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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스를 처음 본 건 인스타그램이었다. 구매 좌표가 궁금한 아이템, 다양한 컬러를 적절히 섞은 룩, 뉴욕의 빈티지 마켓과 각종 상점, 작업실에서 보내는 일상. 이것들이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오래 머물게 한 이유였다. 이온스의 일과 일상, 그리고 작업실은 어떤 모습일까? 뉴욕으로 DM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SNS를 통해 자주 봐서 친근하지만, 아직 이온스를 모를 《OLO MAGAZINE》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BTWEEN SPACES>라는 작은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온스라고 합니다. 빈티지를 사랑하고 이것저것 만드는 일을 좋아합니다.
* 출처 : @2oz.space 인스타그램
이온스의 본명은 이은주. ‘이온스(2oz)’는 그녀가 친구들과 홈파티에서 칵테일을 제조하던 중 만들어진 애칭이다. 칵테일 레시피에 술 2oz(온스)가 적혀있었는데, 친구들이 “어! 이거 너 이름이랑 비슷한데?” 하며 불리게 됐다고. 이에 대해 이온스는 발음하기도 편하고 이름 자체에 큰 뜻이 없는 게 마음에 들었다며 애칭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온스는 대학 시절 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한국과 미국의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 다녔다. 여러 이유로 일을 그만두고 뉴욕에 돌아온 그녀에게 남편은 “회사는 나중에 다시 들어갈 수 있으니 작더라도 너만의 일을 한번 해봐”라는 응원을 건넸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BTWEEN SPACES>였다. 일상에 필요한 소품을 제공하는 뉴욕 기반의 브랜드로, 이온스는 이 브랜드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이다. 다만 본인은 ‘대표’라는 호칭이 쑥스럽다며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했다.
뉴욕 생활은 어때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살아간다고 할까요? 남들은 뭘 하고 살든 신경을 덜 쓰고, 좀 더 온전히 나로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뉴욕에 산다고 특별한 일상이 있는 건 아니에요.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고 스케줄이 안정적이지도 않다 보니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고요. 그래서 되도록 계획표를 세워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 <BTWEEN SPACES> 캔들
<BTWEEN SPACES>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캔들 제품이 많은데, 취향이 반영된 걸까요?
브랜드를 시작할 때 ‘내가 공부한 분야이면서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일, 지금 바로 시작해볼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당시에 캔들에 빠져있었어요. 불을 밝히면 마음이 안정되고 분위기도 변하더라고요. 그런 마법 같은 힘에 끌렸어요. 캔들 자체가 하나의 조각이나 오브제처럼 공간을 채워주는 점도 좋았고요. 그렇게 캔들을 만드는 것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ㅇㅇ캔들’이 아닌 이유는,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일상에서 매일 접하고 사용하는 것들(everyday small things),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 제품들, 그리고 아름답거나 재미가 있는 오브젝트를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것.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걸어가는 중입니다.
이온스는 브루클린에 산다. 평일에는 스튜디오에서 소품 제작이나 가구 피니쉬 작업(오래된 빈티지 가구를 깨끗이 닦고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전시를 보거나 와인을 마시러 간다. 틈틈이 빈티지 아이템을 수집하여 고객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이런 일상은 이온스의 감각이 됐다.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제품에도, 일상을 공유하는 SNS에도 드러난다.
* 출처 : @2oz.space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을 보면 특이한 패턴, 컬러풀한 색감의 옷들을 잘 활용하더라고요. ‘도대체 저런 옷은 어디서 사는 거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구매처를 묻는 댓글도 많잖아요. 예를 들면 파란색 맨투맨에 초록색 쇼츠와 핫핑크 양말을 매치한 스타일이요
옷을 입을 때나 집을 꾸밀 때나 재미있는 요소가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아이템을 활용하는 데 두려움도 없는 편이고요. 그래도 어떤 스타일링을 하든 무채색의 것이 더 쉽긴 해요(웃음). 아이템을 구매할 때의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스몰 브랜드에서 소량 생산하는 제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진) <BTWEEN SPACES> 빈티지 제품
그중에 빈티지 아이템도 포함되겠죠? <BTWEEN SPACES>에서 다양한 빈티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뉴욕 곳곳의 빈티지 상점이나 마켓에 가는 모습도 종종 보이고요.
