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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들어서면 시원한 얼음과 물이 가득한 시음대와, 시음주인 와인과 맥주가 눈에 띈다. 당장에라도 마시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공간을 둘러보니 여름 하면 떠오르는 블루 컬러로 가득하다. 와인, 맥주, 소주, 그리고 막걸리까지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는 ‘마이페이보릿보틀(이하 ‘마페보’)의 운영자이자 대표인 성창언 대표는 단순히 주류 판매를 넘어 브랜드 팝업, 굿즈 제작 등 다양한 콘텐를 선보이며 젊은 고객층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와인 숍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성창언 대표는 마페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술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느끼고, 일상의 즐거움을 더했으면 한다고.
#취향이 깃든 공간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공간이에요. 먼저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마이페이보릿보틀’이라는 주류 큐레이션 숍을 운영하는 성창언 입니다. 직역하면 ‘최애 병’ 정도 되려나요(웃음)? 다양한 주류를 소개하고, 그에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브랜드명을 이렇게 정했어요. 이곳은 와인을 좋아하는 저와 제 아내가 함께 시작한 곳인데요. 단순히 주류를 구매하는 와인 숍이 아니라 저희의 취향을 담은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주류와 식품류 뿐만 아니라, 조명, 포스에 붙어 있는 스티커, 매장 내 론 체어, 가구, 포스터, 책 등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어요.
마페보는 기존 주류 숍과는 달리 밝고 통통 튀는 느낌이 나요. 이태원 언덕에 있을 법한 고급 와인 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랄까요?
제가 경험한 와인 숍들은 접근하기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마페보는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즐길 수 있도록, 청량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브랜드 키 컬러로 블루를 선택했고요.
와인 숍이 아닌 ‘주류 큐레이션 숍’이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곳은 10평 정도의 공간이라 제약이 많아요. 큰 매장이라면 많은 주류를 보여줄 수 있겠지만, 매장이 작아서 한계가 있거든요. 작은 공간에서 주류를 판매할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선 '큐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의 ‘취향’이 깃든 주류를 선별하고, 종류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다양한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를 담았어요.
원래는 회사원이었다고 들었어요. 마페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대학을 졸업한 뒤 줄곧 패션 회사에서 일했어요. 첫 회사에선 스포츠 브랜드 가두점 영업을, 두 번째 회사에선 남성복 브랜드 상품 기획 일을 했죠. 그러다 코로나 시기를 맞이하면서 마페보를 오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와인 숍을 선택한 건, 평소 와인을 좋아한 이유가 가장 컸어요. 패션 업계에 종사하면서도 요식업에 대한 꿈이 있었거든요. 음식은 오래 두면 상해서 버려야 하는데, 와인의 경우 보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더 올라가는 제품들도 있거든요. 그런 와인의 특성이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해외 주식과 비트코인이 유행할 때, ‘난 나한테 투자해볼래’라는 생각으로 마페보를 시작했어요.
‘난 나한테 투자해 볼래’라는 마인드가 정말 멋있네요(웃음). 와인은 맛도 종류도 다양하잖아요. 이곳에 들여오는 와인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첫 번째 기준은 ‘맛’이고요. 두 번째는 ‘레이블’이에요. 저희가 ‘미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미각만 다루지는 않잖아요. 맛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 분위기나 느낌 등 모든 감각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맛있으면서도 예쁜 레이블을 갖춘 와인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겠다!’할 만한 감성이 담겨있으면 눈길이 가요. 저희 고객층의 연령대가 낮기 때문에 ‘감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청량하고, 시원하고, ‘힙’하고. 젊은 분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에요. 언뜻 보면 카페 같기도 하고요. 마페보를 시작하고 2년 만에 서울, 전주, 고양에 총 4개 지점을 냈어요. 가맹 사업도 계획에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인스타그램을 보고 마페보의 ‘찐팬’이 되신 분들, 타 브랜드와의 협업 때 저희를 알게 돼서 좋아하게 된 고객님들 중에서 마페보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아무래도 저희 브랜드와 고객 간에 유대감이 높다보니 가능했던 것 아닐까 생각해요. 그렇다고 연락을 주시는 모든 분에게 가게를 내어드리지는 않고, 수익 구조나 매출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말씀을 드려요. 그럼에도 도전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으면 최대한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돕지만, 사실 대부분 그냥 돌아가세요(웃음).
