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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냐는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잘 지낸다고 답하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날씨도 좋고, 아픈 데도 없고, 맛있는 음식 많고, 친구들 좋고, 부모님 건강하시고. 좋죠." 듣고 보니 잘 지낸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맑은 날만 아니라 궂은 날도 담담하게 지나왔을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보자니 더욱 그랬다. 예쁜 양말을 만드는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 홍정미 대표의 이야기다.
올해 12년 차가 된 양말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에선 10년이 넘은 기업에 기대하기 힘든 푸릇한 기운이 느껴진다. 골목 어귀를 자기 세상처럼 뛰어다니는 씩씩한 5학년 아이 같달까. 우리가 꿈꾸는 산뜻한 오피스 느낌의 힙한 쇼룸에선 어쩐지 깊고 맑은 국물의 원조 국밥 맛집과 같은 '진짜'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지드래곤, 블랙핑크, 레드벨벳이 즐겨 신고, 카카오, 삼성, 방탄소년단 BT21과 협업 하는 이 엄청난 양말 브랜드는 위대한 가운데 소탈하다.
인간 홍정미를 소개해 주신다면?
안녕하세요. 인간 홍정미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고양이와 친구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누구나 싫어하는 월요일을 즐겁게 하자라는 모토로 양말과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처음 양말 브랜드를 시작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모든 걸 양말에 대입 해보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제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양말 브랜드로 자리 잡은 아이헤이트먼데이, 그 시작은 자판기였다고요?
네, 그게 화제가 되어서 지금의 기반을 만들었죠. 한정적인 예산 안에서 현실감 있는 아이디어를 내야 했어요. 매장을 열 만한 경제적 여력은 없고, 그렇다고 가판대는 멋이 없고, 당시 모든 것에 양말을 대입해보다가 그런 아이디어를 얻게 됐어요. 정말 지나가는 사람 얼굴에 양말을 씌워볼 정도였어요. 예쁘게 차려입은 사람을 보면서 저 양말 말고 다른 양말을 신으면 더 예쁘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러다 일본에서 티셔츠 자판기를 발견하고 양말 자판기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역시 결핍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었군요.
그렇죠. (웃음)
아이헤이트먼데이(이하 아헤먼), 이름을 먼저 지었다고 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뭘 팔지를 결정하셨다고요. 결정적으로 양말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선 돈이 없었어요. (웃음) 양말이 단가가 낮았죠. 옷을 만드는 건 최소 제작 수량도 많고 비싸고 여러 제약이 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지고 있는 적은 돈으로 가능한 게 뭘까 생각했죠. 양말을 정말 좋아했어요. 양말이라면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땐 다양한 양말을 파는 사람이 없기도 했죠. 그런 게 운명처럼 다 맞아떨어져서 시작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마 양말이 아니었다면... 안 됐을 것 같아요.
운명처럼 이름이 먼저 오고 양말이 뒤따라온 거네요. 양말은 패션이기도 하고 라이프이기도 하고, 옷집에서 볼 수 있지만 소품 숍과 서점에도 어울리잖아요.
사실 저 회사 생활도 되게 좋아했거든요. 즐거운 요소들이 많았고, 사수분들도 너무 좋으셨고. 그래서 회사 생활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조금 있긴 해요.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고, 내 돈 아닌 회삿돈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쾌감도 정말 좋았고요. 회사는 또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얼마가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답은 천차만별이지만 모두가 궁금해할 만한 주제잖아요. 100원 200원 모아서 2천만 원으로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당시 스물여섯이었던 저에게는 정말 큰돈이었어요. 회사 나오고 월급도 없이 그 돈을 계속 까먹으면서 생활을 해야했거든요. 한정적인 금액 안에서 최대한 효율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빠듯했죠. 사업에 필요한 물건들이 소량으로 만들 수 있는 건 거의 없으니까 돌발 상황이 많았어요. 봉투 하나만 사려고 해도 기본 수량이 1천 개이니 생각지도 못하게 봉투 만드는 데 몇백만 원이 나간다든지 하는 식이었죠. 안 되면 다시 회사 가야지 하면서도 절실한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사업을 준비하실 때 반년 넘게 양말 공장에서 일하면서 매일 청소와 잔일을 하며 사장님의 마음을 얻어내 첫 발주를 넣으셨다고요.
