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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강원도 고성에서 캠퍼들의 축제 ‘고아웃 캠프’가 열렸다. 맑은 하늘 아래 저마다 들뜬 표정으로 짐을 풀고 피칭하는 사람들 속에서 캠퍼 조현지를 만났다. 구독자 5.8만 명의 유튜브 채널 ‘도란코’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한 그녀. 백패킹부터 모토 캠핑, 차박 그리고 노지 캠핑까지, 그녀의 캠핑라이프는 거침이 없다. 반려견 ‘빼로’와 함께 종횡무진 세상을 누비는 그녀의 이야기를 OLO매거진이 들어보았다.
#참된 여유를 찾아서
안녕하세요. OLO매거진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캠핑 유튜브 채널 ‘도란코’를 운영하고 있는 캠퍼 조현지입니다. 제 옆의 강아지 빼로의 언니이자 12년차 영양사이기도 합니다.
전업 유튜버가 아니셨군요. 생활 패턴이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평일에 캠핑을 가지 않는 한 퇴근 후 카페에서 영상을 편집해요. 제가 기숙 학원의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데, 이런 곳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 아이들이 똑같기 때문에 매일 상주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래서 바쁘지 않을 땐 점심까지만 챙기고 퇴근해 캠핑을 떠날 수 있어요. 촬영을 위한 캠핑을 다녀오면 온전히 쉬기 위한 캠핑도 다녀오는 편이라, 편집할 게 없을 땐 체력을 기르기 위해 헬스에 다녀요.
저도 퇴사를 꿈꾸며 유튜브에 도전해보았는데(웃음) 게을러서 못하겠더라구요. 퇴근하고 편집이라니, 쉽지 않은 일인데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한창 코로나가 유행할 때 퇴사 후 캠핑유튜버로만 살아본 적도 있어요. 제가 평일에 한 번, 주말에 한 번씩 캠핑을 간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백수가 되니까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것도 꾸역꾸역 가게 되더라고요. 누워서 캠핑 정보를 찾는데 어딜 봐도 예쁘지가 않고 기대감이 없었어요. 오히려 회사에서 일하다가 짬을 내서 어디 갈지 찾아볼 때의 설렘이 그리웠죠. 수익적인 면에서 유튜브로 버는 게 적지 않았지만, 결국 다시 직장을 구했어요. 그때 느꼈죠. 시간이 많다고 다 여유가 아니라는 거요. 나한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참된 여유는 결국 내가 직접 만들고 찾아야 한다는 걸요.
그럼 캠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제겐 ‘캠핑을 시작한다’는 말이 좀 어색해요. 코로나를 거치며 캠핑이 주류 트렌드가 되긴 했지만, 사실 저희 부모님 세대도 캠핑이며 여행이며 다 다니셨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자주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바깥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게 일상이었어요. 커서 친구들과 만나 놀다가도 “계곡 가자” 하면 바로 가고. 그러다 보니 차에 텐트는 몰라도 취사도구며 의자, 테이블은 있었죠. 그러다 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 연고가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친구도 없고 외로워서 혼자 놀 방법을 생각하다가 캠핑을 시작했어요.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요. 거의 11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와, 정말 오래되셨네요. 어쩌다 영상으로 기록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을까요?
제가 잠시 영양사 일을 쉴 때가 있었는데, 아는 피디님께서 놀지만 말고 뭐라도 하라면서 스태프로 저를 써주셨어요. 화면 뒤 분주히 돌아가는 현장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신기했어요. 그래서 이쪽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러다 카메라도 들어보고, 편집 연습은 뭘로 하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내가 꾸준하게 오래 할 수 있고, 촬영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했더니 답이 캠핑이었어요. 제가 영상을 만들고 제 스타일대로 편집하는 게 정말 재밌더라고요. 업로드를 꾸준히 하니까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생겨났고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엔 픽업트럭을 타고 강아지 데리고 다니면서 여행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똑같은 캠핑은 싫어해서 계속 이렇게 저렇게 바꾸고 시도해 봐요. 오토바이로 모토 캠핑도 하고. 제 채널의 매력은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오토바이는 어떻게 타게 되신 거예요?
한때 동료 캠핑 유튜버가 논란에 휩싸였던 적이 있어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개인을 향해 비난하는 모습을 보니까 유튜버를 그만두고 싶었죠. 그러면서 조금이지만, 유튜브로 번 돈을 어딘가에 다 써버리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바이크를 냅다 일시불로 샀어요(웃음). 한동안 바이크만 타고 돌아다녔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나더라고요. ‘모토 캠핑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유튜브를 해야겠다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혼자 캠핑을 가면 심심하긴 해요. 피칭이 끝나면 딱히 할 게 없거든요. 근데 카메라가 있으면 제가 할 게 생기는 거예요. 조금 더 사이트를 치우게 되고 더 맛있는 걸 먹게 되고요. 결과적으로 촬영하는 동안 제가 스스로를 더 아끼고 정성스럽게 대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여전히 편집하는 것도 재밌고요.
예전 영상들을 보기도 하시는지 궁금해요.