차정근(직원), 성창언(대표)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가 있는 분들만 마페보와 함께 할 수 있는 거네요(웃음). 지점별로 특징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저는 “브랜드는 꼭 사람 같다”라는 말에 동의하는데요. 지점별로 분위기가 다 달라요. 본점은 ‘청량한’ 전주는 ‘따뜻한’ 고양은 ‘젠틀한’ 창동은 ‘정중한’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데요. 점주님들의 성향이 매장의 인테리어, 인스타그램에서의 말투나 사진에서도 드러나요. 예로, 전주 지점의 점주님은 따듯하고 러블리한 스타일의 여성분이시거든요. 매장에 가면 지금 이곳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 놓여있어요(웃음). 마페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각 지점의 개성이 다르다는 점이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 지역의 마페보를 좋아하는 분들이 타 지점에 갔을 때, 똑같은 컨셉을 마주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잖아요. 마페보라는 브랜드의 전체적인 컨셉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어 다양함을 갖추는 게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마페보를 좋아하는 고객분들이 자발적으로 가맹 사업 요청을 해서 공간을 운영한다는 점이 인상 깊은데요. 마페보 인기 비결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매장 규모가 작다보니 찾아오시는 분들께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장점이에요. 고객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저희 직원들이 와인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취향에 맞는 와인을 잘 추천해 주고, 주류에 관한 설명도 친절히 설명해 준다고 해요.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 모두 와인에 진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는 자신이 있어요. 그리고 저희는 매장에 오시는 분들의 성향을 잘 살피고, 그에 맞게 응대를 하는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누군가는 직원이 다가가는 걸 부담스러워하기도 하니까요. 이런 노력 덕분에 고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요. 앞으로 고객 서비스 부분에 있어 체계를 갖춰서 미래의 가맹점주분들에게 잘 전수해 드리고 싶어요.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추구하다
마페보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패키징’이죠. 디자인이 남다르더라고요. 패키징에 힘을 주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현재 판매하는 술들은 가격만 다를 뿐이지 다른 샵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타 매장과 차별화할 방법으로 패키징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현업 디자이너인 제 아내와 함께 패키징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서 제작한 것을 마페보 전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고요. 앞으로 어떤 패키징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줄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패키징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지 궁금해요.
‘지네병’ 이라는 단어 아시나요(웃음)? 아내와 저 모두 지네병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정도로 신발 모으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대부분 패션 브랜드들의 신발 박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웃음). 새로 산 신발 박스를 뜯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거든요. 마페보의 패키징을 열어보실 때도 고객님이 그런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에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따르는데요. 창업하면서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처음 10평짜리 숍을 열고, 딱 석 달 후 1분 거리에 수백 평 크기의 큰 와인 숍이 생겼어요. 당시에는 절망적이었는데, 그때 차별화를 위해 했던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옆 매장에 5천 종의 와인이 있거든요. 저희는 200종 정도인데,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차별화를 위한 첫 시도로 희소성이 있고 레이블이 예쁜 와인을 찾으려고 열심히 발품을 팔았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앞서 말씀드린 ‘패키징의 차별화’를 시도했어요. 똑같은 와인을 동일한 가격에 구매하는데 고객분들의 만족도를 생각했을 때 패키징이 예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센스 있고, 힙한 느낌의 패키징을 제작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해왔죠. 매도 먼저 맞으란 말이 있잖아요? 먼저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아 지금은 옆 매장과 매우 잘 지내고 있어요(웃음).
생존 전략이 잘 들어맞았던 거네요! 와인과 맥주, 소주 모두 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와인, 맥주, 소주 각각의 매력은 뭔가요?
맥주는 해소하기 위해 마시고, 소주는 망각하기 위해 마시고, 와인은 기억하기 위해 마시려나요? 맥주는 퇴근 후에 고단함을 씻어낼 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을 때 가장 적합한 주류고요. 소주는 특별한 맛이 없다 보니 오히려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이 잘 되고, 가격이 저렴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와인은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한 날’ 찾는 분들이 많아요. 맛을 넘어 ‘오감’으로 마시는 거죠. 어느 날의 분위기를 완성하기에 가장 적합한 주류가 아닐까 생각해요. ‘술’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봐요.
