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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이자 영상 제작자로 활동 중인 스톤러닝의 원형석을 인터뷰했다. 그는 매일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만의 기록을 경신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목표 앞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으며, 어떤 난관에도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실패조차도 다음 기록을 향한 발판으로 삼는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오늘도 러닝하고 왔나요?
아뇨, 퇴근하고 와서 뛰려고요.
러너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262wave> <스톤러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영상 제작자로 일하고 있어요. 영상 제작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달리기를 하면서 러닝 크루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저희 크루를 알리고 싶어 회원들을 찍어주기 시작한 게 영상 제작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엔 핸드폰으로 촬영했는데 퀄리티를 높이고 싶어서 고프로를 쓰기 시작했어요. 더 좋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카메라까지 구매하게 됐고요. 이후 본격적으로 영상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유튜브를 보고 독학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현업 감독님 한 분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어 따라다니게 되면서 촬영장 경험을 쌓았습니다.
원래 간호사였잖아요. 지금은 영상 제작 스튜디오에서 일한다고요.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투잡으로 영상 제작 일을 계속했어요. 어느 날 제가 만든 러닝 크루 행사 영상을 좋게 봐주신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셨고, 커머셜 영상 프로덕션에 합류하게 됐죠. 많은 분들이 제가 유튜버나 프리랜서인 줄 아시는데, 사실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웃음).
안정적인 전문직을 그만두고 이직을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간호사 일과 영상 제작을 병행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환자를 돌보는 일도 정말 의미 있었지만 병원의 규칙과 정해진 역할 속에서 일하는 환경이 저와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요. 더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일이 잘 못되더라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도록 간호사로 3년 경력은 채우자고 마음을 먹고 근무를 했고요. 3년을 채웠을 때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제안을 주셨어요. 프로덕션에서 제 꿈을 펼쳐볼 좋은 기회라 생각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프로덕션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현재 프로덕션 감독님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기획부터 후반 작업까지 전반적인 제작을 하고 있어요. 작은 규모의 촬영은 촬영과 연출을 병행하고 있고요. 대형 프로젝트나 규모가 큰 광고 작업들은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등 각 영역의 전문 감독님들과 팀을 이뤄서 함께 제작하고 있어요.
스톤러닝의 시작
러닝 9년 차라고요.
맞아요. 벌써 만 8년이 지났네요(웃음). 제가 간호학과를 나왔거든요. 2014년에 간호사들끼리 주최한 작은 마라톤 대회에서 우연히 3등을 하면서 달리기에 호기심만 잠깐 가졌다가 그 후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군 복무를 마치고 2016년에 학교에 복학하면서 우연한 계기로 러닝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그런데 제가 조금 잘 뛴다는 이유로 2017년도에 회장직을 맡게 된 거예요. 그때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동아리원들과 훈련하면서 여러 대회에 나가고 결국 함께 풀코스를 완주했어요. 그 이후로 새롭게 기록을 경신하면서 지금까지 러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러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성장과 발전이 눈에 보인다는 거예요. 가시적인 제 성장 과정이 러닝에 대한 매력을 점점 크게 느끼도록 만들었어요. 계속해서 기록에 대한 욕심이 커지기도 해요. 기록이 목표에 가까워지는 걸 보며 끊임없이 연습하고 훈련을 이어가고 있어요. 또 해외 마라톤이 너무 재밌기도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장면들이 많아 마라톤을 순수하게 즐기며 달릴 수 있어요. 영상에 보이는 제 모습도 즐거운 순간들을 담고 싶어서 찍은 거고요. 즐거움과 도전, 이 두 가지가 러닝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과 후, 어떻게 달라졌어요?
원래 저는 그냥 평범한 간호학과 학생으로 실습하고 공부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영상 작업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도 얻었어요. 이 모든 게 결국 달리기 덕분에 얻은 인연과 기회인 것 같아요. 간호사일 땐 주로 의료계 사람들하고만 교류하게 되어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라고 느꼈었거든요. 지금은 달리기와 영상 일을 통해 훨씬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앞으로도 달리기가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줄 거라 믿어요. 어쩌면 이게 제가 달리기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될 것 같아요.