네, 저는 진짜 잘 봐요(웃음). 오래전 영상 보면서 예전엔 내가 뭘 하면서 놀았었나, 예전의 나는 어땠나 알 수 있거든요. 캠핑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고, 저도 협찬을 받아서 영상을 촬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예전과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또 어릴 때의 빼로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빼로가 보여주는 세상
반려견 빼로와 함께 캠핑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빼로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부터 빼로랑 곧잘 나갔어요.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시작한 거였으니까(웃음). 그런데 본격적인 계기를 꼽자면, 빼로가 제가 보여준 세상을 기억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 있어요. 빼로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배려로 밤새 간호를 할 수 있었어요. 어느 날 야전침대를 가져가서 펴는데, 케이스 안에서 빼로가 자기도 침대에 올라가겠다고 문을 엄청 긁는 거예요. ‘아, 빼로가 캠퍼가 다 됐구나. 캠핑 허투루한 게 아니구나. 내가 보여준 세상 다 기억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로는 힘들어도 더 자주 함께 하고 있어요. 어쩔 때 보면 저보다 더 캠핑을 즐기는 것 같아요. 같이 갔을 때 사진 보면 다 익숙한 듯 앉아서 눈 감고 자연을 느끼고 있거든요(웃음).
빼로와 함께 하는 캠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안동에 차박을 갔을 때였어요. 새벽에 빼로의 배변 활동 때문에 문을 딱 열었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고 벚꽃만 한가득 피어있더라고요. 꼭 저와 빼로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빼로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되려 빼로 덕분에 제가 더 넓은 세상을 봅니다.
#일단 움직여야 한다는 것
한 마디 한 마디 캠핑을 정말 사랑하신다는 게 느껴져요. 너무 뻔한 질문일 수 있지만, 제가 집순이라서(웃음). 캠핑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캠핑의 매력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워요. 캠핑 갈 준비할 때 느끼는 설렘, 침낭 속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의 낭만 같은 게 다 그날그날 다르게 다가오죠. 뭔가를 못 챙겨왔다거나 장비가 부서졌을 때도, 혹은 비바람으로 인한 해프닝을 겪는 것도 결국 다 추억이 돼요. 최근에 빼로를 안고 인제 자작나무숲으로 백패킹을 갔는데 너무 힘들어서 울었거든요, 저. 근데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답고 재밌는 순간으로만 남아요. 하다못해 캠핑 마치고 텐트를 접고, 캠핑 용품을 정리하는 청소가 재밌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요.
캠핑을 통해 배운 삶의 깨달음이 있다면?
생각만 하면 바뀌는 게 없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온라인에 수많은 박지 정보가 있고 유튜브만 봐도 캠핑이든 여행이든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세상이지만 결국 제가 직접 가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저도 캠핑을 매번 즐겁게 떠나진 않아요. 그런데 웃긴 게, 분명 귀찮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나왔는데 출발하자마자 행복해하는 제가 느껴져요. 그래서 무조건 일어나서 뭐라도 해보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노지캠핑을 많이 하시던데, 장소 선정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유명한 곳과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중간이요. 너무 알려지지 않은 곳은 무섭고 반대로 유명한 곳은 사람이 많아 복잡해요. 남들이 한두 번씩은 다녔지만, 제가 조금 더 발품을 팔아서 개척할 수 있는 정도의 장소를 좋아합니다. 딱 한 사이트를 정해서 가기보다는, 주위를 차로 돌아다니다가 괜찮은 곳 발견하면 거기서 지내보고요.
탐험가 기질이 있으신 것 같아요.
네(웃음). 그래서 영양사로 일하다가 여행사에서 일하겠다고 퇴사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여행사에서 일해 보니 전화 응대만 하고 같은 업무가 반복되다 보니 제가 꿈꾸던 즐거움은 없더라고요. 제가 기대한 건 여행 루트를 개발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캠핑을 하면서 그 꿈을 이뤘어요. 노지 캠핑에 다녀와서 좋으면, 꼭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데리고 가요. 그래서 같이 간 친구들이 좋아하면 너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캠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팁을 준다면?
힘을 빼야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고아웃이나 SNS에 보면 좋은 텐트들이 진짜 많아요. 그걸 보고 캠핑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수 있는데, 그런 텐트에 맞춰서 장비를 사려고 한다면 결국 다 돈과 시간이 연결돼있죠. 너무 처음부터 힘을 들이지 말고, 로망만 좇지 않았으면 해요. 면 텐트가 예뻐서 샀는데, 내가 사실은 우중 캠핑을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면 텐트 말리는 거 정말 귀찮거든요. 내가 어떤 환경을 좋아하고, 거기서 어떤 즐거움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다음 조금씩 장비를 늘려가는 걸 추천해요. 힘을 잔뜩 들여서 캠핑을 시작했는데 한번 하고 지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요.
마지막으로, 캠핑을 즐기는 현지님만의 진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캠핑으로 로망을 채우려고 하지 않는 거요. 실제로 캠핑을 다니다 보면 생각 보다 자리싸움이 치열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비싼 장비에 치여서 내 캠핑 스타일이 뭔지 모르고 따라갈 수도 있어요. 캠핑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도 일단은 버려야 해요. 꼭 큰 텐트를 치고, 화로를 놓고 하는 게 아니라 그늘 좋은 곳에 가서 의자 펴놓고 커피만 마셔도, 새소리가 가득한 곳에 돗자리 펴놓고 낮잠만 자도 힐링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렇게 조금씩, 온전하게 그 순간을 즐기는 나만의 방향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로망으로 꿈꿔왔던 순간이 갑자기 찾아와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단번에 ‘와! 이게 행복이야!’ 하는 행복을 찾아 애쓰기보다는, ‘하다가 보니 행복한 순간’들이 곳곳에 함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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