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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텍스타일을 주제로 작품을 탐구하고 실험하는 오상민 작가를 만났다. 그는 작품을 통해 바쁜 현대인들이 놓치고 살아가는 일상의 크고 작은 경이로움을 탐구하며, 이를 주제로 작업을 이어간다. 특히, 버려진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하여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형시키는 그의 작업은 지속가능성이 지상 과제가 된 오늘날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상민 작가가 앞으로 내딛을 걸음이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오상민입니다. 최근 1년은 로테르담으로 이전한 스튜디오 공간을 구축하는 데 시간을 들였고, 한국에 오기 전에 스튜디오 오픈 1주년을 맞아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을 초대해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네덜란드에서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네덜란드에 가기 전, 작업물을 만들 때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 영향으로 대학을 네덜란드로 가게되었고요.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펀딩 지원도 잘 이루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덕분에 네덜란드에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요. 주변의 좋은 동료들, 현재 틸뷔르흐의 텍스타일 뮤지엄과 협업을 지속하고 있거든요. 이런 환경들이 제가 크리에이티브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습니다.
‘텍스타일 아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텍스타일이라는 매체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텍스타일의 소재성, 역사성, 물성, 그리고 제작 기법과 방식까지 표현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고 넓거든요. 이를테면 옷을 구성하고 있는 건 하나의 패브릭이고, 패브릭을 구성하고 있는 게 하나의 실이고, 또 실을 구성하고 있는 게 여러 가닥의 가는 실들이거든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실을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그런 실을 찾은 후에는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을 연구하고, 다른 크래프트맨들과 테크니션들과 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요. 이 과정이 굉장히 즐거워요. 현재는 텍스타일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즉 2D의 평면적인 특성을 넘어 그 이상의 표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헤라크론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일명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파라 아라미드)섬유의 브랜드 명
래코드와 협업해 <SOIL TO SOUL> 전시를 진행하신다고 들었어요. 이번 전시 작품의 주요 소재인 ‘헤라크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코오롱 인더스트리에서 폐기 직전의 헤라크론을 주셨어요. 네덜란드에서 이 실을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말썽꾸러기’ 같다는 것이었어요. 머리카락처럼 생겼고 실이 정말 말을 안 듣고 컨트롤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소재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면서 이 실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조합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3D 니팅 테크닉을 활용해 헤라크론으로 편물을 짜보았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SOIL TO SOUL>에서 나누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번에 사용한 헤라크론이라는 소재의 '쓸모 있는 요소'에서 스토리텔링을 찾았어요. 헤라크론은 방탄복 소재로 사용될 만큼 강하고, 땅 밑에 깔린 수많은 광케이블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거든요. 최근 저희 팀이 연구한 것은 '버섯의 균사'인데 버섯 균사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구조, 또 버섯 균사가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과 순환 기능이 헤라크론의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요소들이 니팅할 패턴이나 쉐입을 만들 때 영감을 줬어요. 헤라크론이 결국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우리를 이로운 쪽으로 이끌어갈지 고민하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것들이 빨리 만들어지고, 금새 사라지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창작자로서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작품을 만들 때 또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작업을 시작해요. 소재를 사용할 때도 내가 이 소재를 왜 써야 하는지, 이 과정에서 이것이 왜 필요한지,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싶은지 등의 당위성에 질문을 던지고요. 이 과정을 통해 얻은 답이 협력하는 기술자나 연구자들에게 잘 전달되고 설득이 되었을 때 작업을 진행하고요.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고, 또 설득력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창작자로서 환경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하는 거죠.
청담동에 위치한 래코드 플래그십스토어. 오상민 작가의 작품을 크리스마스 장식에 활용했다. ©recode
이번 작품은 크리스마스 장식품이잖아요. 작업을 하면서 ‘지속가능성’의 실현을 위한 고민을 어떻게 풀었는지 나눠주세요.
이번 작업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연말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한 번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사용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크리스마스라는 특수성 밖에서도 이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이것이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만들어지고 금방 버려지는 것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네덜란드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잘 실천되고 있나요?
네덜란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보편화된 나라입니다. 나라의 정책을 합의할 때 지속가능성을 우선 고려하고요. 이를 실천하는 브랜드도 많고요.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지지와 응원이 보내지죠. 그 덕분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삶을 살려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로테르담 기반의 '수잔 베일(Susan Bijl)'이라는 브랜드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가방을 만들다, 현재는 'LESS PLASTIC'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현재 네덜란드 국민 가방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창작자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일상의 모든 것이 제게 영감이 되고 있어서 항상 메모해요. 다시 읽어보면서 떠오르는 것들로 작업을 하고요. 또, ‘Thinking through making’이라고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인데요. 텍스타일 소재와 기법들로 무엇인가를 손으로 만들기도 하고, 직물을 짜거나 자수를 놓으면서 작업에 영감을 얻곤 합니다.
최근에 인상 깊게 본 받은 작품이나 전시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Eindhoven)에 있는 ‘피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라는 디자이너 공장이 항상 인상 깊었어요. 이곳은 폐가구들을 사용해 재미있는 가구로 재탄생시키는 곳이에요. 호텔과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에인트호번의 주요 문화 시설로 자리 잡았죠. 저는 이런 공간들과 시도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큰 영감을 받아요.
앞으로 선보일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현대인들은 모두 바쁘게 살아가잖아요.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공유하고 싶어요. 기후 변화와 같은 큰 주제일 수도 있고 일상의 작은 행복이나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다양한 주제를 텍스타일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내고 싶어요.
래코드 X 오상민 작가 협업 전시
SOIL TO SOUL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스토어 @recode_cheongdam
위치 : 강남구 도산대로 75길 11 (청담동) B1 래코드
전시 일정 : 24년 11월 13일 (수) ~ 25년 1월 23일 (목)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텍스타일을 주재료로 탐고하고 실험하며, 이를 조각적인 방식으로 작품에 담아낸다. @sangmin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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