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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H입니다. 6월의 태양이 이리 뜨거울 수 있다니, 매일 새롭게 놀라는 날들이에요. 근데 어쩌죠? 본격적인 여름은 이제 시작인데 말이에요. 더구나 올여름 장마에는 물 폭탄이 쏟아질 거라는 예측이 들려옵니다. 오늘의 공간 소개는 극한의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영감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간을 찾아 떠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찌는 더위와 퍼붓는 비 걱정 없이 쾌적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실내 공간 세 곳!
1. 나만의 보물을 찾아서 <국립중앙박물관>
2. 저항할 수 없는 감각의 물결 <모던클로이스터>
3. 책 속으로 풍덩 <송파책박물관>
날씨의 공격이 거셀수록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찾게 되죠. 으레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박물관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30만 평에 이르는 대지 위에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지어졌어요. 공원을 거닐며 주변 경관과 함께 건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줍니다. 실내외 곳곳에 벤치와 카페, 식당이 마련되어 있어 틈틈이 휴식을 취하기도 좋아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세에 이르는 시대별 유물부터 서화, 조각, 공예 등의 주제별 전시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문화유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삼국시대 7세기 전후로 제작된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사유의 방’은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이죠.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문구가 적힌 입구를 지나 어두운 복도를 통과하면 고요함 속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반가사유상 두 점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 미소의 의미를 사유하며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해답과 위로를 찾습니다.
저희 팀장님은 주니어 시절, 마음이 무거운 날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위안을 얻고는 하셨대요. '저 유물들이 지나온 시간에 비하면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아주 잠깐인데, 너무 걱정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시면서 말이죠. ‘사유의 방’ 흥행 이후 많은 박물관들이 최대한 많은 유물을 전시해야 한다는 과거의 기조에서 벗어나 한 점의 유물이라도 관람객의 마음에 남을 수 있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죠. 나만의 보물을 찾아 더 이상 엄숙하고 고루하기만 한 곳이 아닌, 쉼과 위안을 주는 휴식처로 박물관을 새롭게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주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시간 10:00 - 18:00 (수,토요일 21시까지)
인스타그램 @nationalmuseumofkorea
도심의 열기를 피해 차를 몰아 양평으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태양은 뜨겁지만, 창밖으로 넘실대는 초록빛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지친 마음을 달래줍니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요? 늘 그대로일 것만 같은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곳엔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웅장하게 서있는데요, 바로 음악 감상관 모던클로이스터입니다. 음악가인 조대성 대표가 30여 년간 모은 LP 음반과 빈티지 오디오를 통해 클래식부터 락, 재즈, 팝 등의 컨템퍼러리 음악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의 안뜰에 위치한 회랑, 즉 클로이스터(cloister)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습니다. 거룩한 공간과 세속적 공간을 연결하는 곳으로 수도사들에게 비밀스러운 쉼의 장소가 되어주었던 공간입니다. 신과 자연, 인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던 중세의 클로이스터처럼, 현대인들도 빛과 소리가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안식을 경험하길 바라며 만들어진 공간인 것이죠. 맞이 공간인 1층을 지나 2층에 오르면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진동에 맞춰 심장이 뛰기 시작해요.
청음 공간은 2층과 3층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뭇 장엄한 자태의 오디오를 바라보며 앉아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빛을 듣고, 소리를 보는 공간"이라는 모던클로이스터의 소개글에 끄덕이게 됩니다. 측면으로 난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소리의 물결 속에서 함께 춤을 추듯 다가와요. 허공에 손을 뻗으면 음표가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혹 책을 읽거나 떠오르는 영감을 기록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3층을 추천할게요. 음악 감상 공간으로는 드물게 책상이 마련되어 있거든요. 잠자던 감각을 깨우고 영감으로 채우는 하루를 원한다면 양평으로 떠나보세요!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황순원로 484
운영시간 12:00 - 19:00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oderncloister_
‘이번 휴일엔 기필코 책 한 권 읽으리라’ 다짐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곳입니다. 송파역 인근에 위치한 송파책박물관인데요, 최초의 공립 책 박물관으로 책과 인쇄에 관한 전시는 물론 쾌적한 독서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알찬 북캉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휴대폰 화면과 영상은 잠시 안녕! 책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을 활용해 조성된 ‘어울림홀’입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1만여 권의 책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요. 눈에 띄는 요소는, 어릴 적 부모님의 눈을 피해 숨어 들어가던 작은 아지트 같은 공간들이 벽장 곳곳에 설치돼있다는 점입니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벽장에 쏙 들어가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독서에 집중한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집중력을 잃는 순간이 와도 괜찮아요. 주의를 환기할 방법은 많으니까요. 먼저 2층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전시를 천천히 둘러보는 거예요. 단순히 독서의 대상으로서 책이 아닌, 책의 이면에 담긴 문화적인 이야기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미디어 라이브러리에서 조용히 영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요. 일상의 자극에서 벗어나 책에 둘러싸여 보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요즘이니까요📚
주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송파대로37길 77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관)
인스타그램 @songpa_bookmuseum
고요하지만 생기 있는 5월의 숲을 좋아합니다. 나만의 언어와 표현으로 기호를 설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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