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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피플>, <하트시그널 4>에 출연해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내면의 소유자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주미 변호사를 만났다. 그녀는 현재 변호사이면서도 유튜버, 광고 촬영, 플리마켓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주미 변호사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느낀 건 자신의 삶을 돌보는 데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삶을 가꾸는 것에도 결코 ‘대충'하지 않는 사람, 이주미. 그토록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타인을 향한 다정함을 건넬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계속해서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충하지 않는 마음
본업에 방송 출연, 광고 촬영에 인터뷰, 개인 채널 운영까지. 최근엔 플리마켓도 하시고요. 어떻게 다 해내는 건가요(웃음).
처음 새로운 일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는 생소하기도 하고, 붕 떠 있는 기분이었는데 이젠 모든 게 제 일상이 됐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시작해야 해요(웃음). 아니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모두 처음 하는 경험이고 냉철함과 이성을 요구하는 변호사 업무와는 다른 결의 일들이라 새롭기도 하고 재밌어요(웃음).
<하트시그널 4>에서 주미님의 직업이 이슈가 됐어요. 먼저, 본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처음부터 변호사가 꿈은 아니었다고 들었거든요. 변호사가 되기로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음, 제 대학 시절을 떠올려보면 열심히 연애도 하고 놀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평생 공부를 해왔다보니 마냥 노는 건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한번 제대로 해보자!’하고 했는데, 성적이 잘 나온 거죠(웃음). 그 후로 본격적으로 법 공부를 시작했는데 학문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궁금한 게 있으면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파고드는 스타일인데 이런 성향이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과 너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여러 판례를 읽고 탐구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거예요.
5년 전 출연했던 <굿피플> 촬영할 때만 해도 인턴이었는데, 어느덧 4년 차 변호사가 되었어요. 변호사로서 꿈꿔왔던 삶을 살고 있어요?
전 남들이 힘들다고 하는 수험 생활도 즐겁게 했거든요? 워낙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어서 살면서 번아웃을 겪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요. 그런데 변호사가 된 직후에 번아웃이 왔어요. 법대와 로스쿨 공부까지 8년을 외길 인생을 살았잖아요.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순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방향을 잃은거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변호사 1년 차가 조금 지났을 때 퇴사했어요. 일로 인정도 받고, 재미도 느끼던 시점이었지만 과감히 퇴사하고 스타트업에 입사했죠. 그런데 그곳에서의 일도 제가 원하던 일이 아니어서 퇴사하고 무소속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 <하트시그널>도 나가게 됐죠(웃음). 8년 동안 같은 일만 반복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부터 도전 의식이 막 자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여러 번의 시도와 멈춤을 지나 지금의 주미님의 자리에 있는 거네요. 지금까지 송무 변호사, 자문 변호사로서 다양한 일을 해왔잖아요. 요즘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자문이나 다양한 기관, 시청, 기존의 의뢰인들이 맡겨주시는 일을 담당하고 있고요. 현재 업무 구조상 제가 수임하는 사건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서 좋아요.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잖아요. 승패가 있는 일이라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 할 수도 있고요. 주미님은 매 순간 어떤 마음으로 일을 대하는지 궁금해요.
스스로 가장 잘 맞는 곳이라 생각하고 자리를 잡은 일이잖아요. 제가 어렵게 선택한 길이니만큼 때로는 권태롭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고, 또 위험한 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은 지키고 싶었어요.
스스로 ‘이 자리에 있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라고 물었을 때, ‘명예’라는 답이 나왔고, 명예는 신념이 올곧게 지켜질 때 얻을 수 있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제게 주어지는 사건을 바라볼 때 신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요. 그런 태도로 일을 하다보니 사건의 승패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에 승복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신념이요?
‘중립’을 지키는 거예요. 일을 하다보면 드라마틱한 사건보다는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사건을 맡는 경우가 많거든요.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아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모욕죄로 고소를 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가끔은 ‘내가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 이 정도의 에너지를 써야 하나?’ 싶을 때도 있고, 감정적으로 공감이 과잉되거나 결여될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걸 알게 돼요. ‘행위’가 나쁠지언정 '행위자'가 나쁜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중립을 지키려고 해요. 또 제가 의뢰인의 마음에 다 공감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분에겐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변호사로서의 사명감이라고 한다면,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거예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이 도전이 돼요. 자기 업에 대한 긍지가 느껴진달까요(웃음). 주미님은 변호사로서 일을 하며 언제 뿌듯함을 느껴요?
문득 주미님의 한 인터뷰에서 읽은 글이 떠오르는데요. 단순히 변호사가 될 것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죠. 주미님은 어떤 변호사로 살아가고 싶은지 나눠주세요.
