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에 만난, 가평에서 쪽과 양파, 홍화 등을 이용해 천연 염색을 하는 윤영숙씨는 감물 들인 천을 빨랫줄이 아니라 너럭바위에 널었다. 그 위에 조약돌을 올려두고 일조량의 차이로 소기의 무늬를 얻는다고 했다. 마른 천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벌레가 지나간 흔적이 있고 비가 고여 있던 자리도 보였다. 사진으로 치면 일종의 장노출 기법을 쓴 셈이다. 단순함이 시간이 깃들 자리를 마련해주었구나 생각했다. 기다림은 때때로 괴롭지만 자연은 모든 것을 시간으로 증명한다. 자연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벌레의 움직임, 파도의 오고감, 천천히 쌓이는 눈처럼 내가 몸을 움직여 누린 것들이 나를 증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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