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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업에 종사하는 지실과 동진은 클라이밍을 좋아한다. 퇴근 후 암장에 갈 생각으로 힘든 직장 생활을 버텼다. 서로 삶의 동반자가 되기로 약속한 후 신혼여행으로 세계 일주를 떠났고 세계 곳곳의 암벽을 찾아 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옷과 클라이밍은 그들의 삶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었고, 그것이 클라이밍 의류 브랜드, ‘오름’의 시작이 되었다. 디자인하고, 원단을 고르고, 샘플을 만들고, 입어보고, 수정하고, 제작하고, 실밥을 뜯고, 배송하고, 리뷰에 댓글을 다는 것까지 모두 둘의 몫이다. 만들어진 바지를 입고 다시 암벽을 오르는 것도 둘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쳐드는 동대문구의 아담한 사무실, 색색깔의 바지가 정갈히 개어 놓여있다. 한편엔 여느 사무실과 같은 사무공간과 탕비실이 있고, 다른 한쪽엔 재봉틀과 다리미 그리고 넓은 작업대가 있는 작은 의상실이 마련돼 있다. 11년 차 부부이자 7년 차 동업자인 지실과 동진의 작업실이자 브랜드 ‘오름’의 보금자리다. 동대문 의류 시장과 인접해 언제든 원자재를 구하러 가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실 수영장이 바로 앞에 있어서 이곳을 얻게됐다고 그들은 말한다. 매일 함께 수영장에 갔다가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두 사장님은 여전히 낮이면 열심히 옷을 만들고 퇴근을 하면 운동하러 간다. 그들이 만든 옷은 그들이 보내는 하루만큼이나 단단하고 알차다.
지실 : 직장 다닐 때 거의 매일 암장에 갔어요. 저희가 종사하던 일이 의류 수출업이었는데,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은 업계거든요. 퇴근하면 늘 10시, 11시였어요. 제 소원이 ‘7시에 퇴근해서 운동하러 가기’였을 정도였죠. (웃음) 근데 그게 안 돼서 9시에 겨우 일을 끝내고 바로 택시를 타고 가도 30분밖에 운동 못 하고 나오는 그런 날들이 많았죠. 그래서 거기서부터 머리를 굴리게 됐어요. 출근할 때 입은 옷으로 운동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그럼 10분이라도 운동을 더 할 수 있을 텐데.
동진 : 옷 갈아입는 시간 1분이라도 아끼고 싶었던 거죠. 운동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활동성을 잡으면서 회사나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의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내 브랜드를 내보고 싶다는 로망도 있었지만 거창한 의미를 갖고시작한 건 아니었죠. 우리한테 잘 맞는 편안한 옷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오름이 시작된 2015년 무렵에는 클라이밍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고, 로컬 브랜드도 없었거든요. 등산바지나 해외 직구를 통해서 운동복을 열심히 사서 입어봤는데 기장이라든지 핏 등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더 우리 체형에 맞는 옷들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편하면서도 운동복이라는 컨셉에 갇히지 않고 두루 입을 수 있는 바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동진 : 지실님이 디자인, 발송, CS 전반을 맡는다면 저는 생산 관리를 맡아서 하고 있어요. 가장 좋은 점은 이 일을 받아들이는 감도가 같다는 거죠. 저희 둘 모두에게 ‘내 일’이니까요.한 팀이죠. 말하지 않아도 둘 다 주인처럼 알아서 할 일들을 착착 해나간달까요. 출퇴근도같이할 수 있고, 일정 공유나 소통도 빠르죠. 인건비도 획기적으로 줄고요. 저희 둘이 몸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부부 둘이서 일하는 게 그렇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웃음)
지실 : 특히 신혼 때는 뭐든지 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24시간 붙어서 살고 일해보면서 그런 것에도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계속 붙어있다고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함께하는 시간만큼이나 각자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방법을 찾았어요! 이제는 퇴근 후에 각자 시간을 보내요. 취미 활동을 따로 해요. 친구도 따로 만들고요. 그러니까 같이 있는 시간이 훨씬 좋아졌어요.