네, 회사를 관두고 1년 반 정도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공장에 다녔죠. 반년 동안 청소하고 궂은일 도와드리면서 양말도 짜고 고생 많이 했죠. 근데 저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정말요?)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멋있는 일화로 생각해주시는데, 생각해보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다시 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것도 이제 10년 전 얘기고, 요즘 시대랑은 더욱 맞지 않고요. 그런 방식이 꼭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정상이 아니거든요.
너도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시군요.
전혀 없죠. 그렇게 하지 말아라, 쓸데없다. 그냥 제값 주고 양말 짜라. 그게 오히려 더 요즘 스타일의 방식인 거죠. 지금은 좋게 포장된 이야기지만 전혀 멋있지 않은 순간들이 많았고, 절망하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험도 많았거든요. 그런 게 성공 신화로 둔갑하는 것이 이제는 낡았다고 생각해요.
‘월요일이 싫다’ 지금을 사는 젊은 세대를 아우를만한 메시지라고 생각되는데요, 특히 양말과 관계를 이어내는 작업이 흥미로웠어요. 엄마랑 아이가 같이 신을 수 있는 양말, 단짝 친구나 커플이 함께 신을 수 있는 양말, 세 짝 양말 등… 브랜드가 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들면서 고객의 소리를 반영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봐주시면 진짜 좋아요. 사실은 고객의 소리를 들었다기보다 제 개인의 목소리를 낸 거 였어요. 고객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실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별로 그렇지 않거든요.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디렉터의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려서 아쉽다는 얘기는 해주시지만 세 짝을 만들어 달라는 아이디어를 주시진 않거든요.
아이헤이트먼데이 자체가 매우 개인주의적인 브랜드예요. ‘나 월요일 싫어’도 진짜 제 개인적인 마음이었거든요. 내가 신고 싶은 양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인지 찾아주시는 고객분들도 다 저 같은 분들이에요. 나를 되게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하나하나 모으는 거에 대한 행복이 큰 분들이죠. 그런 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다중의 취향을 따르기보다 개인적인 취향을 맞춰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사실 브랜드 이름을 들었을 때 뭔가를 싫어한다는 걸로 이름을 지은 브랜드를 처음 봐서 놀랐거든요. 보통 좋아한다고 하거나 좋은 의미를 담으려고 애쓰잖아요. 그래서인지 잊히지 않더라고요.
맞아요. 저 근데 그거 노렸어요. 저는 괜찮았거든요. 싫은 건 싫은 거고, 아헤먼이 배려하려고 애쓰는 브랜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브랜드와 마인드가 비슷한 분들이 고객이 되어주시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내가 더 소중하고 나한테 돈 쓰는 거 안 아끼고 내가 최고고. 이런 분들이 저희 브랜드를 여기까지 오게 해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깜짝 놀랐던 게 아헤먼이 이제 12년 차 브랜드더라고요. 그야말로 희로애락이 있었을 것 같은데, 대표님이 11살 아니고 1살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신 말씀이 되게 재밌었어요.
거기에 너무 얽매이면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11년 차가 됐으니까 엄청 대단한 걸 보여줘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엄청 오래된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진짜 올드해질까 봐 무섭고요. 되도록 잊어버리려고 해요.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거든요. 그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제가 엄청 철이 든 것도 아니고, 억만장자가 됐다거나 건물을 올렸다거나 직원이 100명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요.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그래서 전 아무렇지 않아요.
12년 동안 양말을 사랑하고 증오하고 보고 싶고 보기 싫고 하셨을 텐데, 그런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양말이 뭔지 궁금해요.
맨날 신을 수 있는 양말이요. 너무 예쁘고 귀한데 안 신으면 사실 그거 의미가 없는 거거든요. 제가 만든 양말이 사 놓고 안 신는 양말, 그런 양말은 안 됐으면 좋겠어요. 매일 신고 싶고, '여행 갈 때 이 양말은 무조건 챙겨가야지, 어디든지 잘 어울리니까' 생각이 드는 그런 양말을 만들고 싶어요. 정말 좋은 날에 한두 번 신는 귀하고 고급스러운 양말이 되는 게 아니라, 아껴지다 똥 되는 게 아니라, 아주 똥 색이 될 때까지 신게 되는 그런 양말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 잘 나가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멋진 쇼룸, 왕성한 컬래버인 것 같아요. 특히 쇼룸이 굉장히 힙하면서도 아헤먼의 감성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만드셨는지요?