매일 관성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만 포커스를 두면 언젠가 번아웃이 또 올 거예요. 변호사라는 업이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속은 굉장히 치열하거든요. 일하는 만큼 인정을 못 받을 때도 많고, 야근도 굉장히 자주 해요. 또 이미 사건의 윤곽이 잡혀서 승률이 빤한 상태로 넘어오는 일도 있어서 ‘적당히’라는 유혹이 종종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앞에 있는 사건, 저를 찾아온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분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도우며 살고 싶어요.
주미님처럼 변호사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묻는다면, 뭐라고 말씀해 주실 건가요?
‘대충하겠다는 마음’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변호사’라는 타이틀만 보고 이 일에 뛰어들면 오래 버티기 힘들 수도 있어요. 힘든 사건이 나에게 와도, 밥먹듯이 야근해야 하더라도, 가끔 번아웃이 오더라도, 버텨낼 만한 정신력을 갖추었으면 좋겠어요. 사력을 다해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를 위해서도, 의뢰인을 위해서도 대충은 안 돼요(웃음).
대충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 있어요?
제가 막내일 때의 일인데요. 한번은 승패가 뒤집어진 적이 있어요. 선배님들이 보기에 이미 판이 기울어진 사건이어서 막내인 제게 떨어진 사건 같았죠. 그럼 저도 형식적인 분량의 서면만 만들면 되는 거였어요. 어차피 안 될 사건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찝찝한 거예요. 그래서 한 시간만 더, 두 시간만 더 해보자 하다가 새벽 다섯 시 반까지 파고들었어요. 다섯 시 반을 넘기는 시점에 사건이 풀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 후로 두 시간 만에 서면을 완성했어요. 얼마 후 결과가 나왔는데 그 사건을 이긴 거예요. 그때 일하는 자세가 바뀌었어요. ‘될 것 같으면 끝까지 해보자’라는 거죠. 제가 30분만 일찍 갔더라도 이건 이길 수 없었을 거예요. 집요하게 끝까지 파보니 문제가 해결된 거죠. 그걸 한번 경험 하곤 뭘 하든 끝까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한번 그 맛을 보잖아요? 그럼 대충할 수가 없어요(웃음).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적당히 일하면서 지냈을지도 몰라요.
#작은 성취가 주는 기쁨
많은 분이 궁금해할 주미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굉장히 다양한 취미와, 취향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원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네, 맞아요(웃음). 요즘은 ‘디깅’을 하기에 너무 좋은 시대잖아요. 하나를 제대로 파고들면 더 넓은 세상을 발견하게 되는 게 흥미로웠어요. 사실 어렸을 땐 엄청 소심하고 내성적인 학생이었는데, 그런 성격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본다던가,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한다던가. 분야를 넓혀가며 저에게 맞는 것들을 찾아가면서 성취감을 맛보고 나니까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는게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움보다 '재미'라는 긍정적인 성취감을 느끼다보니 삶의 다양한 영역이 풍부해지더라고요. 인테리어 소품을 사거나, 취미 생활을 새롭게 시작할 때도 ‘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 하는 마음으로 해보는 스타일이에요. 피아노도 드럼도 그랬거든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거침이 없는 편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뚜렷해진 제 취향이 곳곳에 담긴 공간이 이곳이고요.
저희가 인터뷰하는 거실에도 취향이 담긴 아이템들이 곳곳에 놓여있는데요. 이 공간의 컨셉이 있었어요?
전에 살던 집의 무드가 화이트였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중후한 느낌의 집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본 뻥 뚫린 거실 창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바로 계약했어요(웃음). 이 집도 화이트 톤이어서 이 공간의 무드에 맞추어 저의 라이프스타일과 감도에 맞는 것들로 꾸몄어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디예요?
지금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요(웃음). 제일 좋아하는 곳이거든요. 일을 하든 커피를 마시든 책을 보든 술을 마시든 모두 이 자리에서 해요. 좋아하는 꽃과 탁 트인 창 그리고 제게 최적인 가구와 소품들로 완성된 공간이에요.
주미님에게 집은 어떤 공간일까요?
문득 ‘물아일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웃음). 제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은 집이 엄청 어수선해요. 신발장, 드레스룸부터 정돈이 안 되어있는데, 그런 걸 보면 마음이 되게 안 좋아요. 집이 망가져 있다는 건 제가 망가져 있고, 제 멘탈이 건강하지 않다는 거거든요. 집은 제 마음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 같아요(웃음). 그래서 제가 더 청소를 열심히 하려고 해요. 저의 멘탈과 마음을 다잡는 행위이기도 하고요. 몸을 쓰면서 청소하다보면 환기가 되거든요. 신발장의 경우 특별히 더 신경써서 정리를 하려고 해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이잖아요. 집에서의 시간을 기분 좋게 시작하기 위해서 늘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웃음).
#가능성을 선택하는 삶
주미님의 콘텐츠 중에 ‘스타일링’에 관한 질문도 정말 많죠. 주로 어떤 스타일을 선호해요?