문득 궁금해요. 대표님은 언제 ‘술’을 찾으세요?
‘술’을 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먹기는 하는데요(웃음). 저는 오히려 ‘좋은 날’에 많이 마셔요. 힘들거나, 기분이 다운될 때 해소용으로 찾으시는데 저는 좋은 날 그 기쁨을 더 누리기 위해서 찾는 것 같아요.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면 더 힘들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대표님은 어때요?
와인을 먹고 싶지 않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일로써 마셔야 하는 경우에는 조금 힘들어요(웃음). 예를 들어, 시음회나 박람회가 있으면 좋은 와인을 경험하고 또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서 제 컨디션과 별개로 마셔야 하니까요. 예전에는 와인을 마시면 항상 행복했는데, 세일즈를 위해 마셔야 하는 날도 있다는 게 이전과는 달라진 점인데요, 그래도 아직은 재밌어요(웃음).
그렇게 선별해온 와인 중 지금, 이 계절에 어울리는 와인 한 병 추천해 주실래요?
최근에 스파클링 와인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 제품인데요. ‘빌라테레사 피크오로 프리잔테(Villa Teresa Pecc'Oro Frizzante)’라는 이탈리아 와인을 추천해요. 병이 호리병처럼 생긴 와인인데,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잘 모르는 분들이나 이 와인을 싫어하는 분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이건 제가 타 매장에 가서 마셔보고 너무 맛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발주를 한 와인이거든요(웃음). 그만큼 맛있어요. ‘호불호’가 없는 맛이라고 할까요? 약간의 단맛과 과일 향이 풍부해서 많은 분이 좋아하세요. 더운 여름날 차갑게 칠링해서 벌컥벌컥 드시기에도 좋고, 여러 가지 음식과 무난하게 페어링 하기에도 좋습니다.
술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지는 않나요?
너무 해보고 싶죠. 얼마 전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됐는데, 어머니 큰댁이 양조장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피는 못 속인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전통주 클래스를 듣고 막걸리를 빚어본 적이 있는데 너무 재밌었거든요. 물론 제일 만들어 보고 싶은 건 와인인데 허들이 굉장히 높아서 장기적인 플랜으로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맥주는 제가 직접 제조하기보다는 맥주 브랜드와 함께 협업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요. 언젠가 마페보의 이름을 단 술을 출시하고 싶습니다.
대표님의 일상에서 ‘술’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루한 삶의 약간의 쾌’랄까요? 물론, 적당한 선을 잘 지켜야겠지만요. 제가 본 영화 중에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 주연의 <어나더 라운드>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그 영화의 포스터 카피가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예요.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제 소감과 같은데, 저의 경우 와인이 주는 새로운 경험이 무한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삶의 재미 요소가 하나 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와인을 한 번도 안 마셔봤어요, 잘 몰라요’ 하시는 분들이 저희 매장에 와서 자신을 취향을 발견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보람 되거든요.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이 일을 하는 또 다른 의미가 돼요. 사람들의 인생에 ‘술’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더해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본보기가 되는 브랜드
단순 판매를 넘어서 여러 기업이나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마페보를 통해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보틀 숍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사장님, 바도 만들어주시면 안 돼요?”인데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산 광안리에서 ‘와인 바’를 준비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다양한 음식과의 페어링을 위해 여러 외식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해보고 싶네요. 마페보 고객분들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고객분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마페보로 성장하고 싶고요. 최근에 처음으로 성수동에 있는 한식 다이닝 ‘청주한씨’와 콜라보를 진행했거든요? 반응이 괜찮았어요. 음식점 사장님들 많관부(웃음)!
광안리 앞바다에 마페보의 와인 바라니! 벌써 기대가 되네요. 다음번엔 그곳에서 또다른 이야기로 만날 수 있길 바라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마페보의 목표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이곳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취향이 묻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프렌차이즈 모델이 됐어요. 거기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요. 앞으로 조금 더 체계를 갖춘 브랜드로 성장해서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면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게 목표예요. 젊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요즘은 모두가 안주머니에 사직서 한 장 품고 사는 시대잖아요(웃음). 삶의 제2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 브랜드가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되도록 단단하게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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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페이보릿보틀(myfavoritebottle)’이라는 주류 큐레이션 숍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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