지실 : 맞아요. 의류학과를 나왔어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저희는 디자인적으로 더 디테일하게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샘플 공장에서 워낙에 잘해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걸리고 수정을 요청할 때마다 비용이 들었거든요. 소통이 잘못될 때도 많았고요. 결국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둘 다 의류학과를 나왔지만 패턴을 뜨고 재봉을 하는 일은 브랜드를 시작하며 거의 다시 공부했어요. 동진님이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에 이런 시스템을 사무실 안에 들일 수 있었죠. 생각한걸 바로 샘플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게 여러방면에서 시도의 폭을 넓혀주었죠.
동진 : 처음엔 바지 하나로 시작했어요. 사이트에 딱 하나 올라가 있었죠. 그거 다 팔면 돈 좀 모아서 이제 하나 더 만들고 그렇게 한 달에 거의 하나씩 계속 생산을 늘려갔죠. 그래서 다품종 소량 생산은 사실 뜻하지 않게 이렇게 쌓여온 의미이기도 해요. 초기 자본금이 크지않아서 많이 만들 수가 없었거든요. 판매를 해서 남긴 이익으로 또 만들고 또 만들고 그게 점점 쌓여서 지금은 좀 다품종이 됐죠.
지실 : 그래서 디자인은 하나인데 컬러를 막 다섯 개씩 만들었어요. 여행 갔다 와서 돈 다 쓰고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적금을 깨서 만든 바지였거든요. 정말 절실했죠. 저희 브랜드가 창업했던 2015년 즈음에 서울시에서 청년 관련 지원 사업을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거기에도 닥치는 대로 다 지원해서 사업계획서랑 프리젠테이션을 엄청 했죠. 그런 공공사업의 덕택도 있었죠.
동진 : 예산의 문제도 있지만 저희 같은 작은 브랜드는 재고가 남는 것도 부담이 돼요.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7년간 운영하다 보니 고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잡혀가더라고요. 이제는 스테디한 디자인들이 생겼고, 거기에 시즈널 컬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어요. 큰 회사처럼 전략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저희 둘의 감이 중요한 기준이 돼죠.
지실 : 초반에는 고객님들이 이런 바지는 없나요, 저런 바지는 없나요, 많이 물어보셨었는데 지금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거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추천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기분이 되게 벅찼죠.
지실 : 요즘 확실히 트렌드라는 걸 느끼고 있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어려웠어요. 코로나 시기에 어떤 곳이나 그랬듯 저희도 힘든 시기를 겪었지요. 판매도 부진하고 아이디어도 고갈됐었어요. 저희는 판매가 되어서 금액이 모여야지 또 새로운 생산을 할 수 있는 브랜드인데 판매가 뚝 끊겼었거든요. 그때 장사 접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생각지도 못하게 해외에서 바잉 문의가 왔었어요. 미국, 호주, 홍콩… 정말 동아줄 같았죠. 그 덕분에 버텼어요. 해외에선 점점 더 많은 관심과 반응을 보여주시고요. 그럴 때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버티기를 잘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죠. 창업이라는 게 참 쉽지가 않구나,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있구나 싶었죠.
동진 : 일단 활동성이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어떤 동작을 했을 때 편한가 안 편한가’ 그걸 가장 중요하게 둬요. 저희 바지는 디테일이 정말 많지만 그게 밖으로 다 드러나 있지는 않거든요. 겉에서 보기에는 심플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오래 입을 수 있어야 하죠. 그렇게활동성, 심플함, 내구성 이 세 가지를 기본으로 잡고 디자인해요. 그냥 보면 모를 수도 있지만 전공자들이 보면 세심한 곳 구석구석까지 신경 쓴 게 보이죠. 입어보고 움직여보면 바지가 단단하다는 게 느껴져요. 가장 잘 닳는 부분을 튼튼하게 설계하고, 활동에 편하면서도 가볍도록 손이 많이 가고 돈이 드는 공정도 충분히 신경 쓰려고 하죠.
저희 브랜드는 특별히 광고를 많이 한다거나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쓰지는 않거든요. 그 시간에 패턴을 배우고 샘플 만드는 법을 공부했죠. 어떻게 하면 바지를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품질엔 정말 자신이 있어요.
지실 :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우선 저희가 가장 많은 활동을 해요. 저희가 취미 부자거든요. 클라이밍은 당연하고요. 거기에 수영, 요가, 달리기, 물에서 하는 구기 종목인 수구도 해요. 일단 재밌어 보이는 활동이면 다 해보는 편이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그에 적합한 옷을 찾아가면서 좋은 요소들을 우리 옷에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해요.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도 얻고요.
