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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한 식물이 가득한 작업실. 철제 테이블, 책꽂이, 크고 작은 조명과 소품들, 책상 위의 키보드와 모니터 받침대 하나까지 모든 것이 오롯이 그의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사람, 논디. 그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만나서 반가워요, 논디 팔로워인데 😀.
안녕하세요, ‘Day-Off-Project.’의 브랜드 디렉터이자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논디입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제 공간과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휴대폰이나 컴퓨터 배경 화면, 굿노트 양식 같은 자료를 공유하면서 소소한 기쁨을 찾기도 하고요.
논디의 본명은 김하영. 논디는 인스타그램 계정명 non_direciton_의 줄임말로, '가끔은 방향성과 목적 없이 일상을 보내도 괜찮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을 '마음이 가는 것을 기록하고 만드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업물, 필사 노트, 다이어리, to do list 등 매일 무엇인가를 만들고 기록하는 일상을 소개한다. 하루 24시간을 촘촘히 활용하지 않으면 이루어내기 어려워 보이는 스케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해 그의 일과를 물었다.
퇴사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디렉터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잖아요. 하루 일정이 궁금해요.
하는 일이 다양해서 일정도 버라이어티한 편이에요. 오전에는 메일을 확인하거나 결정해야 할 일에 시간을 쓰고요. 디자인 작업처럼 한 번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할 때나, 가구나 소품 제작 관련 거래처에 가야 할 때는 오후 시간을 활용하고 있어요. 저녁에는 SNS 업로드를 하거나 다음날 일정을 정리하고,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해요.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가깝고도 큰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 하나쯤 있다고 생각해요. 논디에게는 작업실일까요? 애정이 많이 느껴지는 이곳이 궁금했어요.
현재 두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의 제 방과 외부 작업실이 있습니다.
원래는 밖에서만 일을 하려고 했는데, 집에서도 업무를 해야 할 상황이 자주 생겨서 두 공간 모두 작업실로 사용하게 됐어요. 평범한 방 한 칸에서 작업실로 바뀐 이곳은 업무 외에 취미로 기록하는 공간이라 따뜻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담아냈다면, 외부 작업실은 큰 모니터를 중심으로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꾸며 놓았어요.
논디의 작업실을 보면 한 사람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꾸미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생 시절 자취를 했어요. 전공이 산업 디자인이기도 하고, 소품이나 가구 같은 물건에 관심이 많아 처음으로 생긴 저만의 공간을 취향대로 꾸미기 시작했죠. 그러다 졸업 후 본가로 돌아왔는데 수년간 한 자리에 있던 가구들을 단번에 다 바꾸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책상 위의 공간부터 좀 바꿔보자고 생각했죠. 하나둘 가꾸다보니 어느새 저를 닮은 공간이 됐어요.
평범한 아파트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 개인 오피스인 줄 알았거든요 🙂.
저도 처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곳이라 바꿀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책상 위의 공간을 취향대로 꾸며 생활해보니 집중도 더 잘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더라고요. 작업실을 가꾸는 데에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하며 얻은 인사이트의 영향이 있었어요. 디자이너로서 내 공간에 알맞은 소품을 배치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확실한 가구를 채워놓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도움이 됐어요.
논디의 작업실은 Sleeping zone, Project zone, Relax zone, Ready zone으로 나뉘어 있다.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는 공간의 활용에 따라 영역을 구분 하고, 컨셉에 맞는 오브제로 공간을 꾸몄다.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을 분리해야 일의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논디. 컬러감 있는 러그, 한쪽 벽에 걸린 대형 패브릭 포스터, 활동 영역을 고려한 가구 배치 등으로 5평 남짓한 방 한 칸을 감각적인 작업실로 구현한다.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잘 맞고 어울리는지 아는 사람 같아 내심 부러웠다.
논디가 소비하고 수집하는 모든 것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보여요. 철제 벽에 붙어 있는 항공권이나 편지 봉투, ARKET 영수증과 코카콜라 병까지 모든 사소한 것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오브제가 된다는 게 신기했고요. 그런 감각은 타고난 걸까요? 아니면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나요?
제가 의미 부여를 잘하는 편이에요. ARKET 영수증은 매장에 처음 갔을 때 브랜드의 깔끔한 느낌이 좋아서 붙였고요. 코카콜라는 역사가 굉장히 오래되었음에도 브랜드의 무드와 가치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잖아요. 그런 점이 좋아 특이한 패키지부터 소소한 굿즈까지 종종 사 모았어요.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레 물건이 쌓이다보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웃음). 이 모든 건 다양한 관심사에서 시작됐어요. 제품 디자인과 브랜딩, 사용자 경험에 관심이 많다보니 제 시선을 끄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요. 직접 구매해서 들여오는 것들은 애정이나 의미가 담기기 때문에 오브제처럼 느껴져요. 아주 사소한 물건이라도 주인의 애정과 관심이 담겨있으면 더 특별하게 보이는 것 아닐까요?