요즘 러닝 문화가 많이 확산되고 크루도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긍정적인 시선도 많지만 러닝 문화에 대한 안 좋은 시선도 생겼죠. 러너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요.
저는 2017년부터 러닝 크루 문화 속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며 여러 크루들을 만나왔어요. 최근 ‘러닝 붐’으로 갑자기 크루가 많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러닝은 예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어요. 제가 러닝을 시작한 초반엔 오히려 더 큰 규모로 활성화되어 있었고요. 지금 20~30명이 모여 도시를 뛰면 사람들이 놀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백여 명이 한강이나 도심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그랬어요.
백여 명이요?
네, 오히려 예전이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컸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 같이 모여 뛰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나 부정적인 시선이 생겨서 조금 안타까워요. 실제로 러너들은 보행자들에게 피해주거나 부딪히지 않으려고 정말 조심하며 뛰거든요. 러닝 크루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상상하기 쉬운 방식으로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거나 혐오감을 표현하는 게 안타까워요. 그런 부정적 시선이 확산되면 러닝 문화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크루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나가는 거라고 인식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달리기를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굉장히 경계한답니다. 오히려 다른 의도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분위기가 더 형성되어 있어요. 이런 걸 해명하게 하는 시선들이 아쉬워요. 러닝이라는 스포츠는 함께했을 때 더 풍성하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러닝의 진정한 매력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책임감을 느끼나요?
저는 결국 한 명의 러너일 뿐이고, 크루 활동을 배경으로 달려온 개인이에요. 대단한 책임감이 있다기보다는 이 문화가 얼마나 좋은지 알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그 즐거움을 알리고 싶은 것뿐이에요. 혼자서 기록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함께 뛰며 소통하는 즐거움은 또 다른 차원이거든요. 러닝을 다양한 방식으로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활동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러닝 문화는 예전부터 늘 지속되어왔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다시금 이렇게 주목받는 문화가 된 걸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 시기에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중심이 되면서 러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 같아요. 외출과 모임이 제한된 상황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보니 러닝이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었죠. 게다가 연예인들이 러닝하는 모습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대중화가 더 빨라진 것 같고요. 지금의 붐은 새로운 트렌드라기보다는 개인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생긴 현상 같아요(웃음).
이 현상은 지속될 거라고 보나요?
네, 러닝 문화가 앞으로 더 커질 일은 있어도 줄어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러닝을 해보면 알겠지만 성취감과 만족감이 큰 운동이에요. 스스로를 이겨내는 경험을 하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거든요. 자기 개발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고 건강한 영향을 주는 운동이라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러닝을 시작하고 즐기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6대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뛰고 있어요. 이미 <베를린> <시카고> <보스턴>까지 3대 마라톤을 완주했고요. 세계 6대 마라톤과 한국 마라톤의 차이가 있다면요?
제가 경험했던 해외 마라톤들은 규모가 정말 커요. 참가자만 4~5만 명이 넘고,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두세 배가 되죠. 마라톤 당일에는 도시 전체가 마라톤 축제로 멈추고, 모든 도로가 차량 없이 응원으로 가득 차요. 가게 주인들도 거리로 나와 간식과 음료를 나눠주고, 시민들이 끊임없는 함성으로 응원해 줘서 42km 내내 지루할 틈이 없어요. 그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져 달리는 내내 도파민이 솟구치는 기분이죠. 우리나라도 언젠가 이런 응원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요.
특별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어요?
제가 다녀온 베를린, 시카고, 보스턴에서 느낀 건 러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마라톤이 단순히 개인 운동을 넘어 대단하고 멋진 도전이더라고요. 마라톤 완주자에게 도시 전체가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분위기예요. 완주 후 며칠 동안 메달을 목에 걸고 다니면, 길 가던 사람들조차 “축하해! 멋지다!”라며 칭찬해 주고, 식당에서는 메달을 보고 서비스로 맥주나 디저트를 주기도 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존경과 축하가 이루어지는 문화가 해외 러닝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앞으로 한국 러닝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나요?
