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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H입니다. 교실에 앉아 세계사를 배우던 시절, 저는 늘 의아했어요. “대체 차(茶)가 얼마나 맛있길래 전쟁이 나는 거지?” 미국 독립 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이 그랬고, 중국의 치욕적인 역사로 손꼽히는 ‘아편 전쟁’ 역시 차 무역으로부터 시작됐으니까요.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브랜드 이야기, 오늘은 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하는 아시아 티 브랜드 '브라운즈'를 만났습니다.
삶을 다독이는 한 모금
본래 남편과 함께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브라운즈의 이은영 이사는 중국을 오가는 일이 많았어요. 종종 현지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중국은 차 문화가 일상에 녹아져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상상 이상으로 환경이 열악한 공장에서도 정말 번듯한 찻상을 차려서 차를 마시는 거예요. 물을 끓여 차를 우리고 작은 잔에 따라 천천히 마신 다음, 다시 처음부터 그 번거로운 행위를 반복하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그 행위가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죠. 차라는 게 정말 멋진 거구나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조금씩 차의 세계에 빠져든 그녀는 지인들에게 차를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대요.
“아무래도 간편한 티백 형태의 차에 익숙하다 보니 찻잎을 어떻게 우리고, 마셔야 할지 몰랐던 거예요. 이후 차를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어울리는 도구들을 추천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차를 팔고 있더라고요(웃음).”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차 이야기
우리가 일반 카페에서 흔히 접하는 차 문화는 서양식에 가깝습니다. 유럽의 차는 향을 입혀 블렌딩해 마시는 경우가 많아 큰 티팟에 1회만 충분히 우려낸 뒤 마시는 게 정석이에요.
반면 동양의 잎차는 조금씩 우려내 짧게 여러 번 마십니다. 마시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만큼 사용하는 도구들 역시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요. 뿐만 아니라 동양의 차는 찻잎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기 때문에, 차 애호가들의 경우 어떤 차를 마시냐에 따라 차를 우릴 때 쓰는 주전자의 일종인 ‘차호’도 다르게 사용하죠. 기공의 많고 적음에 의해 맛과 향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거든요. 보이차를 마실 때 주로 사용하는 ‘자사호’는 “한 자사호에는 한 차만 담으라”는 말까지 있다고 해요. 이렇게 길들여진 자사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윤이 나며 최상의 맛과 향을 내게 되는데요, 차 문화의 백미는 도구에 있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를 마시는 과정 자체가 겉에서 보면 번거롭고 어려워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세수만 하고 외출했을 때랑 눈썹이나 손톱을 깨끗하게 다듬고 외출할 때의 마음가짐, 기분 같은 게 다르잖아요. 차 마실 때도 그렇거든요. 종이컵에 후루룩 마실 때랑 도구를 하나하나 만질 때 나의 기분, 차 맛이 달라요. 브라운즈는 그런 감각까지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직된 삶에 여유를 더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그리움을 남기는 브랜드
브라운즈는 차와 함께 차를 마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함께 전개하고 있는데요, 한남동 쇼룸에서는 브라운즈가 제안하는 싱글 오리진 티와 세라믹 제품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는 같은 차나무에서 채엽한 잎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김치 같은 거죠. 똑같은 배추이지만 겉절이를 만들지, 익힌 김치를 만들지, 묵은지로 먹을지 다르잖아요. 우리가 주로 마시는 녹차는 채엽한 당해에 마시고, 백차나 보이차는 빈티지로도 생산이 가능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브라운즈는 시그니처는 보이차에요. 그중에서도 자연발효로 섬세하고 맑은 난향의 ‘이우 2012’ 보이생차와 색이 짙고 고소한 향이 돋보이는 ‘무량 2013’ 보이숙차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보이차는 각각 중국 운남성의 이우산에서 2012년, 무량산에서 2013년 채엽했죠. 올해로 벌써 12살이 된 차라니, 세월과 함께 스민 이야기를 상상하는 멋, 나만의 이야기를 더해가는 즐거움까지 담긴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격과 상관없이 이가 나가고, 조금 낡아도 버리기 싫은 물건들이 있잖아요.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들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월을 오래 함께 해서, 혹시나 브라운즈가 없어지더라도 그 차, 기물을 보면서 그리워하고 추억할 수 있는 브랜드요. 메가 브랜드가 되기 보다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차와 관련된 좋은 기억과 감정들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다함께 茶, 茶, 茶
“어릴 때 아빠가 차를 좋아하셨어요. 그땐 차 맛이 뭔지도 몰랐고, 그냥 가족끼리 모여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그러다 커서 알았던 것 같아요. 차라는 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도구라는 거요. 술처럼 사람의 정신을 희미하게 하지 않고서도(웃음), 관계를 쌓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얼마 전 2024 공예주간의 일환으로 열린 ‘다 함께 차차茶 크래프트 티 페스티벌’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어요. 차를 사랑하고, 궁금해하는 남녀노소가 모여들었죠. 교복을 입은 두 남학생이 줄을 서서 차 맛을 보고 찻잔들을 둘러보던 장면이 떠올라요.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문화인 만큼 궁금한 이야기도, 나눌 이야기도 넘쳐납니다.
“중국에서는 식당에 갈 때 자기가 마시는 찻잎을 가져가요. 꼭 좋은 식당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그 차를 우려서 음식과 함께 내어줘요. 재밌는 게, 국내에 차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서로 협업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요. 우리끼리 경쟁하기엔 아직도 너무 파이가 적다는 걸 알거든요. 우리가 열심히 차를 알리고, 함께 즐기고 나누면 언젠가 한국도 나만의 취향대로 차를 즐기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요즘 아침저녁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데요,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잠들었던 감각을 깨우고 지친 하루를 다독이는 ‘차의 맛’을요. 차를 마시면 한껏 차분해지면서도 내면의 에너지가 차오르는 게 느껴진달까요? 단조로운 일상을 환기할 새로운 취향을 찾고 계신 분들이라면 브라운즈가 제안하는 차의 세계에 문을 두드려보세요.
브라운즈 티앤세라믹 갤러리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8가길 23
고요하지만 생기 있는 5월의 숲을 좋아합니다. 나만의 언어와 표현으로 기호를 설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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