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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프다 제주’ 변수빈 대표는 양을 가늠할 수 없는 ‘해양 쓰레기’로부터 제주 바다를 지켜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바다, 미래를 위한 삶을 소망한다. 디프다의 ‘다함께 봉그깅’을 비롯한 해양 쓰레기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며, 선물과도 같은 아름다운 제주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다함께 봉그깅: 줍다의 제주어 ‘봉그다’와 플로깅(Plogging)의 합성어. 디프다 제주의 해양 쓰레기 수거 캠페인.
2022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되셨어요. 축하드려요!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2023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자문위원과 홍보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훨씬 큰 책임을 느껴요. 짊어진 무게만큼 더 공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초심을 잃지 않고 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봉그깅도 꾸준히 참여하고요! (웃음)
제주도에 정착한 지 13년이 되셨는데, 매해 느끼는 제주는 어떤가요?
제주에서의 삶은 늘 여행 같습니다. 13년간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하늘, 잠수하면 뒤집힌 세상을 펼쳐주는 바다. 매일 보는 풍경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합니다. 하루도 지루하지 않은 삶은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
대표님을 보면 ‘덕업일치’라는 말이 떠올라요. 낭만적인 제주에서 좋아하는 프리 다이빙을 하며 ‘디프다’를 이끌고 계시잖아요!
어릴 적부터 물을 좋아해 다이빙, 잠수를 재밌어하고 잘했어요. 제주에 정착하고 본격적으로 프리 다이빙을 배웠죠. 친구들과 바다에 나갈 때마다 해양 쓰레기를 발견하면 줍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디프다’는 처음부터 쓰레기를 줍자고 만든 그룹이 아니라, 동아리처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놀자고 만들어진 모임이에요. 제주도 고사리 아시죠? 5월이 되면 고사리를 꺾으러 가는데 고사리 하나를 발견하면 그 주변에 두세 줄기가 같이 보여요. 고사리처럼 쓰레기도 하나 주변에 모여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쓰레기 줍는 것이 고사리 꺾는 것처럼 재밌기도 해요. 모두 제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것들이니 덕업일치가 맞겠네요!
2021년 기준 3년간 디프다가 수거한 해양 쓰레기가 29,170ℓ 에 달한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올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쓰레기를 수거했어요. 그 무게를 다 잴 순 없었지만 1톤 트럭을 꽉 채워 몇 번을 왔다 갔다 했으니까요. 어디에 가는지, 몇 번을 가는지에 따라 하루에 수거하는 쓰레기의 양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봉그깅'을 하면서 속 시원하게 쓰레기를 다 거둬서 나온 적이 단 한번도 없을 정도로 해양 쓰레기가 많다는 것입니다. 노력을 들이면 들일수록 더 많은 양을 수거할 수 있어서, 슬프지만 쓰레기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매월 봉그깅을 비롯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여름 ‘딜라잇 봉그깅’(친환경 수영복 브랜드 ‘딜라잇풀’과 콜라보한 써머 캠페인) 프로젝트도 흥미로웠습니다. 디프다의 브랜딩, 캠페인이 환경 문제에 접근하기 쉽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희의 목적은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이에요. 플로깅에 익숙한 사람이 여러 번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와서 봉그깅에 참여하고 ‘해양 쓰레기가 심각하다'고 느껴 주변에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사람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매력적인 리워드가 필요하죠. 제주라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요가, 서핑 브랜드와 협업하여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친환경 클렌징 브랜드와 협업하여 또 다른 캠페인을 준비 중이에요. 해양 청소의 문턱을 낮추려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치워도 계속해서 생기고 또 쌓이잖아요. ‘이 쓰레기를 다 수거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에 지칠 때도 있으신가요? 또, 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수익 구조도 궁금합니다.
맞아요. 쓰레기는 항상 나와요. 바다에 나가지 못한 날에는 해변으로 밀려오는 쓰레기가 더 많아지거든요. 쉬지 않고 바다에 나간 것 같아요. 이미 쓰레기에게 진 싸움이에요. 제일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거예요. 그다음이 ‘돈’이고요. 활동하며 재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요.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디프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참여자들을 더 많이 모집하기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는 등 여러모로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치우지?', '나 혼자 할 수 없는 거대한 일'이라는 생각에 절망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게 없더라고요. 내가 쓰레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날 ‘봉그깅’을 한 만큼 그 바다는 깨끗해집니다. 저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감사한 변화입니다. 함께 나서주는 것만큼 고무적인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제주도 이외 다른 지역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계획 있으신가요?
최근 인천 무의도와 속초로 봉그깅을 다녀왔어요. 보통 일회성으로 타지역을 방문하기 때문에 제주가 아닌 곳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는 힘들어요. 디프다가 확장된다면 지역별로 지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그린 다이버’ 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다이버는 바다와 함께하며 매 순간 바다에게 천혜의 자연을 선물 받아요. 그런 다이버들이 바다에 보답할 기회를 얻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싶어요. 다이버 인구가 많아지면 해양 관련 제도나 정책도 지금보다 훨씬 예민하게 다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이버들은 해양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피부로 바로바로 느낍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많은 걸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바다 아닌 곳에서도 환경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본인만의 습관이 있다면요?
카페에서는 무조건 따뜻한 음료를 마셔요.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일회용 빨대를 쓰게 되니까요. 그리고 텀블러, 샴푸바, 대나무 칫솔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어요. 환경을 위해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제로 웨이스트샵’을 방문해보세요. 친환경 제품을 통해 지구에 무해한 소비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겁니다. 사람마다 취향이나 생활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로 웨이스트에 가까워지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불편하다고 느끼겠지만 조금만 실천하면 금방 적응하게 될 거예요.
이 순간에도 부주의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심코 버린 쓰레기는 곧 침묵의 살인마! 돌고 돌아 우리에게 옵니다.
해양폐기물 수거단체 <디프다제주>의 대표이자 활동가다. 제주도를 기반으로 해양폐기물 수거 및 해양환경 교육을 진행하며 심각한 해양환경 오염 실태를 이야기하고 환경 전반에 걸친 실천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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