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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와 서점이 더해진 ‘책바’ 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책바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칵테일과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바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까지 문을 여는 심야서점이기도 하다.
처음 책바를 준비했을 때 많은 지인이 뜯어 말렸다. ‘네가 해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책과 술은 물과 기름 같아서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일상이었지만, 술을 함께 하는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음주가무라는 말처럼, 술에는 떠들썩한 대화와 노래 그리고 춤이 익숙했다. 이런 음주 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떤 우유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사람, 저지방을 고집하는 사람, 락토프리만 마실 수 있는 사람, 우유를 마시지 않는 사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커피 소비량 국가(1인 당 연간 367잔이라고 한다.)에 살고 있지만 정작 나는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다. 늦게 까지 여는 동네 카페에서 커피 대신 선택했던 와인 수십 잔이 첫 책의 연료가 됐다. 약간의 알코올 기운은 빗물로 눅눅해진 신발 같은 부담감을 덜어주고 보다 경쾌하게 단어와 문장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소설을 읽을 때는 몰입도가 높아져 등장인물의 상황과 심정에 한결 공감하게 됐다. 이 경험을 모티브로 탄생한 공간이 책바다.
책바에는 나처럼 책과 술이라는 낭만적인 조합을 믿는 사람들이 모인다. 이들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때때로 만년필로 글을 쓰거나 아이패드로 신기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얼마 전에는 작곡하는 분도 봤다. 연인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주말에는 방문객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때가 있는데, 그렇게 폭풍이 지나고 난 뒤 고요해진 책바를 좋아한다. 그때는 바에서 대충 눈에 보이는 위스키를 가져와 한 잔 따르고 구석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올해 회고를 하기 시작했다. 15년 전부터 연말마다 꾸준히 해오던 습관인데, 메모로 가득한 노트부터 인스타그램 그리고 핸드폰의 사진까지 모든 기록을 훑으며 한 해를 돌이켜본다. 그중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끄집어내 홈페이지에 정리하고 있다. 올해의 키워드, 올해의 책, 올해의 영화 같은 것들. 언젠가 생각나 찾아보면 그때 그 심상이 떠오를 기록이다.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인데 차곡차곡 쌓이니 그야말로 보물이 됐다. 평생에 걸쳐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음은 물론이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 시켜 미래의 모습을 그리도록 만든다.
연말은 자신만의 동굴에 들어가 은은한 불빛 아래서 한 해를 돌이키기에 좋은 시점이다. 집 근처의 조용한 단골 카페나 바는 물론이고 책바도 언제든 환영이다. 모든 허물을 벗고 스스로와 마주하는 일은 고되지만, 지난 시간을 마친 뒤 동굴 밖으로 나가면 어느새 밝은 새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책과 술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책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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