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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거리를 걷다 ‘Seoul My Soul’이라고 적힌 광고판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번개를 연상하게 만드는 네이버의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 로고는요?
OLO매거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TMT의 두 번째 주인공은 디자이너 이도의 님입니다. 앞서 설명한 프로젝트는 물론 나이키, 하나투어 등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한 브랜딩 에이전시 ‘브렌든’의 대표이기도 하죠.
지난 2월의 마지막 수요일, 오엘오매거진 ‘TMT - 취향을 발견하는 소비 이야기’ 현장에서 이도의 대표가 들려준 취향과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소개합니다.
HAVE AN EYE FOR '__'
“디자이너로서 제가 만든 창작물들을 소개하고 설명할 기회는 많았는데, 제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는 처음이라 많이 고민했어요. 더구나 ‘안목’이라는 단어가 부담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우선은 비워두고 2024년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키워드들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봤습니다.”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의 대표라기엔 꽤나 수줍은 모습으로 말문을 연 이도의 대표. 자신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차근히 설명합니다. SK컴즈, 네이버 라인에서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쌓은 이도의 대표는 현재 ‘브렌든’의 수장으로 다양한 브랜드들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를 구성하는 키워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브랜드’, ‘디자이너’에요. SK컴즈, 네이버 라인 등 IT 기반의 회사에서 디자인 경력을 쌓았고 지금은 브렌든이라는 브랜딩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브랜드와 관련한 비주얼들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전략까지 수립해요. 이걸 위해서는 수많은 브랜드를 공부해야만 하고요. 각자의 브랜드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어떤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살펴봐요.”
나다운 것이 결국 나를 지탱한다
창의성을 발휘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같았어요. 지치지 않고 보는 족족 흡수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이도의 대표의 다음 말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사실 이런 작업들이 좀 피로하기도 해요. 브랜드를 공부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제 취향의 브랜드를 만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그걸 통해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드려야 하는 부담도 있고요. 디자이너라는 직업인으로서 숙명이자 숙제 같은 거죠.”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이도의 대표는 어떨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척하는’ 것도 많이 있어요. 대표라는 사회적인 지위도 그렇고 사람들이 ‘디자이너라면 으레 이래야지’ 하며 기대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진짜 내 것이 아닌 것들이 쌓이다 보니 피로감이 더 커졌어요. 유명한 코미디언들이 집에 가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일을 하지 않을 땐 그런 것들을 아예 떠올리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더 이상의 에너지 소모는 위험했죠. 이도의 대표는 해결책으로 ‘나다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계속 이 일을 해야 하잖아요. 더 많은 브랜드를 만나야 하고, 또 그보다 많은 브랜드를 공부해서 다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고요. 그걸 잘 해내려면 ‘나다움’이 있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정리 : 또 다른 이름의 디깅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살펴보면 자연스레 나의 관심사에 닿게 되죠. 어디에 시간을 가장 많이 쓰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정리’라고 말했어요. “정리되지 않은 걸 보면 견딜 수 없다”라고 말하는 이도의 대표의 휴대폰 화면을 한번 볼까요?
“다른 브랜드들은 어떻게 앱을 디자인하는지 봐야 하니 하나둘 다운로드해놓았는데 이렇게 정리돼있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만약 카카오가 내일 당장 파란색으로 앱 색깔을 바꾼다면 전 카카오를 대체할 노란색 앱을 찾아서 밤을 샐 수도 있어요.”
스스로를 위한 소비에 있어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옷을 구매할 땐 반드시 무채색을 고집해요. 양말도 속옷도 가방도 마찬가지고요. 취미로 나이키 콜라보 스니커즈를 모을 때도 오로지 블랙&화이트 컬러의 제품들만 구매합니다.
덜어내면 보이는 것들
“그래서 비싼 브랜드가 아니어도 조금은 부끄러워도 내 것이 아닌 것은 덜어내고 ‘나다움’을 남기는 작업이 취향을 발견하기 앞서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선과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게 좋은 소비의 기준이 되는 거죠. 고심해서 좋은 브랜드의 옷을 하나 살 때도 있지만, 어떤 티셔츠는 저렴한 걸 똑같이 10장 사두기도 하는걸요.”
그제야 이도의 대표가 TMT 참가자들에게 “나의 취향은 정말 나의 것인가, 남에게 보여지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 이유가 이해됐어요.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나의 것을 분별하고 기준을 세우는 과정일 테니까요.
“현재의 취미나, 관심 분야가 제 취향의 완성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좋은 취향과 소비를 위해 나의 것을 찾는 과정을 겪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정리하고 나니 제 취향은 물론 디자인 작업들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현재 자신을 구성하는 것들 중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취할지 선별해 보시면 어떨까요?”
OLO매거진이 말하는 ‘보는 눈’은 단순히 좋은 것을 골라내는 것만이 아닙니다. 와, 힙하다! 말고 이것이 좋은 이유를 내 안에서 발견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 진정한 안목을 지닌 삶은 그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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