빈티지 정말 좋아해요! 제가 오래된 것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라 옷이든 물건이든 옛날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여행을 가도 현지의 로컬 빈티지 샵들을 꼭 방문하고요. 빈티지의 매력은 정말 무궁무진한데, 가장 큰 매력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간을 담고 있다는 점이에요. 특히 미국은 빈티지 스토어든지 앤틱 마켓이 많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르곤 해요.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낸다. 작업실은 브루클린의 ‘Gowanus’란 동네에 있는데, 공장이나 웨어하우스(창고)가 있는 많은 지역이다. 이 웨어하우스를 아티스트를 위한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 이온스의 작업실도 있다. 작업실은 주인을 닮았다. 자연스럽고, 독특하면서도 친근하다.
*출처 : @2oz.space 인스타그램
작업실에도 이온스의 감각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화려하게 꾸민 건 아닌데 자연스러운 멋이 있달까요?
실망스러운 대답일 수도 있지만 작업실을 미적으로 예쁘게 꾸몄다거나 장식에 신경을 썼다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최대한 목적에 맞게 실용적인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작업을 할 넓은 책상이 필요하니까 벽을 따라서 벽을 꽉 채우는 길이의 테이블을 만들었고요. 사용하는 도구, 재료, 제작하는 캔들과 수집한 빈티지 소품을 보관할 수 있는 넓고 튼튼한 선반들을 제작하고 설치했습니다. 비어 있는 책상과 선반에는 제가 만들고 수집하는 제품들이 채워지고, 좋아하는 의자를 두었어요. 여기서 저만의 분위기나 무드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네요.
* 출처 : @2oz.space 인스타그램, @2oz.Brooklyn 유튜브
SNS에서 작업실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특히 유튜브 브이로그에는 절반이 작업실 브이로그더라고요!
먼저 유튜브 봐주셨다니 감동이에요! 주로 캔들 메이킹이나 빈티지 제품 워싱 등 브랜드 관련 업무를 해요. 캔들을 만드는 건 반복적인 노동인 동시에 굉장한 정확함을 요구하는 일이에요. 왁스 배합의 비율이나, 온도의 오차가 생겨도 결과물이 굉장히 달라지거든요. 예상 못한 결과물이 나오면 당황스럽기도 하죠. 작업실은 가기 싫을 때도 많지만(웃음).. 막상 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작업실에 도착하면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헤드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하고, 준비를 마친 뒤에 혼자서 묵묵히 작업을 해나가죠. 그 시간이 매우 고요해요. 그러다 힘들어 지치기도 하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작업실은 저에게 워킹룸이자 메디테이션룸인 것 같아요.
디자인할 때의 영감은 어디서 받으세요?
어디에서든 영감을 받거나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부담감을 가지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 좋은 거 예쁜 거 많이 보고 즐기면 그게 제 안에 어딘가에 쌓일거라고 생각해요.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쓴다고 할까요?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은 되새김질하고, 그걸 토대로 조사도 하고 이미지나 텍스트로 정리해봐요.
* 출처 : @2oz.space 인스타그램
이온스는 취향을 모아둔다. 매일의 경험, 어쩌다 본 사물, 좋아하는 가게 등 일상에서 접하는것들 모든 것(everyday small things). 차곡차곡 쌓인 취향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탄탄하게 구축해가고, 본인도 성장하고 있다. 화려한 것보다는 자신과 어울리는 것으로 포장할 줄 아는, 자연스럽게 멋있는 사람이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까요? 한국에서도 자주 보고 싶어요!
많은 분들께 인식이 되었으면 해요. 저희가 하는 작업이나 빈티지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거의 미국에서만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나중에는 한국에서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BTWEEN SPACES>가 좋은 방향으로 단단하게 성장을 한다면 언젠가 한국에 있는 좋은 디자이너분들의 제품들을 미국에 소개할 수 있는 그런 꿈도 꾸고 있어요.
《OLO MAGAZINE》은 ‘오피니언’ 코너는 ‘오늘날 잘 입는다는 것에 대한 물음’을 찾기 위해 시작했어요. 오늘날 잘 입는다는 건 뭘까요?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저에게 ’오늘날 잘 입는다‘는 나 자신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우에는 지나치지 않는 편안함과 실용성, 그리고 개성과 재미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이네요! 곧 뉴욕을 방문할 《OLO MAGAZINE》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뉴욕 핫플이 있다면요?
브루클린에 있는 ‘Public Records’. 낮에는 비건 레스토랑 겸 까페, 밤에는 바, 주말에는 클럽으로 변신하는 공간이에요. 음향 시스템이 잘돼 있어 귀가 호강하는 곳입니다. 인테리어 느낌도 좋고 칵테일도 정말 맛있습니다!
<BTWEEN SPACE> 브랜드 대표이자 디자이너. 뉴욕에 살며 남편과 함께 <BTWEEN SPACES>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있다. 빈티지를 사랑하고 이것저것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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