동진 : 그리고 컬러요! 무채색으로 가득했던 아웃도어 의류에 저희가 처음으로 ‘핑크’를 들여왔거든요.
지실 : 이렇게 말하니까 저희가 핑크를 전세 낸 것 같은데(웃음), 그렇다기보단 당시에는 지금보다 디자인이나 색이 다양하지 않았어요. 저희는 워낙 컬러플레이를 좋아해서, 색감에서 차별성을 드러내려고 했죠. 이름도 벚꽃 핑크, 그레이 더스트 등으로 재미를 주면서 포인트를 줬어요. 당시엔 그렇게 화사한 색감의 운동복이 없었다보니 많은 분들에게 저희를 알리는 계기가 됐죠. 색감도 색감이지만 바지 품질도 자신이 있었으니 자연히 입소문을 타게 됐어요. 오늘도 고객님이 핑크 바지 찾으셨거든요. 여전히 색감에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지실 : 직장인들은 다 월요일을 싫어하잖아요. 금요일을 제일 좋아하고요. 그래서 처음 제작한 바지를 금요일 팬츠라고 지었어요. 저도 제일 좋아하는 요일이었으니까요. 그다음으로 제작한 게 월요일 팬츠였죠. 월요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작이지만 이 바지를 입고 힘내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는데 그게 저희 베스트 아이템이 됐죠. 입었을 때 핏도 딱 떨어지면서 휘뚜루마뚜루 입을 수 있는 굉장히 편한 바지예요. 바지라도 그 고됨을 덜어드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죠.
지실 : 시장에 나가거나 공장에 가거나 작은 샘플 하나 얻으려고 해도 우리가 “오름이에요.” 하면 아무도 모르니까 좀 찬밥 취급을 받긴 하죠. 우리가 이 업체의 원단을 사봤자 소규모 손님이니까요. 근데 예전 회사에 있을 때는 저희가 수출을 하다 보니까 큰손이어서 대우가 달랐거든요. 그런데 그거 말고는 그리운 게 없어요. 저희가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제는 꿈에도 그리던 9 to 6를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다니던 직장은 야근이 기본이었어요. 일찍 퇴근하려고 7시에 출근해서 일하는데도 제 시간에 일이 안 끝나서 10시에 퇴근하고, 그때만해도 상사가 퇴근을 안 하면 다 퇴근 못하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지실 : 그런 회사 생활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내 사업장에선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맞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한테는 그게 1번이에요. 저희도 주말에 나올 때가 있고 야근을 할 때도 있지만, 저희 일이니까 어느 정도 즐겁게 할 수 있죠. 빈도도 훨씬 낮고요. 일할 땐 열심히 하고, 일어날 땐 일어나는 거죠. 계속 붙잡고 앉아 있는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다른 활동을 많이 해보는 거죠.
지실 : 처음엔 돈 고민밖에 안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팔지,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알아줄까,그런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새로 생겨나는 많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오름이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할까 고민되는 것 같아요. 브랜드마다 가격대나 콘셉트가 다 다르다 보니 우리 바지가 가진 차별점과 가격을 고객에게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품목 확장에 대한 고민도 있죠.
동진 : 확실히 저희는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인 것 같아요. 큰 브랜드는 기획 자체가 시즌별로 일찍이 진행돼서 생산과 판매 간의 시차가 크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내일 당장 뭔가 필요하다고 그러면 바로 할 수도 있어요. 다양한 색깔도 과감하게 도전해볼 수 있죠. 큰 브랜드들이 잘 시도하지 못하는 매니악하고 유니크한 컬러들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지실 : 고객과의 커넥션도 남다른 것 같아요. 바로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요. 사이트에 고객님들이 남겨주시는 글들 전부 다 저희가 댓글을 달거든요. 한번은 저희가 추가 생산 주문을 하는데 어떤 고객님께서 어떤 바지 재입고 문의를 해주신 거예요. 손님이 원하시는데 더 만들자, 해서 바로 그 바지까지 주문해서 재입고를 해드렸죠. 정말 작은 고객의 소리에도둘이서 하루 종일 심각하게 고민할 때도 있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고객분들께서기분 좋게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저희가 계속 배워가고 있죠.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이 매뉴얼처럼 정해져 있다기보다 고객님들이 원하면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봐요.
