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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새 가라고 할 땐 죽어도 안 가던 여름이, 한순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하며 주말을 보내셨나요? 에디터 H는 이른 추석이 떠난 뒤 본격적으로 찾아올 가을을 대비해 옷장을 정리했어요. 고이 접어 깊숙이 넣은 옷 중에는 올 여름을 나며 한번도 입지 않은 옷들도 적지 않았죠. 제 경험담이 남일 같지 않은 분들은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JTBC '비정상회담', '톡파원 25시' 등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방송인이기도 한 EU 기후행동 친선대사 줄리안을 만났으니까요.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환경 이야기, 오늘의 주제는 ‘옷’입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새 계절이 오면 줄리안님은 쇼핑을 즐기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계절인 가을이 다가오고 있어요. 가을 옷은 색이나 분위기가 특히 더 멋스럽죠. 덥고 긴 여름을 지난 만큼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가을 옷을 기대하고 계실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계절이 바뀌니까 새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희 가족들이 옷을 구매하는 데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저도 그 영향을 받은 거겠죠. 물론 멋지고 좋은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런 옷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져요. 저에겐 그런 열정이 없으니까요. 사실 방송인이라는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부모님께도 젊을 때 어떻게 옷을 사고, 입으셨는지 여쭤본 적이 있어요. 두 분은 적게는 10벌, 많아야 20벌 정도의 옷만 가지고 계셨대요. 옷에 문제가 생기면 수선해서 다시 입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새 옷 보다는 중고 옷을 주로 구매하셨고요. 요즘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죠.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면 모바일로 손쉽게 옷을 구매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돼요. 적지 않은 분들이 매 계절마다 저희 부모님이 소유하신 옷보다 많은 수의 옷을 새롭게 구매하실 거예요. 옷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던 분위기는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옷을 오래 입는 것이 환경과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요?
몇년 사이 친환경을 내세우며 마케팅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옷이라도 한 번 입고 버리면 결국 똑같은 쓰레기가 된다는 거죠. 매년 1,000억개 이상의 옷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30%는 같은 해에 바로 버려진다고 해요. 패스트패션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지게 됐어요. 이제는 슈퍼패스트패션이 등장했으니 더욱 가속화되겠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생산 방식도 문제이지만, 매주 또는 매일 새로운 옷을 만들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판매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90년대까지 브랜드들은 시즌을 4개로 나누어 판매했지만 패스트패션이 등장한 뒤로 매달, 매일 새로운 디자인이 나와 판매되고 있어요. 가격도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소비하게 되죠. 한두 번 입고 질려도 의류 수거함이 있으니 버리기 편리하고, 오히려 어딘가 기부해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착각도 들고요. 하지만 그 옷들은 대부분 지구 반대편 쓰레기 산으로 향하는 게 현실이에요. 이 쓰레기 산이 악취와 화학 성분으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는 건 물론이고요.
얼마 전 유명 SPA 브랜드 매장에서 재활용을 위해 두었던 수거함의 옷들이 결국 똑같이 쓰레기 산에 도착하게 된다는 보도를 보았어요. 수거함에 넣은 옷이 마치 진짜 재활용이 될 것처럼 리워드 쿠폰을 주며 새로운 구매를 유도하는 건 ‘그린워싱’이에요. 옷이 버려져 쓰레기가 되고, 또 다시 새로운 옷이 만들어지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한국 역시 매년 30만 톤 이상의 중고 의류를 수출하며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더구나 2016년 1일 평균 295톤이던 의류 폐기물 배출량이 2020년엔 880톤까지 늘었다고 해요. 실제로 재활용되는 옷보다는 또 다른 쓰레기로 전락하는 비율이 압도적이죠. 한국의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소비하고 옷을 오래 입는 습관을 들인다면 환경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도 요즘 촬영할 때마다 새로운 옷을 입기보다는 같은 옷을 여러번 입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옷을 오래 입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질문이네요(웃음). 먼저 ‘후회하는 소비 줄이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취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겠죠. 나의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모방해서 하는 소비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드는 소비에는 신중해져야 해요.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그렇게 소비한 옷들은 반품 기간이 지나서 울며 겨자먹기로 보관하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준 경우도 많았거든요. 저랑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시입다연구소’ 같은 단체에서 개최하는 의류 교환 파티에 참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자기 옷을 하나 가져가면 다른 옷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놓치기 쉽지만, 옷의 올바른 관리와 보관도 중요해요.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의 친구가 말하길, 옷을 잘못 관리해서 발생하는 손상이 옷을 빨리 버리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관리법을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옷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바꿔보면 좋겠어요. 무조건 새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보다 집에 있는 옷들을 우선으로 정리해서 살펴보는 거죠. 의외로 좋은 옷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얼마 전 저희 누나가 입고 있던 옷이 예뻐서 물어봤더니, 15년이나 된 티셔츠였어요. 바지도 중고 매장에서 산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저와 친구들이 함께 참여했던 ‘헌박싱 챌린지’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집에 있는 오래된 옷을 꺼내 자랑해보는 챌린지인데요, 새로운 옷을 샀을 때 멋있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오래 입은 옷에 대한 칭찬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참여했어요. 우리의 옷이, 우리 뿐만 아니라 지구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선택을 통해 오래 만족함으로써 옷의 생애주기를 늘리는 노력이 다른 모습의 내일을 만들 거예요. 옷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수거함 대신 믿을 수 있는 중고거래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 또한 중요하고요.
코오롱몰에서는 입지 않는 코오롱 제품을 리세일 할 수 있는 OLO 릴레이 마켓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형이 변해서, 취향이 변해서 입지 않아 자리만 차지하던 옷들이 있다면 저희가 해결해드릴게요! 나와 지구가 함께 웃는 순환 릴레이에 참여해보세요.
이태원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샵 ‘노노샵’을 운영하며, EU 기후행동 친선대사로서 다방면의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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