공간 설계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다 전문가분들을 모셨죠. 월요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만들어서, 회사에다 양말을 넣으면 얼마나 알록달록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했어요. 계산대로 쓰고 있는 수납장은 복사기를 모델로 제작했고, 서류 서랍장, 탕비실 가구 등 회사에서 볼 법한 가구들을 떠올리며 조명까지 다 직접 제작했어요. 간판도 없애버렸죠. 그래서인지 오시는 분마다 공간이 독특하다고 칭찬을 해주세요.
자사몰도 굉장히 예쁜데, 쟁쟁한 회사들과의 역대 콜라보 기록을 보고 놀랐어요. 그리고 회사 소개란에 ‘언제든지 연락주세요’라는 문장과 함께 대표님 연락처가 쓰여있더라고요. (웃음)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재밌거든요. 제가 만날 수 없던 분들이나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해본다는 건 정말 좋은 경험 같아요. 저희 브랜드와 특별히 결이 맞지 않는 브랜드가 아닌 이상은 웬만하면 다 작업해보려고 해요. 저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컬래버를 자주 함으로써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 이미지가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대표님이 좋아하시는 거였군요.
네. 또 개인적인 취향이에요. (웃음) 그냥 좋아요. 만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친구가 생긴 경우도 되게 많거든요. 소중한 인연이 생기니까 너무 좋죠, 재밌어요.
패션 디자이너로 업계 경험이 있으시지만, 회사를 운영하면 디자인부터 제작, 브랜딩, 마케팅, 경영까지 두루 능력이 필요하니까 힘든 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직접 운영을 하면서 어떤 게 가장 어렵고 중요하게 느껴지셨나요?
양말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마케팅 잘하고 재정 상태 좋고 쇼룸이 멋지다고 해도, 양말이 이상하면 안 사는 거잖아요. 식당을 아무리 멋지게 꾸며놓아도, 어디 유명한 쉐프고 오마카세고 해도, 맛없으면 다시 안 가게 되는 것처럼요. 양말이 무조건 예뻐야 하는 것 같아요. 마케팅 인스타그램 이런 건 사실 둘째고, 일단 양말이 예뻐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분들이 제일 기다리는 건 ‘나 이제 이걸로 먹고 살아볼 수 있겠다’ 감각하는 순간일 것 같아요. 대표님은 그걸 언제쯤 느끼셨는지요?
저 그거 작년. 작년이요. 작년부터 돈 좀 버는 건가 싶었어요.
작년이요? 너무 늦게 느낀 거 아닌가요?
돈 벌기 쉽지 않다니까요. (양말을 들며) 아니 이거 하나 팔아봐야 8천 원인데 얼마 남겠어요. 패키지도 막 주고 그러니까요. 직원들 월급 주고 월세 내고 하면...
그런 감각 없이 어떻게 10년을 해오실 수 있었을까요?
그냥 생각 없이 살면 돼요. 저처럼 그냥 나 먹고 살 정도만 벌면서...
인터뷰의 방향을 틀어서 홍정미의 마인드 컨트롤에 관해서 물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대표님 어디 절에라도 다니세요?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 돈 못 벌 수도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같은 사람이니까 10년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생각보다 갖고 싶은 게 많이 없는 스타일이에요. 물욕이 좀 없어요. 그냥 등산 가고 친구들이랑 놀고 막 와인 마시고 이런 거에 되게 큰 기쁨을 느껴요. 식물 키우는 거 되게 재밌고요.
아헤먼이 곁눈질하고 따라가고 싶은 브랜드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이 질문 보고 좀 생각해봤거든요. 그런데, 없어요. 따라 하고 싶지 않아요. 진짜 잘한다 싶은 브랜드 너무 많죠. 그런데 따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게 우리 고객님들이 원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닐 것 같아요.
근데 저 같아도 매일 가는 동네 음식점에서 새로운 거 하겠다고 자꾸 전위적인 메뉴 내고, 원래 맛있었던 음식 맛은 유지 못하면 왜 이러나 싶고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그쵸, 아무리 잘하는 브랜드라도 우리가 따라 하는 걸 고객님들이 좋아하실까 생각하면 아닐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제가 이 상황에서 제일 잘하는 걸 보여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헤먼의 포부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저 오피스 브랜드 내보고 싶은 생각 있어요. 아헤먼의 감성을 담은 사무용품을 해볼 수 있을까 해서 준비 중이에요.
