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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엘오 매거진'이라고 읽는 OLO의 로고는 사람의 눈을, 더 정확하게는 안목을 형상화했다. 절묘한 로고다. 한편 간단한 기호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왠지 동그란 안경을 쓴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니까.
1-2. 비슷한 아이 컵을 가진 플라스틱 안경과 티타늄 안경을 모아 보았다. 코받침 방식, 소재 무게 등 착용감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디테일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3. 금속 태에도 깨끗하고 가벼운 고유의 미덕이 있다. 플라스틱 테가 지저분하다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시대적 맥락을 생각하며 한국의 안경 구매환경을 보면 오늘날 한국 안경 시장도 상전벽해다. 소비수준이 높아지고 기호가 다양화되며 아주 많은 디자이너 안경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왔다. 시장을 선도하는 안경 애호가(세상에는 이런 애호가도 있다)도 각자의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개진했다. 그에 맞춰 한국 브랜드도 더 높은 스탠다드를 바라보며 품질을 향상시켰다. 그래서 소비자가 편리해졌다. 예산이 얼마든 맞출 수 있다. 무던한 사람이라면 굉장히 쉽고 빠르게,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주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즐겁게 고를 수 있다. 물건은 혼자 태어나거나 향상되지 않는다. 시장의 관심과 역량이 물건을 발전시킨다. 한국의 안경도 그 예다.
그 결과 지금은 춘추안경시대라 해도 될 만큼 다양한 고품질 국산 안경테 브랜드가 등장했다. 예전의 한국 안경(을 비롯한 패션)브랜드 중에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인이나 정통성, 만듦새 등에 소홀했던 곳도 있었다. 그저 이미지만으로 승부하기 위해 할로윈에나 쓰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안경을 '디자인 안경'이랍시고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이제 그 시대도 지나 한국 역시 선진국의 진지한 안경 브랜드들이 신경 쓰는 디테일을 추구하는 단계까지 왔다.
1. 힌지의 모양 같은 디테일도 애호가들에게는 화제가 된다. 사진 속 검은색 안경은 5단, 갈색 안경은 7단 힌지다. 7단이 원조에 더 가깝다.
2. 귀에서 미끄러지기 어렵도록 템플 끝에 약간의 홈을 판 디테일. 저런 디테일들이 모여 완성도가 결정된다.
'좋은 안경의 기준'같은 걸 말하기가 무안해진 것이다. 패션은 원래 정답이 없다. 흔히들 말하는 '정통 물건'같은 것의 정통성은 사실 특정 시대 특정 회사가 잠깐 만들던 것이 많으므로 결과적으로 정통성이 애매해지기도 한다. 아울러 만듦새 면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상향평준화가 구현되었다. 개별 착용감은 물론 안경의 내구성을 결정짓는 힌지나 프린팅 등의 각종 제조 디테일도 굉장히 훌륭해졌다. 중국의 경공업 실력이 원숙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중국 생산 안경의 품질이 나쁘지도 않다. 각자의 상징성을 가진 세계적인 안경 회사들도 중국에서 물건을 생산한다.
오늘의 출연진(?)처럼 등장한 래쉬의 안경은 앞서 말한 제조+디자인 상향평준화의 상징물같다. 래쉬는 한국의 하우스 안경 브랜드다. 사진 속 안경은 레트로스펙스 레이블의 클리프트 모델. 194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출시한 타르트 옵티컬의 대표 모델 '아넬'을 충실히 복각했다. 아넬의 디테일이 몇 있다. 프레임 가장자리의 다이아몬드형 리벳, 아넬 특유의 프레임과 템플 실루엣, 그리고 가로 46mm 세로 24mm의 오리지널 사이즈('아이 컵'이라 부르는 안경 알 기준). 래쉬 클리프트는 이 모든 걸 훌륭한 완성도와 진지한 태도로 구현시켰다.
1. 래쉬 레트로스펙트 클리프트의 각자 다른 사이즈.
2. 똑같은 모양의 안경 3개를 겹치고 위에서 본 모습. 위에서 보면 사이즈 차이가 보인다.
더욱 훌륭한 부분은 사이즈 분화다. 이 모델은 같은 모양에 사이즈가 3개다. 오리지널 사이즈 46mm를 기초로 2mm씩 더하고 빼서, 44mm와 48mm 사이즈까지 있다. 44mm는 레트로 붐을 타고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인 작은 테 수요 및 여성 수요에 대응한다. 48mm는 사실 가장 흔한 사이즈 중 하나이자 보통 성인 남성에게 잘 맞는 크기다(사람에 따라 46mm도 조금 작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중 무엇을 쓰는 게 안목이고 정통인지같은 건 없다. 자기 자신에게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그게 당신의 안목이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신의 (물리적)눈에 맞는지의 여부다. 불편한 안경을 쓰고 나가면 하루 종일 안경 템플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기능적 진화가 끝난 오늘날 안경의 고민은 유행이나 특정 업체가 아니다. 라식 수술이다. 안경의 본질적 목표였던 시력 교정이 안경 없이 해결되는 시대가 이미 대중화되었다. 안경 및 안경사 업계에서는 신경이 쓰이겠으나 원래 경쟁과 압박 속에서 혁신이 태어나곤 한다. 어찌 보면 안경이 패션 아이템의 자리로 좀 더 각광받게 된 것도 라식 수술 이후다. 시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안경테나 렌즈를 고를 때도 훨씬 선택지가 넓어진다. 요즘은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전자파를 차단하는 블루라이트 안경을 착용하기도 한다. 안경은 이렇게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로서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1. 이렇게 많은 안경 중 무엇을 고르는지가 아니라 왜 고르는지가 안목 아닐는지.
2. 아이 컵의 상단 곡선과 하단 곡선이 안경마다 다르다. 저 곡선이 남에게 보이는 나의 인상과 나 자신의 착용감을 만든다.
즉 역설적으로 인간은 시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안경을 다시 찾게 되었다. 패션 아이템 중에는 안경처럼 본 목적에서 멀어지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게 많다. 기술적인 발전이 끝나자 오히려 감성과 개성의 표출 수단이 된 것이다. 만년필은 필기의 효율성 면에서 보면 논외다. 기계식(손목)시계 역시 정확한 시간 측정이라는 종목에서는 일찌감치 탈락했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만년필과 손목시계는 여전히 의미 있으며, 예전과는 다른 목적으로 작동한다. 내 안목의 증표로, 기호를 보여주는 액세서리로, 기능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물건으로.
OLO 매거진이 보여주고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도 그런 요소들이다. 앞으로도 OLO 매거진은 여러분의 안목을 위해 더 좋은 정보를 찾아오려 한다. OLO의 안목이 안목 있는 여러분께 닿기를.
정보를 찾고 정리해 페이지를 만듭니다. 에디터로 일하며 각종 매체에 원고를 기고하고 있습니다.
풍경을 관찰하고 사람을 경청해 맥락을 사진에 담는 사진가입니다. 광고, 매체 등 상업 작업과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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