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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멘 좀 먹는 객원 에디터 전국면입니다. 일본 내에는 라멘집이 3만여 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약 100년 정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죠.
사랑받는 음식일수록 사람들의 기호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스타일이 생겨나게 되는데요. 라멘 역시 다양한 ‘스타일’이 생겨났습니다. 육류와 어류 스프를 섞어 새로운 스프를 만드는 것은 물론 비비거나 찍어 먹는 등 라멘이라고 부르기 힘든 새로운 메뉴들까지. 라멘의 기원과 쇼유, 미소, 돈코츠 등과 같은 육수 종류에 대해 소개한 지난 글에 이어 오늘은 이미 한번쯤 들어보셨거나 드셔보셨을,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타일의 라멘들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각 스타일의 라멘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부터 깨알 같은 TMI까지 곁들여 놓았으니 재밌게 감상해주시기 바랍니다.
1. 이에케 라멘(家系ラーメン)
일본 라멘의 전설인 이에케라멘은 1974년 요코하마의 라멘집 ‘요시무라야(吉村家)’의 요시무라 미노루가 창시한 라멘입니다. 굳이 거창하게 ‘창시’라는 표현을 쓴 건 이에케라멘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장르이기 때문인데요. 요시무라야에서 수행한 직원들의 직계 매장은 물론(현재 증손계까지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이에케라멘을 운영하는 매장들까지 거의 일본 전역에 이에케라멘 전문점이 포진해 있습니다. 보통 특정한 스타일의 라멘은 일부 지역 내에서만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케라멘의 경우는 그야말로 일본 전역을 사로잡은 셈 이지요. ‘요코하마=이케에 라멘’이라는 공식에 점주 미노루씨가 라멘을 팔아 빌딩을 세웠다는 일화까지 있으니 첨언이 더 필요 없는 수준입니다.
이에케라는 이름은 요시무라야 상호명에 들어간 ‘家(일본어 발음으로 ‘이에’)’를 사용하여 ‘家系(가계, 이에케)’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계파를 지칭합니다. 이곳의 직원들이 독립하면서 오픈한 매장마다 상호명에 ‘家’를 붙이면서 자연스레 계파가 만들어 졌는데요. 대표적 직계로는 ‘스기타야(杉田家)’, ‘하지메야(はじめ家)’, ‘조에츠야(上越家)’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직계가 아니더라도 이에케라멘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상호명에 ‘家’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상징과도 같은 단어이지요.
이에케라멘은 돈코츠와 닭을 섞어 낸 육수에 쇼유를 블렌딩한 라멘입니다. 거기에 닭기름을 같이 올리고, 이전 라멘에서는 볼 수 없던 시금치, 훈제 차슈와 김 등의 독특한 토핑을 올려 완성됩니다. 면 또한 돈코츠라멘에서 쓰는 얇은 호소멘이 아닌 굵은 태면을 사용하고요. 농후한 맛에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라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요시무라야 오픈 초기 주 고객 층이 남성 공장 근로자와 트럭 운전수들이었다고 하네요.
요시무라야는 맛과 함께 직원들의 혹독한 수행기로도 이름나있습니다. 미노루 사장의 구타를 동반한 스파르타식 수행이 방송을 타면서 더욱 유명해졌죠. 전수창업을 받으러 온 제자들을 수련시키는 특집 프로그램에서 6개월 안에 독립시킨다는 목적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송출되었습니다. 실제 미노루 사장에겐 두 아들이 있는데 두 아들 모두 라멘 수행을 하다 중도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그의 라멘 수행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하네요.
한국에서도 이에케라멘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서 현재 한국의 라멘신에서 가장 핫한 라멘이 바로 이에케라멘이 아닐까 하는데요. 한국 라멘의 격전지인 연남동에서 웨이팅이 길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이 바로 이에케라멘 전문점 ‘하쿠텐’입니다. 또 다른 이에케 전문점인 ‘무겐스위치’ , ’덴키’ 등도 성황리에 영업중이고요.
이에케라멘은 주문할 때 토핑은 물론이고 면 삶기 정도와 염도 또한 조절이 가능합니다. 부분의 라멘집에서도 조절 가능하지만 먼저 물어보진 않는데 비해, 이에케는 주문 시 선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면 삶기는 기호에 따라 선택하되, 일본 현지에서 드실 경우 많이 짤 수도 있기 때문에 라멘초보시라면 염도는 낮게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TMI
(1) 요시무라 미노루 사장은 놀랍게도 재일교포 입니다(한국 이름 : 이용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중학교 졸업 후, 미장이, 트럭 운전수 등을 거쳐 라멘집에 취직, 이후 독립하여 독자적인 레시피로 요시무라야를 오픈하게 됩니다.