러닝이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생활 체육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러너들끼리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존중하고 리스펙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러닝이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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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로서 초보자들을 위한 ‘러닝 꿀팁’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초보 러너들에게는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혼자보다는 함께할 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으니, 러닝 크루 활동을 추천해요. 정기적으로 만나 훈련하고, 대회를 목표로 함께 달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생기거든요. 크루의 응원을 받으면 기록도 좋아지고, 러닝의 즐거움도 더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러닝이 삶의 한 부분이 될 거예요.
거리와 속도는 어떻게 조절하는 게 좋아요?
거리에 신경쓰기보다는 시간을 기준으로 달려보는 걸 추천해요. “오늘은 20분만 달려보자”로 시작해서, 다음엔 30분으로 조금씩 늘려가면 좋아요. 거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거든요. 처음에는 숨이 차지 않고 다리가 가벼운 느낌으로 천천히 시작해, 10분 정도 지나 몸이 풀리면 조금씩 속도를 올리고, 마지막엔 숨이 찰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제일 이상적이에요. 러닝을 꾸준히 하면 심폐 능력도 금방 발달하고,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돼요. 반대로 안 하면 바로 제자리로 돌아가죠. 중요한 건 꾸준함이에요. 꾸준히만 하면 누구나 빠르게 실력을 키울 수 있어요.
형석님은 러닝머신과 야외 달리기 중 어떤 걸 더 선호해요?
저는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걸 추천하지 않아요. 러닝머신은 실제 달리기와 다르게 움직임이 제한되고, 생각보다 빨리 지루해져서 쉽게 포기하게 되거든요. 또 언제든지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어서 의지가 약해지기도 하고요. 반면, 바깥에서 달리면 풍경이 계속 바뀌어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기 때문에 지루함도 덜하고, 새로운 길을 탐험하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서 자극을 받고 동기도 얻을 수 있고요. 야외에서는 한 번 멀리 가면 돌아와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어요. 여러 이유로 야외 러닝을 권장해요.
형석님이 자주 가는 러닝 코스는 어디예요?
저는 집 앞에 있는 성내천을 거쳐 한강까지 나가는 러닝 코스를 자주 뛰어요. 성내천은 우레탄 바닥이라 충격도 덜하거든요. 오래 달리고 싶을 때는 성내천을 따라 한강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하는데, 한강의 여러 대교를 보면 “다음 대교까지만 가자” 같은 작은 목표가 생겨 계속 뛰게 돼요(웃음).
지금, 여기에 집중할 것
10년 후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정체성 혼란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달리기를 단순한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선수처럼 기록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상태가 영원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상이나 한계로 언젠가 기록에 집중하는 걸 멈추고 취미로만 달리기를 해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죠. 그때가 되면 저는 영상 감독으로서의 커리어에 집중하게 될 텐데요. 제가 진짜 더 발전시켜야 할 능력은 영상 쪽이고, 영상 감독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결국에는 영상 제작에 더 무게를 두고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형석님에게 성공한 삶은 무엇인가요?
‘이 영상은 그 감독 작품이다’라고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저만의 특색과 스타일을 가진 광고 감독이 되면,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형석님의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제 삶을 지탱해 주는 건 ‘목표’예요. 영상이든 러닝이든 항상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향해 달려가거든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음 목표를 만들면서 그걸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당장의 목표는 뭐예요?
눈앞의 목표는 이번 주 일요일에 열리는 JTBC 마라톤이에요(2024 JBTC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2시간 32분’ 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내년엔 도쿄 마라톤과 뉴욕 마라톤을 달릴 예정이고, 최종적으로는 런던 마라톤까지 완주해 6대 마라톤을 모두 섭렵하는 게 목표예요. 모두 달성한 후에 6대 마라톤 달성 기념으로 완주 영상을 하나의 재생 목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완주 영상 기다릴게요.
네(웃음).
본명, 원형석, 현재 러너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유튜브 채널 <스톤러닝>과 <262wave>를 함께 운영 중이다. 현재 커머셜 영상 프로덕션에서 영상 제작을 맡고 있다. @stone_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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