정도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봐요. 결국 이 또한 내가 원하는 것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는 거죠.
#퍼스널 브랜딩,
저마다의 뿌리를 내리는 것
‘wi_see_list’를 5년 이상 운영하는 과정 중에 어려운 순간은 없었나요?
요즘엔 단순히 팔로워 수보다 ‘제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지금보다 더 팔로워가 늘어난다고 해서 더 행복할까?’생각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그래도 긴 고민 끝에 한가지 생각한 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사람은 각기 다른 경험을 쌓아가잖아요. 같은 일을 겪더라도 느끼는 게 모두 다르고요. 그걸 세밀하게 잘 들여보다 보면 결국 고유한 나를 발견하게 돼요. 그게 곧 브랜드가 되는 거고요. 그리고 나를 브랜드로 봐주는 사람이 백 명, 천 명일 필요도 없이 주변 사람 열 명이라도 ‘내가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 사람인지’를 아는 게 브랜드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메시지를 바탕으로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렇죠. 고유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오랜 시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럼, 한솔 님은 스스로 고유성을 찾았나요?
저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는데요(웃음). 먼저는, 제 이름을 기억하며 살고 싶어요. ‘한솔’은 순 한글로 큰 소나무라는 뜻이에요. 큰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뿌리가 깊이 뿌리내려 흔들림 없이 몇백 년이고 살아가잖아요. 모든 사람이 뿌리 깊은 큰 나무가 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이 뿌리 내리는 게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사람들 각각의 삶의 고유성을 발견해 주는 브랜드 마케터, 본질을 지켜주는 브랜드 마케터가 되고 싶고요.
한솔님에게 브랜딩은 뭐예요?
브랜딩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이에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지켜 낼 힘이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안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해요. 궁극적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고요. 만약, 제가 갑자기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효소를 팔면, 팔리긴 하겠죠. 그런데 제가 그걸 하지 않는 걸 선택하는 것처럼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더라도 계속 살아가며 삶의 기준과 가치를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한솔 님의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백 명의 사람에게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제 오랜 꿈이에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라도 저로 인해 더 좋은 길을 선택하거나, 무엇인가에 의지를 갖게 된 사람이 백 명쯤 생긴다면 삶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일이나 프로젝트가 좋은 레퍼런스가 돼서 트렌드 리포트에 실리는 것도 상상해 봤어요(웃음). 그만큼 두고두고 회자될 좋은 레퍼런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IT 회사의 브랜드 마케터이자 3.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 ‘wi_see_list’ 를 운영하며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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