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영어로 워크웨어. 작업할 때 입는 옷과 작가는 어떤 의미로 연결될까? 도예가 이혜미를 만나 물었다.
이우성시인
이우성은 시인이다. <GQ> <ARENA HOMME+>의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공간, 사람, 본질적인 생각들에 대해 탐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크루 <미남컴퍼니>의 대표다
도예가 이혜미는 작업할 때 어떤 옷을 입나요?
흙을 다루다 보니, 늘 앞치마를 착용합니다. 움직임이 큰 작업을 할 때는 점프 수트를 입고요. 작업에 따라 몸을 쓰기 최대한 편안한 옷을 입는 편이에요.
저는 막연히, 흙의 느낌과 비슷한 옷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옷장을 열어보면, 아이보리색과 베이지색이 많아요. 흙이나 기타 재료가 묻어도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컬러의 옷들이에요. 작업을 하다가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급하게 외부 업무를 보아야 할 때도 많죠. 이런 상황에도 크게 모나지 않은 옷이 필요해요. 특히 작업실에서 미팅할 때 작업복을 입고 손님을 만나는데, 저는 좀 부끄러워요.
부끄럽다고 하셨지만, 지금 굉장히 음,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아름다워 보여요.
감사합니다. 편한 게 정말 중요해요. 반팔 티셔츠에 따뜻한 가디건을 걸치고 바지는 트레이닝복을 입어요. 어떤 날은 반팔 티셔츠에 박시한 점프수트를 입고요. 그렇게 입고 소매만 걷고 작업을 해요. 제가 이런 느낌의 옷들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작가님 작품과 작가님이 입고 계신 작업복이 비슷해보여요. 질감도 톤도.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색감과 질감의 옷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제가 만드는 작품 또한 저이기에 자연스럽게 취향이 담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인식을 굉장히 사랑해요. 작업이 그 작가인 것.
제가 흙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제 작업복을 보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어요. 옷에 흙이 묻어 있으니까. 이 모습은 그 자체로 저이죠. 작업할 때의 제 모습이 제 작업과 닮아 있으면 좋겠다? 라는 아주 작은 생각을 종종 해요.
워크웨어를 직접 디자인한다면 어떤 형태로 만들고 싶으세요?
예전부터 앞치마를 제작해 보고 싶었어요. 우선 순위에서 미루어지고 있지만 꼭 해보고 싶은 작업 중 하나예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앞치마는 목이 편해야 하니까 어깨를 감싸는 디자인이어야 하고요, 몸 앞면과 뒷면을 모두 가릴 수 있으면 좋겠고, 주머니가 앞에 있으면 흙이나 재료 가루가 들어갈 수 있으니 옆 주머니가 좋겠어요. 그리고 폭이 여유 있어야 해요. 움직임이 큰 작업을 할 때는 조여주고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이는 작업을 할 때는 풀어주고요.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 중에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면 꼭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촌스러운 이야기인데요, 저는 작업복이 그 사람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더 탐구해봐야 하는 지점이긴 한데, 일단 짧은 생각으로는 그래요. 도예가 이혜미에게 작업복은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의 날들을 함께하는 그 무엇? 저를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
이혜미가 대답한 마지막 단어 ‘것’을 ‘공간’으로 바꿔 적고 싶다. 옷을 이루는 세부와 건축의 요소가 다르지 않으니까. 옷에 대해 관찰하는 것이 한 사람을 이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이혜미와의 대화를 통해 새삼 그 부분을 확인해서 즐거웠다. 즐겁다는 감각은 부연이 필요한데, 스스로 편안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 행복의 감정이 전이되는 것 같달까. 이혜미의 그릇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졌던 이유 역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 옷에 솔직해지는 계절 봄이 마음을 여는 열쇠를 들고 찾아와서 더 그랬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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