회사 나가기 싫어서 브랜드를 만드셨는데 회사를 구현하고 계시네요.
뭔가 이 세계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어졌어요. 회사에서 쓰는 모든 것에 저희의 감성을 넣어서 요즘 인기 있는 ‘맑은 눈의 광인’ 같은 분들이 전부 저희 물건을 쓰면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쪽으로 고민 중이고요. 아헤먼은 지금처럼만 잘 되면 좋겠어요. 엄청난 포부가 있어서 짱이 될 거야 막 이런 건 아니고요. 제 역량에 맞게, 우리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며 낼 수 있는 결과물이 우리다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예쁜 양말 많이 만들고 싶어요. 모든 옷에 신을 수 있는 예쁜 양말. “거기 예쁜 양말 많은 브랜드야.”라고 언급되는 정도만 돼도 저는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회사도 싫고 돈도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아보고 싶은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해보셔야죠. 요즘은 다양한 창구가 많이 생겨서 조금만 돌아다니면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아요. 성취 목표를 낮게 잡아서 조금씩 만들어보세요. 소량이든 대량이든, 친구들한테 팔든 마켓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에게 팔든, 우선 해보세요. 이 짜릿한 경험은 안 해보면 모르거든요. 일단 무조건 해보세요. 누군가는 내가 좋아하는 거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옷 잘 입는 사람들이 아헤먼 양말을 신었잖아요. 패션 피플에게 양말은 한 끗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아이템이고요. 그래서 양말쟁이 홍정미 대표님이 생각하는 옷 잘 입는 방법이 무척 궁금합니다.
많이 입어봐야 할 것 같아요. 나에게 어떤 게 잘 어울리는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요. 최대한 많은 종류의 옷을 다양하게 입어보는 게 좋죠. 굳이 비싼 브랜드를 찾기보다 러블리, 캐주얼, 스트리트, 힙합 등 무드를 넘나들며 다양한 옷을 가리지 않고 입어봐야 잘 맞는 걸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으니까요. 실패해도 된다는 마음가짐 있잖아요. 실패해도 되니까 '나 오늘 좀 마음에 드는데' 하는 자신감을 찾아나설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런 자신감이 삶을 멋지게 만들지 않을까요.
나를 귀여워해 주는 마음이군요.
네, 나를 좀 예뻐하는, 잘 입었다고 생각해 주는 마인드요. 스스로 예쁘고 당당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양말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많이들 어려워하시고 조심스럽게 시작하시지만, 통달하신 분들은 그냥 생각 없이 신으시거든요. 빨간색, 노란색. 되게 멋있어요. 자신 있게 신으면 진짜 예뻐 보이거든요.
예쁜 양말만큼이나 빛이 났던 것은 홍정미 대표의 마음가짐이었다. 그 비결이 궁금하여 “별일 없으셨다면서요. 언제 이렇게 달관하신 거예요.” 하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별일이 왜 없었게요. 산전수전 다 겪었죠. 사기도 당하고, 일도 엎어지고. 그런데 그런 거에 얽매여서 살면 너무 아깝잖아요. 내 인생이 얼마나 귀여운데.”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사 온 양말들을 하나하나 신어보았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지금 이 인터뷰를 정리하는 내 발에도 무척 귀여운 양말이 신겨져 있다. 싫어하는 것만 피하고 살아도 복된 삶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귀여운 양말을 신는 것이다. ‘월요일이 싫어’라는 외침이 닿는 곳은 생각보다 넓었다. 어쩌면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귀여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홍정미 대표가 잘 지내고, 그래서 예쁜 양말들이 퐁퐁 솟아나고, 또 그걸 신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귀여워하는 모습이 줄지어 떠올랐다. 그와 꼭 닮은 양말들 중에서 내 하루를 밝혀줄 양말을 골라본다. 어수선하고 마음이 무거운 날에도 변함없이 귀여울 양말, 내 하루를 비춰줄 양말을.
양말이 좋아서 업으로 삼았다. 현재 소월로에서 아이헤이트먼데이 쇼룸을 운영 중이다.
쓰는 사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필집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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