동진 : 전에 첫 클레임 들어왔을 때는 둘이서 너무 고민이 깊어서 퇴근하고 소주를 마시기도 했어요(웃음). 진짜 이거 어떻게 할까 계속 얘기했죠.
지실 : 실밥 뜯고 택 다는 것까지 저희 손을 거치지 않는 제품이 없거든요. 그만큼 꼼꼼하게 봤다는 자신이 있는데, 배송받은 옷이 불량이 났다고 하시면 정말 둘이 머리 맞대고 종일 고민하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 그러기도 하지만 댓글 하나하나에 정말 자주 감동을 받아요. 동진님은 제가 F여서 그렇다는데…(웃음)
저희는 손님들께 답변을 드릴 때 늘 마지막에 ‘안전 오름 하세요.’ 이렇게 말씀드리거든요. 인터뷰를 하다보니 7년의 세월이 눈앞에 그려지는 기분인데요. 고객님들께 늘 너무너무나 감사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객님들께 그 말씀을 드릴 때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고객님들이 저희 바지를 구매하시든 안 하시든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진심이 저희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지실 : 그래서 저희도 매너리즘에 빠질 때나 힘들 때 맛집 같은 데 다니면서 사장님들이 하시는 행동이나 인사나 작은 것 하나하나를 유심히 봐요. 실제로 거기서 감동도 느끼고 우리도 저 사장님처럼 저렇게 열심히 해야 해. 이렇게 맛있고 멋지게 해야 해, 하고 마음을 다잡아요.
지실 : 일단 그것과 관련하여 최대한 공부를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카페를 창업하고 싶다면 커피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듯이요. 기본적인 본질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해야 튼튼한 브랜드가 될 것 같습니다.
동진 : 저는 자본금으로 얼마를 준비할 수 있느냐를 먼저 물어보고 싶어요. 6개월 이상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획을 하고 아이템을 내고 시장에 진출해 고객의 반응을 받고 다음 아이템을 또 준비해서 한번 더 시도해보는 식으로 어느 정도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못해도 1년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지요. 아니면 그 시간 동안 내가 밤에 대리를 뛰든 배민을 하든 그 정도의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지, 포기하지 않을정도로 좋아하는지 이 두 가지는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거 빼고는 더 드릴 말씀이 없어요. 다른 거는 알아서 하시면 되는 거죠.
지실 : 옛날에는 이것저것 입어보고 하는 걸 되게 좋아했는데 요새는 그냥 편한 옷이 좋아요.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무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점점 더 기본을 찾게 되고요. 속옷이라든지 양말이라든지 진짜 내 살에 닿고 매일 입는 것들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품질이나 브랜드의 가치 같은 것들도 중시하게 됐고요. 탐스나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들요. 입었을 때 겉으로는 안 보이더라도 그걸 소비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동진 : 다른 사람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기 체형에 맞게 입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들, 모델들이 입는 걸 나한테 똑같이 적용한다고 멋있지는 않잖아요. 자기한테 어울리는 걸 찾는 거죠. 그 외에 제가 늘 신경 쓰는 게 있다면 색감이에요. 컬러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입었을 때 정신이 없더라고요. 어느 정도 톤을 맞춰 입는 것 같아요.
대화 중에 어떤 부분에서 지실님은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저희는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살아요.” 그 말을 들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생각했다. 브랜드 ‘오름’은 제주도의오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언가를 ‘오르다’라는 뜻이다. 지실과 동진이 매일을 즐겁게 견딜 수 있도록 해준 오름의 힘, 혼자인 시간도 함께인 시간만큼 소중하고, 일하는 시간만큼 퇴근 후의 시간도 소중하고, 금요일만큼 월요일도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힘이다. 그 모든 순간을 꼼꼼히 사랑하는 힘을 바지에 담아 보낸다. 매일매일 손이 갈 만큼 편하고 탄탄한 만듦새의 바지에서는 좋은 마음의 냄새가 난다.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 지실님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한다. “모두 안전 오름 하세요!”
클라이밍과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의류를 만드는 브랜드, ‘오름’을 운영 중이다.
쓰는 사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필집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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