(2) 요시무라야는 50년의 영업기간 동안 두번의 이전을 합니다. 처음엔 신스기타역에 있었고(이 때 요시무라야 매장의 맞은편 자리가 현재의 스기타야 입니다.) 그 후 요코하마역 쪽으로 이동, 2023년 3월 임대계약 만료로 현 위치로 건물을 증축하며 이전 오픈하였습니다.
(3) 요시무라 미노루 사장은 지금도 여전히 매장에 출근합니다. 여전히 엄하게 직원들을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시스템이 상당히 분업화 되어 있고 직원들의 일사분란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노루사장님은 방송에서의 모습과 달리 손님들에겐 상당히 친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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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시무라 미노루의 아들들이 수행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많이 돌았으나 실제로 아들 중 한명은 이에케라멘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혼아쓰기역 근처에 있는 ‘아츠기야’ 입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직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2. 지로계 라멘(ラーメン二郎)
산더미 처럼 쌓인 숙주와 돼지 비계, 큼지막한 덩어리 차슈와 마늘 그리고 두껍고 어마어마한 양의 면 까지… 처음 보면 감히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극강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라멘. 바로 도쿄 라멘지로에서 시작된 지로라멘 입니다.
지로라멘은 1968년 라멘지로의 점주 야마다 타쿠미씨가 만든 돈코츠와 쇼유를 블렌딩한 돈코츠쇼유라멘입니다. 상당히 매니악한 라멘임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어 라멘지로 직계와 지로 인스파이어계*까지 합쳐 일본 내에서만 300개 이상의 점포가 성업중인데요. 지로라멘 매니아를 지칭하는 ‘지로리언’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라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라멘입니다.
*지로라멘은 크게 ‘라멘지로’, 라멘지로에서 독립했으나 지로 네이밍을 쓰지 않는 ‘구 지로계’, 그리고 지로라멘과 관계 없이 스타일만 비슷한 ‘지로 인스파이어계’로 나뉩니다.
지로라멘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상당히 박력있는 비주얼을 자랑하는데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양’. 타 라멘보다 월등한 양의 면이 제공되며 점포마다 다릅니다만 보통 400g 정도의 면이 제공됩니다. 일반 돈코츠라멘의 면 양이 200g 내외 수준이니 거의 2배 이상이라고 볼 수 있지요.
✅ 양 : 식권 자판기에서 양 선택이 가능합니다. 보통 소(小)와 대(大)로 나뉘며 그보다 작은 미니도 있습니다. 소(小)가 통상의 기본 사이즈에 해당하며, 그 양이 상당합니다. 지로계라멘 일부 점포에선 소(小)가 가장 작은 것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적게 드실 분은 점원에게 반만 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그것도 적진 않지만…
✅ 토핑 : 기본 토핑인 마늘, 야채, 세아부라(せあぶら, 돼지지방)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게 넣고 싶으면 스쿠나메(少なめ) 또는 스코시(少し), 많이 넣고 싶다면 마시(マシ), 아주 많이 넣고 싶다면 마시마시(マシマシ)라고 외쳐주시면 됩니다.
✅ 스프 : 진하게 하고 싶다면 코이메(濃いめ), 연하게 하고 싶다면 우스메(薄め)
✅ 면 삶기 : 면을 꼬들하게 먹고 싶다면 카타메(かため), 면을 푹 익혀 먹고 싶다면 야와라카메(やわらかめ)
✅ 이것저것 선택하기 어렵다면 : 이것저것 선택하기 어렵다면 그냥 소노마마 (そのまま, 기본 또는 보통), 모두 많이 추가하고 싶다면 젠마시(全マシ)라고 하면 됩니다. 응용해서 젠마시마시 라고 하면 모든 토핑을 아주 많이 줍니다.
아무래도 매니악한 메뉴이다 보니 현재로서는 국내 지로라멘 전문점을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지로라멘 전문점으론 연남동의 566라멘이 유일하며 아주 일부의 라멘집에서 서브 메뉴 정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점점 저변이 확대되고 있고 얼마 전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일본 유명 지로라멘 체인 ‘유메워카타레(夢を語れ)’가 2025년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등 점차 대중화 될 것으로 예상되네요.
🍜TMI
(1) 라멘 지로의 원래 상호명은 ‘ラーメン二郎’ 가 아닌 ‘ラーメン次郎’ 였습니다만(둘 다 발음이 ‘지로’), 현재 본점이 있는 미타로 점포를 옮겨 올 때 간판업자의 실수로 ‘二郎’ 를 쓰게 되었는데 그걸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현재의 상호명이 되었습니다.
(2) 지난 2024년 5월엔 신주쿠 라멘지로 가부키초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매장에 연기가 자욱함에도 점원과 손님 모두 대피하지 않고 태연히 식사를 즐기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점원과 손님 모두 화재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해, 그만큼 맛있고 매니아층이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지에선 “지로리언이 지로리언했다”며 조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네요.