재킷이나 오버핏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박시한 자켓이나 코트를 입으면 편안함에서 나오는 멋스러움이 있어요. 보통 여성 변호사분들을 보면 정돈된 핏의 스타일을 많이 입는데, 전 그게 싫더라고요. ‘왜 여성 변호사는 블라우스에 미디스커트를 입어야 하는 거지?’ 의문이 들었어요. 전 재판 갈 때도 박시한 재킷에 와이드 슬랙스에 운동화 신고 다니는데, 사실 아무도 제지하지 않거든요. 제 일만 잘하면 되니까요(웃음). 그리고 그렇게 입은 제가 멋스러워 보여서 좋아요.
어떤 옷을 입었을 때 가장 자기답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트렌치코트요. 트렌치코치가 가진 톤앤매너를 제가 좋아해요. 포멀하게 입을 수도 있지만 추리닝과 입어도 이질감이 없고, 모자를 써도 어울리거든요. 전 출근할 때 트렌치코트를 입고 가서 나올 땐 모자 쓰고 나올 때도 많아요(웃음). 그리고 트렌치코트가 굉장히 오래된 패션 아이템 중 하나인데, 매해 새로운 디자인이 쏟아지잖아요. 그 수많은 트렌치코트 중 제 손이 가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이유를 잘 찾아보면 취향이 보여요(웃음). 스스로 ‘이게 왜 좋을까? 왜 이것에 손이 갈까?’ 묻고 답하다 보면 ‘나는 이런 포인트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알게 돼요. 그 과정이 재밌어요, 전.
삶의 방식도, 스타일링도 모두 ‘나다움’과 연관이 되는데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주미님의 모습이 아닌, 스스로 좋아하는 본인의 모습은 뭐예요?
무얼 하든 진심을 다하는 제 모습이 좋아요. 유튜브 하나도 수많은 고민이 담긴 결실이란 말이에요. 댓글 하나 달 때도 ‘써도 되는 말일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할 거리를 주는 게 아닐까’ 등의 모든 걸 고민하거든요. 겁도 많고 예민한 타입이어서 그게 저를 가끔은 옭아매고, 피곤하게 만들긴 해도 매사에 진심을 다하며 사는 제 모습이 좋아요. 그걸 알아봐 주는 분들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고요.
유튜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블로그도 오래 하셨잖아요.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있어요? 블로그, 유튜브 등 주미님의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유튜브는 벌써 10만 구독자를 넘었잖아요(웃음).
로스쿨 시작할 때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매 순간의 저를 남기고 싶었어요. 기록은 그 자체로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가치로 남을 것 같더라고요. 남이 보든 말든 저를 위해 한 거예요. 기록은, 지금의 나를 위한 것도 맞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 많이 남겨 놓는 것 같아요. 그게 언젠가의 나에게 위안이 되고 자극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블로그는 저한테 엄청 애틋한 공간이고 유튜브도 점차 그런 공간이 되어가고 있어요. 제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다 담은 영상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편집은 직접 하세요?
편집하시는 분은 따로 계시고 스크립트 작성과 컷 편집은 제가 하고 있어요. 제가 쓴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무슨 일이 있어도 스크립트 작성은 제가 하려고 해요.
유튜브 영상 속 주미님의 일상은 일과 삶이 조화로워 보여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일을 시작하고 취미 생활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어요. 저는 인생에서 공허함을 채우는 가장 쉬운 길이 ‘일’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면 즉각적인 성취가 나오다보니 오히려 일에 잠식되기 쉽더라고요. 저도 일을 하다 어느 순간 굉장히 히스테리컬해진 적이 있거든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더라고요. 그때 ‘아, 이런 환경에만 날 두면 안 되겠다’ 하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하는 자아가 아닌 저 자신으로서 머무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그곳에 절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게 드럼, 피아노, 쿠킹 클래스 등이고요.
인생에서 공허함을 채우기 가장 쉬운 길이 ‘일’이라니. 너무 와닿네요. 일이 삶의 전부가 아닌데 잊고 살 때가 많아요.
일에 삶이 끌려가지 않도록 새로운 환경에 나를 두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해나가야 할지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새로운 경험을 하면 그 순간만큼은 일 생각을 안 하고, 다른 것들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일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는데,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고요(웃음).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책도 써보고 싶고 큰 규모의 강연도 해보고 싶어요. 5년 전에는 여덟 줄짜리 글을 쓰던 사람이 지금은 책을 쓰고 싶다고 얘기한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요(웃음)? <굿피플> 출연했을 땐 서른 명도 안 되는 분들 앞에서도 염소 목소리로 떨면서 얘기하던 저였는데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환경에서 강연을 하고 싶다고 하잖아요. 전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리스크를 생각하기보다, 가능성이 보이면 무조건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것 같아요. 일단 뛰어들고 보는 거예요. <굿피플>도, <하트시그널 4>도 그런 마음으로 도전한 거고요. 제가 내는 용기의 양만큼 삶이 더 넓고 깊어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앞으로도 가능성이 보이면 일단 해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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