작업실을 원하는 모습으로 구현하는 과정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는지 궁금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돌아보는 것이요. 각자 좋아하는 물건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르잖아요?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공간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많은 예를 보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취향보다는 유행에 휩쓸리게 돼요. 그렇게 되면 금방 질릴 가능성도 크고요. 전 가진 물건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이런 느낌의 제품을 좋아하는구나, 이것들을 어떻게 배치해볼까?'부터 시작했어요. 물론 처음부터 원하는 물건을 들이기는 어렵고 좋아하는 것을 바로 찾기도 쉽진 않아요. 그래도 천천히 시도하다보면 본인의 취향이 담긴 공간을 구현할 수 있을 겁니다!
논디에게 작업실은 어떤 의미예요? 마음을 들인 공간이라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웃음).
꿈을 이루는 곳이에요. 저는 책상에 앉을 때마다 '공간은 작지만 하는 일은 크게 이루어 낸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과 기록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책을 읽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으며 나를 발전시키는 공간이죠.
‘Day-Off-Project.’도 꿈 중의 하나였어요?
‘Day-Off-Project.’는 학부생 시절부터 포트폴리오 계정에 작업물을 올리면서 사용한 말이에요. 휴식 시간을 쪼개어 만들어낸 결과물이 많거든요. ‘Piscina’라는 테이블과 아카이빙 메모판인 ‘DOOR’도 4학년 졸업전 작품인데,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보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고 실제로 사용했던 제품들이기도 하고요. 다이어리와 투두리스트 등 종이에 기록하는 것도 좋아해서 문구 제품들도 디자인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힘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죠. ‘Day-Off-Project.’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목표가 있나요?
‘Day-Off-Project.’는 제 개인적인 취향과 일상을 담은 브랜드예요. 나아가 사람들의 일상에 좋은 감정 혹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고요. 다양한 물건을 소비하다 보면 어떤 물건은 사용하는 것만으로 삶의 루틴을 긍정적으로 바꾸기도 해요. 물건이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제품을 디자인할 땐 이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이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둡니다. 어떤 의미를 담아 전달할지도 많이 고민하고요.
논디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나 봐요. 2021년 8월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는데, 한 달 만에 팔로워 1천 명을 돌파하더니 현재 6만 명이 넘는 분들이 논디의 공간에 관심을 보이잖아요. 2년 동안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팔로워가 많아졌어요. 제 일상과 공간을 마음 가는 대로 공유한 것뿐인데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전에 왜 사람들이 제 계정을 좋아하는지가 궁금해서 스토리로 물어본 적이 있어요. 여러 답변 중 푸릇한 무드가 좋다, 복작복작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 좋다, 일상의 얘기를 통해 동기 부여를 받는다라는 답변이 기억에 남아요.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라면 아이템이나 소품 배치에 영감을 받으셨을 수도 있고, 저와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느낌도 괜찮네! 하실 수도 있을 거고요.
제가 자기 개발에도 진심인 편인데, 피드에 담긴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했을 수도 있다고 봐요. 계정을 운영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자! 나는 이게 좋다!'라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사람들에게 가닿아서 저를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논디의 인스타그램은 자기표현이며 거기엔 그의 삶의 방식이 드러난다. 이거 좋아해요!, 저것도 좋아해요!라고 외치는 그는 처음부터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노력으로 취향을 찾게 된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그의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록에 진심이고, 취향도 취미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되게 다양하잖아요.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팁이 있다면 나눠주실래요?
저도 그랬어요. 퇴사 후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는데 디자인만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했지, 이외의 좋아하는 것들을 전혀 모르겠는 거예요. 종이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해 적으려는데 한 글자 적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중 좋았던 경험과 별로였던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는 대로 쭉 기록했어요. 그때 알게 됐어요. 중학생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종이에 기록하는 것엔 언제나 진심이구나! 책상 위에 두는 문구류나 아이템을 꾸준히 찾아왔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그래서 논디라는 이름으로 SNS에 기록을 시작했죠.
또 하나 도움이 되는 건 지출 내역을 살펴보는 거예요. 어쩌면 취향을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지출을 한다는 것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보거든요. 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항목이 누군가는 음식일 수 있고 스티커일 수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일 수도 있잖아요. 주로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앞으로 ‘Day-Off-Project.’에서 선보일 제품이 궁금해요.
삶을 환기하는, 유용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책상 위만 잘 정리해도 거기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다양한 데스크테리어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이고요.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요?
제가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소재로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 혹은 그래픽 디자인, 영상 디자인과 같이 제품 디자인과는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OLO MAGAZINE> ‘오피니언’ 코너는 ‘오늘날 잘 입는다는 것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됐어요. 오늘날 잘 입는다는 건 뭘까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다짐 아닐까요? 저는 평소 방에서 자거나 쉴 땐 잠옷을 입어요. 그런데 책상에 앉아 일을 하기 전에는 바로 외출할 수 있는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일 열심히 해야지!’ 하고 작은 다짐을 하거든요(웃음). 외부 일정의 경우, 업체 미팅을 갈 땐 깔끔하게 입으려 하고, 공장에 가서 물건을 검수하고 포장해야 할 땐 움직이기 편하고 때가 타도 티가 나지 않는 옷을 입고, 친구들을 만날 땐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내가 쓰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의하는 것이 ‘잘 입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색의 시간을 사랑하고 공간을 차분히 가꾸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 ‘Day-Off-Project.’ 의 대표이자 제품 디자이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취향을 반영한 공간과 일상에서의 기록을 공유하며 현재 약 7만 명의 팔로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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