(3) 라멘지로의 염도는 꽤 높습니다. 다른 지로계 라멘과 달리 차슈에 염지가 되어 있기 대문입니다. 차슈의 염분이 스프에 녹아들어 먹을수록 염도가 올라갑니다. 지점마다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가장 접근성이 좋은 신주쿠 가부키쵸점의 경우는 많이 짭니다. 지로라멘을 처음 드시는 분들께는 좀 더 원만한(?) 접근을 위해 지점이 많은 라멘 부타야마나 도쿄 다카다노바바역 인근의 '이케다야(ラーメン池田屋)' 같은 곳에서 처음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4) 라멘지로의 지점들은 다 라멘지로에서 수행한 직원들이 독립해서 창업을 하지만, 각 직원들의 개성과 조리법이 차이가 있기에 지점마다 맛이 다 다릅니다. 이 때문에 지로리언들은 각 지점을 다니며 맛에 대한 평을 공유하는 문화가 있는데, 진성 지로리언들은 각 지점에서 삶은 면발의 물기를 털어낼 때의 소리까지도 리뷰 할 정도로 진심이라고 합니다.
(5) 일본 라멘집이 지점을 내는 시스템은 '노렌와케(暖簾分け)'라고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본점에서 수행한 직원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을 때 지점을 내 독립시키는 방식이죠. 타 라멘집들의 경우 직원이 독립하면서 다른 상호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라멘지로의 경우는 본점 상호 그대로 오픈하는게 특징입니다.
(6) 일산에 본점을 둔 ‘한창희 천하일면’에서 고기국수라는 이름으로 지로라멘과 흡사한 메뉴를 판매합니다. 맛은 더 담백하며 한국적입니다.
3. 츠케멘(つけ麺)
한국에서도 많은 점포가 생겨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츠케멘. 츠케멘은 도쿄 히가시이케부쿠로 역에 있는 ‘타이쇼켄(大勝軒)’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61년, 라멘의 신이라 불리는 야마기시 카즈오씨가 만든 스프에 찍어먹는 형태의 라멘이죠.
츠케멘의 전신인 모리소바는 현재의 츠케멘과는 스타일이 좀 다른데요. 츠케지루라고 하는 찍어먹는 스프가 현재 일반 츠케멘과 달리 맑은 편 입니다. 참고로 모리소바 창시 이후 1970년에 되어서야 ‘츠케멘’ 이라는 이름이 보편화 되기 시작했고, 타이쇼켄의 제자들은 물론 그곳에서 영향을 받은 많은 요리사가 다양한 스타일의 츠케멘을 선보이며 현재의 츠케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츠케멘은 이름 그대로 ‘찍어먹는 라멘’ 입니다. 스프는 일반 라멘의 농축된 버전이라 보시면 됩니다. 보통 걸쭉한 형태로 육류와 어류 육수를 섞어 만들죠. 간이 상당히 세기 때문에 면 또한 중태면(中太麵)과 태면(太麵) 같은 두꺼운 면을 쓰며, 스프에 푹 담그기 보다는 반만 찍어 간을 조절해가며 먹어야 맛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와리스프라고 하는 별도 스프를 넣어 간을 중화시킨 후 츠케지루의 스프까지 다 먹게 됩니다. 와리스프는 보통 면을 다 먹은 후 별도로 요청하시면 되고요.
츠케멘은 대중화된 지 오래라 국내에도 많은 전문점이 있는데요. 대표적 맛집으로 상수동의 ‘멘타카무쇼’, 곱창 츠케멘으로 유명한 합정동 ‘윤멘’ 등 이 있습니다. 두 점포의 사장님 모두 도쿄의 유명 츠케멘 전문점에서 수행한 분들이고요. 그밖에 츠케멘 전문점은 아니지만 서브 메뉴로 운영하면서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는 점포가 많기에 국내 츠케멘 수준도 상당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TMI
(1) 타이쇼켄은 지금도 히가시이케부쿠로 역 근처에서 영업중입니다. 야마기시 카즈오는 2015년 타계하였고 그의 직계 제자가 운영중이죠. 야마기시 카즈오 타계 후 후계자 싸움이 치열했고 이로 인해 서로 직계라 주장하는 두 개의 계파로 나눠지게 되었습니다. 이 얘기는 분량상 다음 기회에…
(2) 놀랍게도 청주에 ‘후카미’라는 타이쇼켄 직계 점포가 영업중입니다. 사장님께서 타이쇼켄 계열의 점포에서 수행하셨고 ‘히가시 이케부쿠로 타이쇼켄 노렌카이’ 회원증도 있는 공인 받은 직계 점포입니다.
히로시마 유명 츠케멘점 바쿠단야(ばくだん屋)의 히로시마식 츠케멘
(3) 츠케멘은 라멘과 따로 구분지어 봐야 할 정도로 정말 많은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다시마 진액을 넣은 곤부스이 츠케멘도 있고, 매콤한 참깨소스에 찍어먹는 히로시마식 츠케멘 등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4. 아부라소바(油そば)
기름 양념에 비벼먹는 독특한 라멘인 아부라소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점도 몇개 없고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메뉴였는데,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았던 걸까요. 지금은 정말 많은 라멘집에서 서브메뉴로 운영할 정도로 대중화 되었습니다.
아부라소바는 1957년 도쿄 무사시노에 있는 ‘친친테이(珍々亭)’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멘마와 차슈 등 일반 국물라멘에 들어가는 고명이 그대로 쓰이는데, 일반적인 라멘 대비 면의 양이 많아 인근의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친친테이는 현재도 무사시사카이역 인근에서 영업중이죠.
아부라소바는 먹기 전에 라유(고추기름)와 식초를 두르고 먹는데요. 지금은 잘 없습니다만 몇년 전까지 한국 아부라소바 매장엔 “라유 두바퀴, 식초 두바퀴” 같은 식으로 라유와 식초 두르는 양을 지정해서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점포마다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의 아부라소바는 소스가 좀 자작한 반면, 한국은 소스양이 많아 밥까지 비벼먹는 형태가 더 대중화 되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다음에 소개 할 마제소바의 영향을 받은 게 원인이 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TMI
(1) 친친테이가 아닌 1952년 ‘산코우(三幸)’라는 소바집에서 팔던 술안주가 아부라소바의 기원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2) 아부라소바는 일반 라멘에 비해서는 비교적 건강한(?) 음식입니다. 국물이 없어 염분이 낮고, 기름이 들어가지만 칼로리가 일반 라멘 대비 2/3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5. 마제소바(まぜそば)
마제소바의 탄생은 2008년으로, 라멘 중에선 역사가 가장 짧습니다. 마제소바의 마제(混ぜ)는 비비다라는 뜻인데요. 사실 비벼먹는 라멘을 모두 포함하는 큰 범주인지라 ‘마제소바’라고만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정식 명칭은 ‘나고야 마제소바’ 또는 ‘타이완 마제소바’ 인데요. 이는 마제소바가 나고야에 널리 퍼져 있는 ‘타이완라멘’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잠실새내역에 있는 아부라소바집 ‘훈지’의 아부라소바와 길동 마제소바 전문점 멘야세븐의 마제소바. 다른 듯 비슷하다.
비벼서 먹는 라멘이라는 점에서 나고야 마제소바도, 아부라소바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다만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좀 다르죠. 아부라소바는 기본적으로 맛간장을 깔고 그 위에 고추기름 같은 식물성기름을 올린 형태의 소스를 사용하는 반면, 나고야 마제소바는 맛간장을 사용하지 않고 양념이 밴 면 위에 바로 고명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동물성기름을 사용한다는 면에서도 다르죠. 고명도 아부라소바는 일반 국물라멘과 비슷하게 차슈와 멘마 등을 큼지막하게 올리는 반면, 나고야 마제소바는 간 고기와 부추 등 잔 고명을 올리는 게 특징입니다. 아부라소바에 비해 나고야 마제소바가 더 꾸덕하죠.
사실 일본의 아부라소바는 ‘국물없는 라멘’이라는 개념에 충실한 간결한 스타일의 라멘입니다만, 한국의 많은 아부라소바들은 나고야 마제소바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듯 한데요. 이로 인해 오리지널 아부라소바와는 다르게 양념이 많고 꾸덕하며, 밥까지 비벼먹는 형태의 아부라소바가 일반적이게 되어버렸습니다.
🍜 TMI
(1) 나고야 마제소바는 사실 니이야마의 실수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초 타이완라멘용으로 민찌와 다른 고명을 만들었는데, 국물과 너무 어울리지 않아 버리려다가 테스트삼아 면 위에 올려보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고야 마제소바가 탄생하였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흑백요리사를 통해서도 느끼는 거지만, 요리는 발명과도 많은 면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2) 타이완라멘은 한국의 짜장면처럼 대만에 없는 대만요리 입니다. 현재 대만으로 역수출 되어 아이러니하게도 ‘나고야 라멘’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라멘을 열거해 보았는데요. 사실 이 또한 일부에 불과하며, 일본 현지엔 더 많은 스타일의 라멘이 존재합니다. 마침내, 다음화에는 한국의 많은 라멘집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신 지금, 어떤 라멘이 가장 땡기시나요? 여전히 돈코츠라멘만 생각하신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오늘은 집에가기 전, 새로운 라멘을 찾아 떠나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라멘경력 10년차. 밥보다 라멘을 더 많이 먹습니다. @jaykaym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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